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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06 (금) 文대통령, 법무장관에 '더 센 사람'… 추미애 지명
문재인 대통령은 12월 5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을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여고와 한양대 법대를 나온 추 후보자는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광주고법 판사와 춘천ㆍ인천ㆍ전주지법 판사를 지냈다. 15대 총선에서 서울 광진을에 출마해 당선된 뒤 17대를 제외하고 20대까지 같은 지역에서 5선을 했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헌정 사상 최초의 지역구 5선 여성 정치인으로, 뛰어난 정치력을 발휘했다. 강한 소신과 개혁성은 국민의 희망인 사법 개혁을 완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날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 바로 이튿날 추미애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추진력이 강한 추미애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앉혀 '윤석열의 검찰'을 견제하겠다는 포석이다.
별명이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인 추 후보자는 민주당 내 대표적인 강골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저보다 더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 줄 후임자에게 바통을 넘기고 (검찰개혁) 마무리를 부탁드리고자 합니다”라고 했는데, ‘더 센 사람’으로 추미애 후보자를 염두에 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치권에서는 ‘조국보다 캐릭터가 더 강한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던 전력에 당내에서도 비문으로 분류되는 비주류에 가까웠지만 2015년 2월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의해 최고위원으로 지명된 이후부터 정치 행보를 같이 했다. 안철수계 주축으로 탈당할 때도 탈당 대신 문재인 대표를 적극적으로 옹호했고, 이런 이유로 2016년 8월 전당대회에서 친문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 대표가 됐다. 민주당 계열 최초의 대구ㆍ경북 출신 당 대표가 됐다.
법무부 장관 하마평에 오르내릴 무렵, 추미애 후보자의 주변에서는 “당 대표까지 지낸 중량급 정치인이 장관으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만류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당내 친문 주류의 설득과 사법개혁 역할론 등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자리를 수락했다고 한다. 이해찬 대표가 비문 중진 중에 대권 후보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추미애 후보자를 언급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더 큰 꿈을 꾸고 있다고들 한다.
이를 위해 추미애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을 1차 과제로 여길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청와대를 겨누고 있는 검찰의 칼끝을 어떻게 제어할지, 검찰 개혁은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하는 것들과 직결돼있다는 의미다. 법조계에선 당장 추미애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인사권을 통해 검찰을 견제하려 들 거라고 본다. 청와대와 법무부는 지난 7월말 인사 때 검사장급 이상 간부직 6자리를 비워놨다.
2월로 예정된 정기 인사를 한 달 앞당기고, 인사권을 이용해 조국 전 장관 일가,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을 담당하는 수사팀을 흩뿌리면 당장 수사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인사권이 ‘간접적 성격’의 수단이라면 검찰개혁은 추미애 후보자가 검찰을 향해 휘두를 수 있는 직접적 성격의 수단이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검찰의 직접 수사 부서 41곳 축소, 중요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장관 보고 등을 보고했다. 총장의 장관 보고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거세자 확정된 게 아니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추미애 후보자 취임 후 이를 다시 공론화한 뒤 밀어붙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 숨진 수사관 아이폰 '잠금' 왜 못 푸나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숨진 백원우 민정비서관실 소속 ㄱ수사관의 휴대폰을 입수했지만 잠금 기능을 해제하지 못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ㄱ수사관 휴대전화는 지난 2017년 9월 출시된 ‘아이폰10(X)’로 알려졌다. 삼성, 엘지 등 여러 스마트폰 제조사에 운영체제 소스코드(설계도)를 공유하는 구글과 달리 아이폰 운영체제 아이오에스(iOS)를 만든 미 애플은 소스코드 외부 유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총기난사 사건을 수사하던 미연방수사국(FBI)이 용의자 부부가 쓰던 ‘아이폰 5C’ 잠금을 해제하지 못해 애플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도 애플 쪽은 ‘소스코드가 유출될 수 있다’는 취지로 이를 거절했다. ㄱ수사관 휴대전화의 잠금장치는 6자리 암호로 알려져 있다. 알파벳 문자와 숫자 조합으로 만들 수 있다. 개인설정을 통해 대·소문자와 숫자 모두를 섞어서 암호를 구성하면 조합 수는 수백억개에 이른다.
<워싱턴포스트>는 가능한 조합 수가 568억개에 이르며 이를 다 시도해 보는 데 144년이 걸린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게다가 아이폰은 해커가 초고속 입력기계를 이용할 경우에 대비해서도 암호 입력 간격을 12분의 1초로 정했고 5차례 틀리면 1분, 9차례 틀리면 1시간을 기다리도록 설정했다. 보안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용자를 위해 ‘10번 틀리면 아이폰 모든 정보를 스마트폰에서 삭제’하는 기능도 탑재했다.
사용자가 미리 아이클라우드에 중요자료를 백업해 놓고 아이폰 내부 정보는 폐기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아이폰의 잠금 장치가 강화되면서 ‘우회로’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폰 잠금을 직접 풀지 않고 인공지능비서 ‘시리’ 등을 통해 시스템 앱에 단계적으로 접근한 뒤 아이폰 홈으로 진입하는 방식이다. 아이오에스5 때부터 우회로를 연구해 온 유투버 호세 로드리게즈는 지난해 아이오에스12 우회로를 발견했고 9월 아이오에스 13까지 잠금화면을 우회하는 방법을 알아냈다며 유투브에 올리기도 했다.
최근 이스라엘 셀레브라이트나 미국 그레이시프트 등 일부 보안사업자들이 ‘아이폰 잠금을 풀었다’며 자사의 암호잠금해제(크랙)장비를 파는 경우도 있지만 공식적으로 잠금 해제 가능 여부가 확인된 사례는 없다. 검찰도 이스라엘의 잠금 해제 장비를 이용해 잠금 해제를 시도할 예정이다. 수사기관이 스마트폰 보안을 뚫지 못해 수사를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내에선 경찰이 지난 2016년 한 시민단체 활동가를 수사했으나 끝내 아이폰6을 들여다보지 못했고 같은 해 미국에선 마약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구글에 잠금 해제를 요청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승주 고려대 교수(정보보호대학원)는 “에드워드 스노든 사태 이래로 스마트폰 보안 수준이 높아지면서 전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제조사와 수사기관이 갈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계기로 공론화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미식의 도시'… 영덕으로 떠나는 맛 기행
세월과 세태의 변화 속에 여행의 패턴도 바뀌고 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유명한 관광지로 우르르 몰려가 사진 한 장 찍고는, 또 다른 장소로 바삐 옮겨 다니는 천편일률적인 관광은 이제 차츰 줄어드는 추세다. 가능하면 한 곳에 오래 머물며 꼼꼼하게 그 지역의 특색을 살피고, 남들은 잘 찾지 않는 '나만의 명소'를 발견하고자 하는 여행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더불어 신세대들은 새로운 걸 '보는 기쁨'과 함께 독특한 음식을 '먹는 즐거움'까지 포기하기 않으려 한다. 경북 영덕은 볼거리와 더불어 먹을거리 또한 풍부한 여행지다. 해 뜰 무렵 강구항에 나가보면 "바다는 인간의 식량창고"라는 말이 실감으로 다가온다. 새벽부터 항구에 모여든 어부와 상인들은 싱싱한 해산물 사이를 바삐 오가며 '살아간다는 것의 엄혹함'을 몸으로 보여준다.
청정한 바다에서 잡아온 대게와 물가자미, 청어와 멍게 등의 수산물은 물론이고 오염되지 않은 산과 들에서 자라는 송이버섯과 복숭아 등은 영덕이 '미식의 도시'로 발전할 수 있음을 구체화해 보여주고 있다. '먹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고 싶은 관광객들을 위해 영덕군이 내세우는 식재료와 그것들을 이용해 이른바 '맛집'으로 자리매김한 식당을 소개한다.
영덕군은 6개 읍면이 64km의 바다와 접해 있다. 다소 비싸지만 그 맛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영덕대게를 비롯해 다양한 해산물이 1년 내내 풍부하다. 대게와 함께 전국의 미식가들을 불러들이는 영덕 축산항의 '효자 생선'은 물가자미(미주구리)다. 영덕 해역에서 잡히는 물가자미는 수심 200m 이내의 모래와 뻘에서 주로 산다. "몸의 길이가 20~40cm 정도인 물가자미는 양식이 되지 않은 100% 자연산"이라는 게 영덕 어부들의 설명이다.
영덕군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바다 목장화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는 수산자원을 보호하고, 해산물 품질의 우수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이를 통해 '영덕의 수산물은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신뢰감을 얻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물가자미는 회, 찌개, 구이, 조림 등 다양한 형태로 조리하는 게 가능하다. 얼마 전부턴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고 뼈 채로 발효한 '물가자미 밥식해'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영덕 주민들은 "물가자미를 생소하게 느꼈던 사람들도 한번만 먹어보면 담백하고 고소한 맛에 매료돼 물가자미 요리 마니아가 된다"며 웃었다. 다른 생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 '가격 경쟁력'도 갖춘 게 바로 물가자미다. 물가자미의 뼈에는 칼슘이 풍부해 수술 직후 환자의 기력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2010년 '한국의 8대 웰빙 해산물'에 선정된 물가자미는 골다공증 환자에게도 권할 만한 음식이다. 영덕군 축산항 인근에서 자란 물가자미는 타 지역에서 잡히는 것보다 갈색 무늬가 선명하고, 육질 또한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로부터 왕의 밥상에 오르는 등 귀한 대접을 받았던 송이버섯은 숲에서 소나무 뿌리에 공생해 만들어진다. 지구 위에서 생산되는 송이의 95%가 한국, 일본, 중국에서 나온다. 송이는 강원도 인제, 삼척, 강릉 등지와 경북 영덕, 울진, 봉화 등에서 주로 자란다. 이중 영덕군의 송이 생산량은 30% 정도로 추정된다. 얼마 전부턴 북한과 중국에서 수입된 송이가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고 있지만, 씹히는 맛과 향에서는 국내산을 따르지 못한다는 것이 요리사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영덕군은 '송이 환경 개선사업'과 '솔잎 혹파리 방제사업', '소나무 재선충 예찰 강화' 등으로 영덕 송이의 명성 유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식물 생장에 적합한 토질이 영덕 송이버섯의 맛과 향기를 만들어낸다"고 영덕군청은 말한다. 단백질은 높고 칼로리는 낮은 영덕의 송이는 건강 식품인 동시에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송이버섯은 비타민 B가 풍부하고, 구아닐산이 다량 함유돼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며, 동맥경화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식재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사람들의 입맛은 각기 다르다. 그렇기에 몇 군데를 선별해 "이곳이 맛집"이라 말하는 건 언제나 조심스럽다. 아래 소개하는 식당 외에도 영덕군에는 다양한 맛집이 존재한다. '맛집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각자의 취향과 기호에 따르는 것이다. 보리밥을 좋아한다면 '수석분식'에 들러도 좋을 것 같다. 제철 채소로 만든 나물과 보리밥을 내놓는다. 나물과 밥이 따로 제공돼 자기 입맛에 맞춰 스스로 비빔밥을 제조하는 재미가 있다.
'풍경시골'은 양기를 살려주는 음식으로 알려진 들깨칼국수를 낸다. 주재료가 모두 국내산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 특식으로 먹던 불고기의 맛을 재현한 식당은 '이가네 옛날불고기'다. 한우를 사용하고, 함께 먹는 깻잎 장아찌도 맛있다. 다양한 생선초밥과 함께 한우불초밥을 맛볼 수 있는 '해동초밥'은 재료가 신선하고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야성 숯불가든'은 무청과 재래식 된장이 하모니를 이루는 시래기정식이 인기다. 깊은 맛을 내기 위해 좋은 품질의 풋고추, 마늘, 멸치 등을 사용한다.
미주구리찌개를 맛보려면 '나비산 기사식당'에 가면 된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물가자미에 채소와 고추장 양념을 올려 끓인다. '낙원 보쌈식당'에선 여러 가지 한약재를 더한 보쌈을 즐길 수 있다. 돼지고기의 기름기를 잘 제거한 담백한 맛이 방문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돌솥에 지은 따끈한 밥에 정갈한 반찬이 차려지는 '토박이 돌솥밥'은 마지막에 먹는 누룽지도 좋다. 아이들을 위한 메뉴도 준비하고 있다. 시원한 대구지리탕이 먹고 싶다면 '별미식당'을 찾으면 된다. 소박한 상차림이지만 손님을 위한 정성은 언제나 잊지 않는다고 한다.
영덕군 강구면 금호리에 들어선 카페 '커피 앤 스프'는 흥미로운 공간이다. 보통의 젊은이들은 꿈을 찾아 '도시'로 간다. 하지만, 이 카페의 운영자인 김수빈씨는 반대의 방법을 선택했다. 대도시 서울 출신임에도 자신의 꿈을 소도시 영덕에서 키워가고 있는 것. 김수빈씨는 서울에서 태어나 공부했고, 광고디자인 회사에 입사해 3년간 일했다. 야근이 잦았고 스케줄은 타이트했지만 즐겁게 일하려 애썼다.
하지만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퇴사한 김씨는 평소 동경해온 '조용하고 아늑한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지역'을 찾아 영덕에 정착할 계획을 세웠다. 물론 이전에도 영덕 여행을 수차례 다녔다. 영덕의 특산물인 송이와 대게 등은 김수빈씨가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줬다. 좋은 식재료를 구하는 건 카페 운영의 기본이다.
서울에서의 회사 생활을 마무리한 뒤 본격적으로 커피 만들기와 요리를 공부한 김씨는 외국에선 버섯커피를 마신다는 것에 착안해 송이를 활용한 '번영커피(송이 크림라떼)'와 송이 스프, 송이 마들렌 등을 개발해냈다. 7년 동안 비어있던 공간을 리모델링해서 지금의 카페를 만든 김씨는 직접 바닥공사를 하는 등 힘겨운 육체노동도 피하지 않았다고 한다. "관광객과 주민들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편안한 휴식 공간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젊은 창업자의 꿈이 영덕의 바다 빛깔처럼 푸르게 커나갈 수 있을까.
물가자미(미주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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