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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대구경북대안교육모임[또야너구리네] 원문보기 글쓴이: 德軒 최현미
구제역 내리실분 계십니까?
(이 글은 대안교육 전문 잡지 '민들레' 3-4월 호에 실리는 글입니다.)
저는 요즘 시기를 총회의 계절이라고 부릅니다. 매년 1월말과 2월 전체를 통 털어 참석해야 하는 총회가 십 여 군데가 넘습니다. 그러다보니 총회 날짜가 겹쳐서 못가기도 하고, 주말을 끼고 총회를 하기 때문에 제 개인 일정상 못가기도 합니다. ‘민들레’ 독자 분들도 비슷하리라 여겨집니다.
교육단체건 생명평화단체건 생협이건 농민단체건 총회의 한결같은 내용들은 사업보고와 결산, 사업계획과 예산입니다. 간혹 임기 만료로 임원선출을 하는 곳도 있습니다. 사실 제가 총회에 가는 것은 이런 의제에 대한 제 관심과 역할 때문만은 아닙니다. 1-2년 만에 못 보던 얼굴도 만나고 오랜 벗들과 안부를 주고받는 재미가 더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올해는 좀 다릅니다.
제가 유심히 살피게 되는 총회 분위기가 있습니다. 뒤풀이를 말합니다. 뒤풀이 때 뭘 먹느냐하는 것과 구제역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살피고 있습니다.
“담배는 기호식품입니다.”
엊그제 어느 단체의 총회에 갔습니다. 그 분야에서는 진보라 불리는 단체입니다. 80년대 중반부터 저는 이 단체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조직과 관계를 맺었습니다. 당시 서울 마포에 사무실이 있었는데 그때 저는 작지 않은 출판사의 잡지 편집에도 참여 했습니다. 그 잡지는 당시에 유행하던 부정기간행물인 ‘무크(mook)지'였습니다. 군사정권의 검열과 강제폐간이 횡행하다보니 무크지라는 게릴라식 책을 내게 된 것이지요. 그 덕분에 이 단체의 내로라 하는 유명 인사들과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참석 한 총회의 뒤풀이는 옛날 옛적 풍경들이 여전했습니다.
자욱한 담배연기, 만취 할 때까지 2차,3차 순회하기, 젊은 여성회원을 이른바 꼰대 급 선배들이 성희롱에 가까운 음담으로 키득거리기. 후배는 선배를 ‘형님. 형님.’하고 부르고 ‘형님’들은 값싼 농지거리로 호방함을 과시하는 그런 분위기는 예나 지금이나 똑 같았습니다.
2차 술집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여기서도 그릇마다 음식들은 남겨지고 맥주병 밑바닥은 다 비워지지 않은 채 새 술병들이 주문되었습니다. 어떤 담배꽁초는 무엄하게도 반찬그릇에 꽂혀있기도 했습니다.
나이 지긋한 어느 회원이 그랬습니다. 흡연이란 개인 기호의 문제니 이걸 가지고 왈가왈부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는 담배의 순기능에 대한 장황한 설명을 하면서 담배를 바꿔 물었습니다. 제 옆자리에서 연신 줄 담배를 피는 여성 회원에게 “우리 모임에서는 공공장소에서 금연하거나 밖에 나가서 담배 피는 교양인이 하나도 없다.”고 했는데 멀리 앉아있던 이 분이 내 말을 들었나 봅니다.
이미 십 수 년 전에 논쟁이 끝난 줄 알았던 담배의 효용성에 대한 주장을 듣고 보니 문득 육식에 대한 논쟁 역시 오래오래 질긴 목숨을 이어 갈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제역과 육식.
저는 구제역 사태의 핵심 논점은 바로 육식이라고 봅니다. 구제역을 걱정하면서 육식을 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입니다.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대량살륙 당한 동물들이 최근 두 달 동안 700만 마리가 넘어섰습니다.
아직도 ‘구제역’은 멀었나요?
며칠 전 조선일보에 어느 지자체장의 편지가 소개되었습니다. 구제역으로 그 지역 소·돼지의 85%를 잃은 경기도 파주시장은 가장 먼저 축산업의 시설현대화를 주장합니다. 축산허가제를 도입하여 축산전문화를 이루고, 농장입구에 시시티브이(CCTV)를 설치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살처분에 대해서도 획기적인 주장을 합니다. 살처분 농가들이 가축을 파묻을 땅이 없어 애를 태우니 앞으로는 군부대나 야산 등 공유지에 가축들을 파묻게 해 달라고도 했습니다.
조합원의 협동조합기능 강화보다는 금융업에 매달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농협에서 만들어 내는 ‘농민신문’의 기사도 대동소이합니다.
이 신문은 축산관련 단체장의 말을 인용하며 일부 언론들이 가축전염병과 살처분에 대해 너무 감성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고 개탄을 합니다. 예로 드는 것이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유지해서 축산물 수출액 20억원을 아끼려다 보상비 1조 2천억원을 날렸다는 식의 보도라는 것입니다.
동물보호단체나 시민단체의 이벤트성 행사도 비난하면서 기사의 제목도 <언론들의 ‘축산업 흔들기’가 지나치다>고 썼습니다. 동물복지 이야기도 무척 귀에 거슬리나 봅니다. 언론이 자꾸 이런 감상적인 보도를 일삼으면 축산포기론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기사입니다. 구제역 사태를 바라보는 주류 언론과 정부당국, 축산업자들의 시선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보도들입니다.
구제역 보도를 보노라면 일정한 흐름이 있습니다.
구제역 발생 초기에 해당하는 작년 12월에는 어디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것과 소·돼지 몇 마리를 살처분 했다는 소식이 주를 이뤘고, 얼마 지나서부터는 살처분 현장의 비참과 종사자들의 애로를 다루었습니다.
살처분의 야만성과 동물생명권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식탐과 돈벌이 축산을 문제 삼는 글은 제가 작년 12월 27일 <프레시안>에 쓴 칼럼이 처음인 듯합니다. 이 칼럼에서 저는 공장식 밀식축산과 사람들의 과도한 육식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새해 들어 1월 10일자 <한겨레>에 쓴 칼럼에서는 축산농가들에 대해서도 문제를 기했습니다. 호주보다 37배나 더 많은 항생제를 쓰고 있는 한국 축산농가는 동물학대 수준이라고 폭로(?) 했습니다. 우리나라 축산은 사회 공공재를 훼손해가면서 개인 돈벌이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온실가스 발생이나 토양오염, 지하수고갈, 하천오염 등등.
<한겨레> 칼럼을 쓸 때 제가 했던 생각은 구제역은 물론 수인성전염병인 조류독감과 돼지독감(신종플루)까지 창궐하는 현실을 질주하는 기차로 비유하면 우리가 내릴 ‘구제역’은 아직도 멀었다고 여겼던 것입니다. 날은 저물고 마음은 다급한데 기차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니 언제 ‘구제역’에 다다를까 까마득하게 느껴졌습니다.
‘구제역’에 내리실 분?
지난 1월 중순에 있었던 녹색소비자연대전국연합회에서 토론회가 열려 참석했는데 저는 그곳에서 동물복지 이야기를 하다가 ‘식물복지’라는 말을 제기했습니다. 취재 나온 어느 신문사의 기자가 ‘식물복지’라는 말이 이채로웠는지 몇 번에 걸쳐 그 개념을 물어왔습니다.
우리의 밥상에 오르는 고기들은 100% 공장과도 같은 사육환경에서 가혹행위와 약물중독으로 만들어진 고기들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습니다. 책들도 무수히 나왔습니다. 제목만 적어도 종이 한 장이 모자랄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은 그 누구도 우리의 밥상에 오르는 채소들도 거의 다 ‘식물학대’의 산물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 말 못하는 식물이라고 해서 비닐집 속에 가두어 키우면서 생산주기를 단축시키는 종을 만들어내서는 물비료 등 급속성장제를 투여하여 키우는 채소들은 오직 온도와 영양과 물로만 키워지는 실정이니 사시사철 하늘도 구름도 비도 눈도 구경못 하고 강제 재배되고 있다는 사실을 가볍게 볼 일은 아닐 것입니다.
취재 나온 신문기자는 제 주장이 재미있었는지 부지런히 받아 적었습니다. 공장식축산이 사람들의 건강을 망가뜨리고 환경오염과 동물생명권에 대한 침해로 비난 받듯이 오래지않아 우리의 돈벌이 농사에 대해서도 ‘식물학대’ 논란이 불거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그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식물학대 농법은 과도한 육식문화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때를 가리지 않고 고기를 먹어대니 채소가 많이 소비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에는 빌딩농장이니 식물공장이니 하면서 무슨 신대륙이라도 발견 한 듯이 호들갑을 떨고 있는 실정입니다. ‘옷고름 풀어 산 문전옥답 신작로로 다 들어가고 봇짐 싸서 정처 없는 떠돌이 신세’라는 구전 속요처럼 우리의 농지들은 공장과 도로, 골프장으로 다 들어 가버리고 공장식 농사를 무슨 대안인 것처럼 농촌진흥청에서 기를 쓰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폐해가 축산업 못지않게 현실화 되는 시기는 시간문제라도 봅니다. 그때가 되면 당연히 ‘식물복지’ 이야기가 등장 하리라는 게 제 예측입니다.
지금 대선을 앞두고 보편적 복지니 선별적 복지니 복지논쟁이 가열되고 있는데 여기에다 ‘식물복지’ 논란까지 가세 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하면 ‘동물복지’라는 말이 5-6년 전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무슨....”이라고 하는 반응이 있었듯이 어이없어 하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사람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아채게 되면 식물복지뿐 아니라 ‘무생물복지’라는 말도 나오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즘은 대형마트에서 식품을 하나 사더라도 앞뒤로 한참을 살피면서 트랜스지방이 있는지 원산지가 어딘지, 무과당 식품인지 확인 하는 게 교양 있는 구매자의 덕목처럼 되어있습니다. 탄산음료를 끊는다든가 생협식품만을 사 먹는다든가, 생태축산 고기만 골라 먹는다든가 하는 사람들은 ‘구제역’에 기차는 도착했는데 다수의 사람들이 내릴 생각도 않고 잠을 자거나 어두운 창밖을 보면서 내릴 때가 되었느니 안 되었느니 논쟁만 하고 있을 때 짐보따리를 챙기며 내릴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라 보여 집니다. 기특한 일이죠.
그러나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고기를 딱! 끊는 것입니다.
생태축산이니 공정무역이니 하는 것 역시 돈벌이와 식탐을 자극하는 경계 위에서 묘기를 부리는 재주꾼으로 전락 할 가능성이 아주 짙다고 생각합니다. 답은 채식입니다. 채식은 세상에 대한 사랑입니다.
대구의료원의 황성수 박사님은 오래전부터 완전 채식, 특히 현미식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모든 생활습관성 질환 환자들을 그걸로 치료합니다. 생활습관성 질환이라는 말도 그 분이 지어 냈습니다. 성인병이라는 말이 결국 식습관에서 비롯된 것이고 고기, 생선, 우유, 계란으로 대표되는 왜곡된 식습관을 현미식과 통곡식, 채식으로 완전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현직 약사이신 김수현선생도 밥상을 다시 차리자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고기 등의 과단백, 고지방 식품들은 뼈 속의 칼슘을 다 빼내 갑니다. 우유와 생선이 대표적인 것입니다. 우리의 상식을 뒤집는 주장입니다.
여전히 담배를 기호식품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데 우유와 (등푸른)생선마저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세상에 와 있습니다. 매년 되풀이되는 구제역과 조류독감, 각종 괴질에서 벗어나는 길은 어딜까요? ‘구제역’에서 과감하게 하차하는 용기와 지혜는 어디에 있을까요?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것을 기대합니다. 담배 갑에 쓰인 경고 문구처럼 “육식은 각종 생활습관병과 환경오염의 주범이며 사람들의 성질을 포악하게 만듭니다.”라는 문구가 모든 정육점과 고기 포장지에 붙어 있기를 말입니다.
<육식금지법>을 제정하여 마약이나 도살행위를 금하듯 육식도 금해야 할 것입니다. 육식을 금하면 의료기관들이 들고 일어날지 모릅니다. 육식 덕에 돈벌이가 좋으니까요. 디젤자동차에 부과하는 환경부담금을 축산업자와 고기판매업자에게 물리고 사료용 곡물의 재배와 운송에도 중과세를 물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토양황폐화와 삼림파괴, 물부족과 수질오염, 지구온난화와 생물다양성파괴는 육식산업의 죄업입니다.
‘구제역’에서 당장 내려야 할 때입니다.
첫댓글 전희식선생은 저와 오랜친구입니다...근 이십년이상된.....소중한 글과 삶을 실천하는 멋진 분이시죠...
날씨 풀리면 어머님과 제주구경오신다 하셨는데.....그때쯤 구제역에서 해방되길 바래봅니다.
차차로님 완전 마당발~~ㅋㅋ
ㅎㅎㅎ245mm입니다. 좀 크죠...유유상종이라고 맨 주변에 가난한 사람들만 들시글 거립니다. ㅎㅎ
그렇잖아도, 지난 12월에 대구에 한번 오셨어요. 특강에 모셨지요~ 그때, 차차로님의 귤을 제가 주문해서 벗님들과 나눠먹었고, 차차로님의 귤인걸 알곤, 님과의 인연에 대해 얘기해주셨습니다. 공동체 얘기도 들었었구요~
제가 공동체에 살때 오셔서 프로그램 수강을 하셨는데....아이들도 연배가 같고, (새날이랑 여명이랑 동갑) 부인과도 이야기가 잘 통하는 속깊은 친구랍니다.
그러게요. 야마...공동체 얘기 들었구요,. 저도 관심이 많답니다~ 새날이는 한번도 못봤고 새들이는 몇 번 봤어요. 차차로님을 뵐 날도 곧 오리라 믿으며, 얼릉 고뿔과 빠이빠이 하세용~.*
육식은 세상과 건강을 망치지요.........................저는 생선이라면 환장하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