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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8일 목요일] 인천공항에서 8시10분 비행기를 타고 베이징 공항에서 환승해서 우루무치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19시05분이다. 일본에서 오는 영걸(39세 조선족, 일본에서 대학원을 졸업 카드회사 취업, 한,중,일어 가능자)이 하고 다카상(65세, 시각장애인, 도쿄에서 버스로 6시간정도 떨어진 곳에 거주, 마시지사)를 20시경에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는다. 나중에 알고보니 영걸이는 중국국제항공을 이용해서 2터미널에서, 난 중국남방항공을 이용해서 3터미널을 이용하기에 서로 다른 장소에서 기다렸던 것이다.
우린 택시를 타고 예약해놓은 우루무치 머큐리호텔에 체크인하고 나니 23시다. 기내식이 너무나 허술했기에 외부에 나가기로 했다. 호텔 여직원이 우루무치에서 유명한 무슬림식당을 알려줘 택시를 타고 찾아갔는데 아쉽게도 영업시간이 종료되었으니 식당에서는 먹을수 없고 포장만 가능하다고 해서 아쉬움을 달래며 무슬림 빵(부드러운 아몬드 카스테라빵, 큰 꽤베기 튀김)을 사가지고 나왔다. 그래서 근처 길거리를 걷다가 손님들이 꽤 있는 양고기집을 들어가 양꼬치 등 여러가지 중국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호텔에 들어왔다.
[5월29일 금요일] 호텔에서 9시 체크아웃을 하고는 택시를 이용해 우루무치남역에 도착했다. 우루무치는 위구로족이 중국으로 부터 독립을 위해 분쟁이 많은 지역이라 역사나 공항에서 검문 검색이 엄청나게 삼엄해 총들고 있는 군과 경찰들을 쉽게 볼수가 있다. 역사에 들어간는데도 3번의 검사를 통과해야 겨우 역사안으로 들어갈수 있었다.
우루무치에서 하미로 가는 기차(고속철 3시간30분, 일반기차 6시간30분 소요)가 너무나 다양했고 많았다. 그래서 우린 미리 예매를 하지 않고 아침에 나와서 바로 탈수 고속철을 타기로 했다. 고속철을 예매하고 탑승장으로 들어가는 건물입구에서 또 다시 검색을 받고서야 플랫폼에 도착해 있는 기차에 올라 탈수가 있었다, 기차는 우리나라 KTX와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의 수준이었으며, 중간에 식당칸이 있고 뜨거운물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간단히 음료를 파는 직원이 밀차를 끌고 다녔다. 우린 아침식사로 역전앞에서 낭(화덕에 구운 피자같은 빵)과 어제밤 무슬림식당에서 구입한 빵으로 대신했다.
하미역에 도착해 대회 모임장소인 하미호텔로 이동을 했다. 체크인을 하기 위해 기다리는 도중 북경에서 만나서 함께 기차를 타고온 알렌(36세, 항주에서 무역회사 운영)과 왕치(37세, 시각장애인, 대련에서 마사지사로 일함)와 인사를 나누었다. 이로써 우리 “방울소리팀” 5명이 모두 만나게 되었다. 점심식사후 저녁 7시부터 장비검사를 받기 위해 알렌이 우리팀복으로 준비해온 의류를 받고 태극기와 대회 패치를 바느질을 하고 장비를 챙기고 나니 쉴 시간도 없이 바로 장비검사하기 위해 별관으로 이동했다. 장비검사는 필수장비와 식량에 대한 열량을 검사한다. 그런데 제출서류가 누락되어 서류를 작성하고 장비검사를 마치고 나니 온몸에서 힘이 풀린다. 저녁은 10시가 다되어 먹었다.
[5월30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1시간 가량 대회 브리핑에 참여한 후 장비검사를 어제 끝낸 관계로 마지막 가방을 정리하고 호텔정원에서 사진촬영을 하는등 여유를 가졌다. 중식으로 예전에는 빵과 음료를 제공받았는데 이번 대회는 웬일로 호텔식이다. 이제 사막으로 들어가기전 마지막 식사라는 생각에 자꾸 음식에 손이 간다.
텐트별로 인원 파악 후 15시경 버스에 탑승하여 이동했다. 2시간 이동후 사막에 정차한 버스는 여자는 좌측으로 남자는 우측에서 용변을 본다. 이제 우린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30분 더 이동해서 2400고지인 첫 번째 CAMP에 도착하자 원주민들이 환영하는 공연을 펼쳐진다. 주변은 산으로 둘러쌓인 분지속에 텐트가 설치가 되어있고 산에는 산양들이 있으며, 경찰과 군인들이 우리 신변 보호를 위해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두어 원주민들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통제를 하고 있었다. 이 곳은 21시 정도가 되자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해 잠자리에 들었다.
[5월31일 일요일 CAMP1] 대회 첫날, 고도가 높아서인지 추워서 새벽2시부터 눈이 떠져 잠시 텐트밖을 나왔는데 비가 섞인 싸래기가 내린다. 추워서 정신이 없이 이리저리 몸을 돌리다가 이른 시간에 일어나 텐트 밖 모닥불에 앉아 몸을 녹인 후 아침식사 대용으로 코펠에 누룽지와 뜨거운물을 넣어 먹는데 누룽지의 구수한 맛이라곤 찾아 볼수가 없다. 그냥 오늘을 버티기 위해 의무감으로 먹었다. 밤새 내린 눈으로 먼 산은 하얗게 변해 있다.
선수들이 일어나 식사와 가방 꾸리기를 마치자 7시30분에 금일 대회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금일 코스는 35키로이며 중간에 세개의 체크포인트가 있다. 코스 난의도는 보통(Moderate)가 초반과 마지막 구간, 쉬움(Easy)구간은 중간 두 구간으로 되어 있다. 정각 8시 출발신호가 울리자 모든 선수들이 함성과 함께 달려 나가기 시작하는데 하늘에선 눈발이 조금씩 날린다. 우리 작은방울소팀 5명은 후미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초반코스는 산길을 오르고 내리고 바위를 지나 작은 계곡을 건너야 하는 5.8키로인데도 특히 다카상이 많이 어려웠는지 우리팀이 2시간이나 소요되어 컷오프 30분전에 첫 번째 CP1(체크포인트)에 도착했다. 하지만 앞으로 쉬운 코스에서 시간을 줄이면 되겠다라고라는 생각을 했다. CP2와 CP3을 지나자 갑자기 사하라에서나 볼 듯한 커다란 모래언덕이 덩그러니 나타난다. 그리고 모래언덕을 지나자 드넓은 들판 보이는 텐산산맥의 설산이 우리 앞으로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오늘의 피로가 날아가는 기분이다.
우린 중간중간 시간장애인 가이드를 바꾸어가며 이동을 하는데 우리 팀이 마지막 러너라서 계속해서 낙타가 쫓아온다. 시간이 여유로와 중간지점 풀에 앉아 쉬는 시간을 갖자 다카상은 그 시간에도 스트레칭을 하면 자기 몸을 관리한다. 다시 출발하자 멀리서 신강티비에서 오신 여성기자가 우리팀을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해서 잠시 인터뷰까지 하는 첫날의 여유를 가져봤다.
드디어 우리팀이 마지막으로 오늘의 피니쉬라인에 들어섰다. 오늘만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닌 몇 일간 계속 이어지기는 경기이기에 오늘 무리하면 절대 안된다는 생각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다. 금일 숙소는 몽골텐트다. 우리 텐트에 한국선수의 최연장이신 임지생형님이 오늘 무리를 하셨는지 골발이 아프다면서 절룩거리며 걸으시는 것을 보고 영걸이가 왕치에게 마사지를 부탁해 마사지를 받고 파스를 붙여주자 몸이 많이 부드러워졌다며 무척이나 고마워하신다. 몽골텐트안은 석탄난로가 있어 따스한 온기가 있었다.
첫날인 오늘 모래언덕을 넘으면서 신발에 들어온 모래로 인해 물집 하나가 생겨 가볍게 바늘과 실로 물집치료를 하고는 잠에 들었다.
[6월1일 월요일 CAMP2] 대회 둘째날 석탄난로 불이 꺼지고 2200 고지라 전날과 추위가 비숫하다. 오늘도 먼저 일어나 우리 팀원들을 건강을 위해 프라스틱물병에 구해 뜨거운 물을 담아 침낭에 넣어주는 꺼진 난로에 다시 불을 지폈다.
금일 코스는 40키로다. 코스 난의도는 어려움(Difficult)구간이 초반, 쉬움(Easy)구간은 나머지 세 구간으로 되어 있다. 금일은 8시에 출발, 20시까지 들어오는 총 12시간이 주어졌다. 출발전부터 눈이 펑펑 내린다. 첫 구간은 산을 넘어야하는 어려운 구간으로 초반에 시간을 벌지 않으면 계속해서 시간에 쫓겨여야 하기에 일단 빠르게 움직이기로 했다. 어제 무리한 선수들은 몇 명은 다리를 절면서 걷는다. 산의 점점 경사가 높아지니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지고 눈이 쌓여 있어 발은 편안하다. 왕치는 오르막이 많이 힘이 들었는지 알렌과 중간중간에 쉬면서 오르고 다카상은 영걸과 내가 가이드하면 움직이는데 오르막도 지칠줄 모르게 힘차게 오른다. 어느새 정상에 오르자 커다란 건물과 정자가 있었다. 우린 지체없이 방향을 잡아 다시 걷기 시작해 CP1을 지나 CP2 커오프타임이 다 되어가는데 보이질 않는다. 난 영걸이에게 앞쪽으로 가서 CP를 확인하라고 하고는 난 다카상과 함께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그런데 멀리가서도 CP가 보이지 않는다는 손짓을 한다. 난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 “여기서 우리 컷오프 되는 것인가?“ 다카상 손을 잡고 10키로 되는 배낭을 메고 달리기와 걷기를 반복하며 CP2에 들어서자 CP2 컷오프가 2:00가 아니라 2:30이라는 것이다. ”아~ 정말이지 허망했다“ 내 불찰로 인해 우리 팀원들을 힘들게 해서 미안했다. 앞으로 남은 커오프 시간관리를 잘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상의에 다운자켓과 윈드자켓까지 입고 달렸기에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우린 팀복을 반팔로 모두 갈아 입고는 CP에서 육포와 스낵으로 점심을 대신하고는 다시 다음 CP로 이동을 했다. 이동하는 코스에는 서너개 작은 개울이 있었으며 다카상과 왕치를 위해 스틱으로 돌의 위치를 알주고 건널수 있도록 하니 다른 선수들에 비해 4~5배의 시간이 더 걸렸다. 하지만 우리에겐 순위 보단 우리 팀원들 모두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완주하는 것이 최선이다.
어느새 오늘 주어진 거리를 마무리 할 시간, 마을로 진입하자 먼저 들어온 다른 선수들은 시냇가에서 빨래를 하다가 우리에게 환호성으로 보내준다. 마지막 언덕을 올라 피니쉬 라인을 통과하자 조그만 마을안에서 민박이다. 물론 전기도 제공하지 않고 그냥 오로지 잠자리만 제공한다. 저녁식사후 알렌이 기용한 카메라맨이 우리 팀원들 개인 인터뷰를 하고서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6월2일 화요일 CAMP3] 모처럼 따스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오늘은 대회 셋째날로 거리가 42.7키로로 주어진 시간은 어제 보다 시간이 1시간 30분이 줄어든 18시30분까지 골인을 해야하고 코스 난의도는 보통(Moderate)이 세 구간이며, 쉬움(Easy)구간은 나머지 한 구간으로 되어 있고 중간에 자갈이 많아 시각장애인과 함께 이동해야함으로 힘든 하루가 예상된다.
초반부터 시냇가와 자갈코스가 연속해서 나지만 우린 합심해 CP1과 CP2 통과시간이 계획대로 30분을 앞당겼다. 하지만 CP2에 도착하니 굵은 빗줄기가 내린다.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어 CP3을 향해 다시 나서는데 비가 얼마나 거세게 내리는지 춥고 머리가까지 몽롱해진다. 이런 젠장 어제는 눈이 오더니 오늘 폭우까지 내리는 걸 보니 고비사막의 거대한 대자연이 우리의 방문을 달갑게 반가워 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난 그냥 지금 이 순간 우리 팀원 모두가 안전히 이동하고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곧 나타나야할 CP3가 시야에 들어오질 않는다. 또 다시 마음이 조급해져 나와 연걸이는 다카상을 양손에 잡고 “원~투~원~투”를 외치는 박자를 맞추어 달려 컷오프 16시 정각에 CP3도착했다. 오늘 CP2에서 CP3 구간이 쉬움(Easy)이라 방심하고 걸은 결과였다. 우리에겐 쉬움(Easy)코스도 쉬움(Easy)가 아니다라고 생각을 다잡았다. 우리가 CP3에 도착하자마자 파이팅을 외쳐주고는 임지생(59세) 형이 떠나고 우린 10분이라는 휴식을 취하고 떠나려는데 저 멀리 한국 선수인 최현아(30세)가 혼자가 절룩거리며 들어온다. 난 스텝에게 뜨거운 물을 요청해 마시도록 하고는 시간이 없으니 바로 뒤따라 와야한다고 당부하고는 우리는 먼저 CP3를 나섰다.
CP3에서 CP4까지 13키로인데 2시간이 넘어갈쯤 중국 스텝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우린 “피니쉬 얼마나 남았냐 ?”고 묻자 저기 언덕아래에 있다고 한다. 그런데 가도가도 캠프는 나오지 않고 계속 업다운만 반복되고 우리 보다 앞선 선수들은 희미하게 계속해서 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저 중국스텝 우릴 골탕 먹일 생각이다 정말이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아직도 많이 남았다“라는 소리를 들었으면 힘이 더 들었텐데, ”저기 언덕만 가면 된다“라는 거짓 이야기를 듣고 움직이니 우리의 발걸음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만들어 준거란 생각이든다.
마지막 언덕에 올라서자 저 아래에 텐트촌이 형성되어 있었다. 우리 마지막 힘을 다해 다카상과 연결된 끈을 잡고 피니쉬라인에 들어서자 주변의 스텝과 선수들의 축하를 받자 다카상은 골인했다라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나 역시 선그라스 넘어로 눈물이 흘렸다.
우린 작은방울소리팀이기에 지금까지 항상 CP나 피니쉬라인을 함께 통과 했는데 오늘은 알렌과 왕치는 우릴 기다리지 않고 골인해서 텐트에서 쉬고만 있는 걸 보고 서운했다. 그래서 연걸이가 알렌한테 “기존 처럼 함께 해야 팀이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주최측에서도 오늘 비가 많이 내렸고 밤새 비가 많이 내릴 것을 우려해 선수들을 이동시킬 버스를 대기시켜 놓은 상태였다. 작년 대회도 하루 경기를 캔슬하고 다음 스테이지를 이동했다고 한다. 이번에도 하늘은 계속 시커면 구름으로 가득하고 밤에 많은 비가 내릴 것을 대비해 텐트둘레를 파놓기까지 한걸보니 내일 캔슬하는 분위기다. 우린 젖은 옷을 버스에서 말리고 젖은 신발은 모닥불에서 말리고는 오늘 생긴 물집치료까지 마친 후에야 잠을 들수가 있었다.
[6월3일 수요일 CAMP4] 어제 비로 인해 많은 선수들이 추위로 포기한 선수가 속출했다. 지난밤 다행이 비는 내리지 않았고 오늘이 대회 넷째날이다. 거리가 42키로로 어제와 비숫한 거리지만 주어진 시간은 어제 보다 많은 1시간30분 늘어난 20시00분까지 골인을 해야한다. 오늘 코스 난의도는 쉬움(Easy)구간으로 구성되어 있고 고도가 1700에서 750까지 계속 다운하는 날이다. 그래서 오늘은 빠르게 이동하기 보단 내일 롱데이를 위해 최대한 최력안배를 하며 이동하기로 했다.
오늘도 왕치는 알렌이 리드하고 다카상은 나와 연걸이가 리드하다가 중간에 바꾸기로 했다. 다카상은 업, 다운 등을 설명이 필요하고 손에 있는 끈으로 옆으로 리드를 해야해서 좋은 길은 다카상이 걷고 나쁜길은 우리의 몫, 그래서 발에 피로가 더 많이 왔다. 하지만 왕치는 앞에 있는 리드자 가방에 끈을 묶어 앞뒤로 리드가 가능해 둘다 편안한 길을 걸어수가 있어 한결 수월하다.
지난 삼일 동안은 텐산산맥을 정면과 옆으로 이동을 했는데 금일 부터는 텐산산맥을 뒤에 두고 계속 이동한다. 먹구름이 거치자 뒤로 텐산산맥의 설산이 한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모두들 탄성을 자아내며 카메라를 눌러본다. 우린 가이드를 서로 바꾸어 가기며 CP3을 통과했다. 지난 3일동안은 눈과 비로 인해 낮에도 다운과 방수자켓을 모두 입었지만 오늘부터는 고도가 낮아지고 구름이 거치면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었다.
코스는 포도밭을 지나 마을을 들어서자 저 멀리 오산에서 영어선생을 했다는 미국인스텝이 다가와 물병을 건넨다 아직 3키로 남았으니 물을 보충하란다. 30분정도 걷자 피니쉬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첫날을 제외하고는 우리팀이 꼴지는 아니다.
오늘 숙소는 민가에서 조금 떨어진곳에 별돌만 쌓여 있는 곳에 텐트촌이 자리를 잡았다. 이제 내일 롱데이만을 남겨 놓은 상태라 마음은 한결 가벼지지만 발바닥은 물집으로 말이 아니다. 그리고 아침은 누룽지로, 저녁은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다 보니 이제는 입맛이 없어 비빔밥에 고추장을 듬뿍 넣어 먹고는 남은 커피와 둥굴레차를 마시며 내일 이동계획에 대해 나누는데 한국에선 보지 못한 엄청나게 거대한 보름달이 떠올랐다. 이렇게 오늘도 마무리를 했다.
[6월4일 목요일 ~ 6월5일 금요일 CAMP5] 오늘이 대회 다섯 번째날이다. 이틀에 걸쳐 80키로를 이동하는데 아침8시 출발해서 다음날 12시까지 완주 해야한다. 중간에 저녁식사는 CP6에서만 먹을수 있고 잠을 잘수도 있다. 금일 코스 난위도는 어려움(Difficult) 1구간, 보통(Moderate) 1구간이며, 쉬움(Easy) 6구간으로 나누어졌다.
출발하자마자 어려움(Difficult)구간이라 내가 왕치를 리드하고 알렌과 영걸이가 다카상을 리드하기로 했다. 지면이 돌과 갈아 놓은 땅으로 되어 있어 앞으로 전진이 쉽지 않다. 1시간 반정도 이동했을 때 갑자기 왕치가 내 가방을 땡기며 쉬어가자면 배낭을 벗고 땅에 앉아 신발을 벗는다. 초반이라서 부지런히 이동을 해야하는데 주어 앉아 일어날 생각이 않는다. 뒤에 오던 알렌이 왕치하고 스텝이 맞으니 나와 교대를 하고는 난 다카상과 함께 먼저 앞으로 나간다. 시각장애인 왕치는 달리기와 걷기를 반복하며 쉬면서 이동을 했지만 다카상은 언제나 쉬지 않고 꾸준히 걷고 시간만 되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CP1을 50분 일찍 도착해서 마을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누어주고는 난 다카상은 바로 출발해서 마을 벗어나는데 바닥에 자두가 하나 떨어져 있어 주워서 다카상이 한입씩 나누어 먹었다. 얼마나 달고 맛있던지 다카상이 “내 부인과 아이가 보내준 선물이라면 아리가또”라고 이야기한다.
낮에 이동시 더울 때 몸에 물을 뿌릴수 있도록 출발하기전에 물통 뚜껑에 칼집을 내어 동생들과 팀원들에 나누어 주었다. 물통에 이 뚜껑을 끼워 샤워기처럼 몸이나 목덜이에 물을 뿌리자 몸의 열기가 식는듯한 기분으로 온몸이 시원해진다. 햇볕이 뜨겁고 기온이 올라 많은 선수들이 힘들어 했다.
CP2에선 중국여성 한분이 “이 더위에 가다가 내가 쓰러지면 구해줄 사람이 없을 것“ 같아 포기를 했으며 CP3에선 미국인 남자선수가 더위를 먹어 포기하고는 위자에 앉자 쉬고 있다가 스텝차량에 탑승해 이동했다. 난 아침부터 속이 안 좋았는데 이상하게도 물이 너무 쓰고 포카리물도 목에 넘어 가지 않아 그냥 목만 축이고 계속해서 뱃으면서 CP4를 가는 도중에 먹은 거라곤 자두뿐었다. 약간이 탈수증상으로 계속이 졸음이 오기 시작했다. 겨우 CP4에 도착했는데 아미노산 섭취가 부족하다며 닥터 권유로 일단 섭취하고는 누워있는데 다카상이 허리하고 등 마사지를 받고는 1시간 가량 휴식을 취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다음 CP5까지는 7.8키로다. 그곳에서 식사도 하고 잠시 잠을 잘수 있다는 생각에 힘을 내어 출발을 했다. 가는도중 해는지고 21시50분경에 CP5에 도착하자 마자 텐트에 들어가 누워서 다시 아미노산을 섭취하고 뜨거운 물에 파워바를 억지로 먹고, 왕치의 마사지를 받고나니 온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역시 마시지하면 중국 마사지다...” 우린 텐트에서 1시간 30분가량 취침을 하고 1시에 일어나 다시 출발하는데 남은 사람이 우리뿐이었다. 지난 CP3에서 CP5까지 영걸이 혼자 다카상을 리드해서 CP5에서 CP6까지는 내가 다카상을 리드해서 걷는데 다카상이 걸으면서 잠을 잔다. “와우~~ 정말이지 기인이 따로 없다” 우리가 마지막 주자라 두명의 스텝이 표시 깃발을 뽑으면서 뒤를 따라온다.
CP6을 거쳐 CP7 가는 도중에 5시30분경에 해가 뜨기 시작한다. CP에선 신발을 벋고 쉬다가 다시 신발을 신으려면 발이 부어 억지로 넣는데 약간의 고통이 오지만 다시 걸을땐 고통스럽지만 몇 분 걷기보면 통증이 다시 무뎌진다. 우린 마지막 CP7에서 10분 휴식 후 물을 보충받고 추가로 물통 두 개를 챙겨 나선다. 이제 마지막 구간으로 검색돌이 깔려 있는 블랙구간이다. 아침햇살에 데워졌는지 벌써 검은돌에서 열기가 나오기 시작해 몸에 물을 뿌리며 걷는다.
우리앞에 두명의 선수가 보인다. 이 대회 최연소로 싱가폴 19세 참가자 여성, 그리고 덩치가 좀 있는 남성이다. 다리 상태가 안좋은지 절룩거리며 걷는다. 우리가 앞지르며 파이팅도 외쳐주고 머리에 물을 뿌려주니 감사의 표시를 전한다. 저 멀리 피니쉬라인이다 그런데 가도가도 거리는 줄어들지 않지만 보이니 희망이 보인다. 길고 길었던 롱데이를 마치고 골인하니 너무나 행복했다.
텐트안의 열기가 높아 텐트밖에 그늘진 모래위에 누워 더위를 식혀본다. 그런데 바람이 심상치 않게 계속해서 불어와 주변 텐트를 하나둘씩 쓰러트린다. 난 우리 텐트가 넘어가지 않도록 사수하기 몇 시간 그런데 갑자기 손발이 저려온다. 그래서 아미노산을 섭취하고 아미노산섞인 물을 마시라고 다카상이 권한다. 그리고 동료들이 내몸에 물을 뿌려 열기를 식혀준다. 정말이지 어느 순간도 방심하면 안되겠다. 잠시 진정되어 밖에 바위아래 그늘로 이동해서 누웠는데 얼마가지 않아 우리텐트도 쓰러졌다. 점점 모래태풍이 거세지니 모든 선수들 안전하게 바위 뒤로 대피하라고 해 우린 쓰러진 텐트에 가서 짐을 챙겨 빠르게 바위뒤에 앉아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앉아 있었다. 그렇게 몇 시간을 지나도 모래태풍 기세가 줄어들지 않자 스텝진이 내일 경기는 캔슬이고 버스 차량을 대기시켰으니 줄을 서라고 한다. 그런데 버스가 있는 곳까지 이동할 차량이 없는지 기다리다가 오늘은 그냥 여기서 노숙을 하란다 그 시간이 23시30분이다. 우린 오후내내 쉬지도 못하고 뜨거움과 모래태풍에 시달리다가 23시가 되어서야 모래위에 메트리스를 깔고 헤드렌턴을 켜 물집치료를 한후에야 잠에 들었다. 잠자는 동안 주변의 쓰레기와 플라스틱 물병이 날아가는 소리가 나고 빗방울이 떨어져 물건들은 잘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다시 청하기를 반복하다가 3시30분에 일어나란다. 짐을 챙겨 버스로 이동할테니 줄을 서고 우린 콤비버스를 이용해 버스가 대기한 곳으로 이동해 탑승한 후 호텔에 10시에 도착했다.
[6월6일 토요일 / 6월7일 일요일] 마지막날 11키로를 달리며 피날레를 하지는 못했지만 노숙까지 하는 시간을 보냈기에 선수들의 건강을 생각해 마지날 경기를 캔슬하고 바로 호텔로 이동했다. 피니쉬 라인에서 3개국 국기를 갖고 사진을 못 찍어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호텔 정원에서 대신해서 몇장 사진촬영을 하고 호텔로비에 들어서자 알렌이 아는 중국 여성분이 우리팀을 위해 꽃다발까지 준비해주셨다. 점심은 하미에서 유명한 면집에 가서 한 그릇씩하고는 주변시장에 들러 과일을 사서 호텔로 들어와 잠시 낮잠을 청했다.
저녁 7시 호텔 3층홀에서 저녁파티가 있었다. 행사가 시작하자 먼저 식사와 맥주와 포도주를 나왔고 텐트별 선수가 호명이 되어 완주자에게 메달이 수여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7번텐트 한명 한명 호명이 되었고 목에 걸어주는 커다란 고비대회 메달을 받고는 작은방울소리팀 5명만 남아 사진촬영후 자리로 들아가는데 그 홀의 모든 분들이 자리에 들어갈때까지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었다.
텐트별 메달 수여가 끝나고 연령별 시상에서 가장 먼저 남자 20대 1등인 한국의 고민철을 호명하고 되었다. 처음으로 나간 풀코스대회에서 3시간30분을 기록하더니 이번 고비대회에서 수상하는 영광을 얻었다. 그리고 여자 전체 2등으로 송정미는 외모는 통통해 전혀 입상권에 들거라는 생각을 안했는데 이 동생은 예전의 서브3를 한 진정한 마라토너다. 그리고 단체 1등으로 홍콩팀, 2등으로 중국 상하팀이 받았다, 이제 마지막으로 특별수상 3개중 1개만을 남겨 놓고 있는데 갑자기 우리팀을 호명한다. 우리는 서로손을 잡고 앞으로 나가 쟁반트로피를 받았다. 사막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우리의 의미를 부여받는 뜻깊은 시간으로 돌아왔다.
다카상, 알렌, 왕치, 카메라맨 2명과 인사하고는 22시에 호텔을 나와서 하미역에서 23시25분 기차를 타고 우루무치남역에 다음날 6시5분에 도착해서 바로 우루무치공항 3터미널에서 중국남방항공편으로 인천에 들어왔다.
11일동안의 중국에서의 생활은 “혼자라면 빨리 갈수 있지만, 함께라면 멀리 갈수있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혼자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 이 고비사막을 오기 위해 그들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했다. 그런데 우리 정상인이 손을 잡아주지 않으면 그들은 올수 없다. 이 대회 한달전에 주최측에서 이메일이 날아왔다. 브라질 시각장애인이 대회를 참가하려는데 함께할 가이드를 찾는다는 글이었다. 그런데 다행이도 그 친구 가이드를 구해서 대회에 참가해 완주를 했고 우리팀과 모두와 함께 웃으면 사진도 찍었다. 아직 이 사회는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함께한 시간 동안 내가 손을 내밀어 그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었고, 그들 역시 우리에게 그들의 재능인 마사지로 우리에게 보답해주었다. 서로를 의지하며 힘들게 골인해 함께 눈물을 흐린 그 시간 우리들 각자에게 헛되지 않은 소중간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우리 한중일 프로젝트를 구상했지만 부상으로 함께하지 못한 김기호(47세, 일본거주)형에게 감사를 전하며, 앞으로 계획한 프로젝트들이 모두 순탄히 진행되길 기원해 보며, 일철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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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장문의 후기 끝까지 잘 읽어 보았다! 멋진 추억을 남겼네. 그리고 마지막에 기대도 안했던 수상까지 한거 많이 축하한다. 이제 좀 푹 쉬면서 회복을 빨리 하기를 기원한다. 장수 한잔 할 시간 만들어 보자! 힘!
회복하고 장수먹으러 갈께요^^
멀고 먼 험난한 길..그리고 악천우...
살아서 돌아와 주어 감사하고 부럽고....
회복 잘 하고 월례회때 시간되면 나오시게..
월례회날 집사람 요리교실 있어서 제가 딸을 봐야해서요...혹시 시가내서라도 인사하러 잠시 들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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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재성씨...
언제나 일철의 총무로서 열심히하는데 많이 참석하지 못해 미안하네...하반기에는 많은 내도록할께^^
수고했다^^
감사합니다^^
성인씨..회복 잘하게나..극한환경만 골라 다니네. 따뜻한 맘도 보기 좋고..
감사해요
어찌하다 보니...담에 형님도^^
“혼자라면 빨리 갈수 있지만, 함께라면 멀리 갈수있다.
공감가는 글입니다. 긴 여정을 돌이켜보면 짧지만 그순간은 영원할 거라 생각합니다.
성인씨가 일철이라서 자랑스럽네요.
완주 축하하며 빠른 회복 바랍니다.
함께한 시간동안 힘이 들었지만 서로를 의지해 보낸 시간 정말이지 소중합니다...감사합니다^^
완주 축하합니다. 빠른 회복 빕니다.
대회전에는 몸관리한다고 못갔는데 이젠 잔차 타러 나갈께요...뒤를 부탁해요 선배님^^
보통 후기 읽으면 한번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드는데, 고비대회는 엄두가 안나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조만간 대회 얘기 함 해주세요~~
현성씨 근성이면 하고도 남죠 엄살은...ㅋ
뜻있는 완주 축하합니다. 매번 아무나 하기힘든 도전으로 신선한 자극을 주는군요.
항상 건강하게 앞으로도 쭈욱 건승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사막에서 만난분들과 인연이 되어 여기까지 온것 같네요...
이제 일철분들과 함께 즐겁게 운동해야죠^^
먼길 무사히 완주 축하드립니다~~^^
용기 있는자만이 느낄수있는 뿌듯함이 부럽습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저 또한 평소 선배님의 운동량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인생의 추억을 또하나 남겼구먼~
인생의 뒤안길에서 남는 것은 젊은 날의 알흠다운 기억들 뿐이라고 하는 데...
그대는 인생이 즐겁겠소~^^~ 회복 잘하고~ 화이팅!!!
고생많았고 수고했읍니다
수고했어 긴 거리 만큼 긴 후기 좋았다 나도 도전은 하고 싶은데 울트라 100km 한번 뛰고 질려서 ....
회복 잘 하고 길바닥에서 봐
홀~쭉 해 지셧네요!.
빠른 회복 하십쇼~
울 친구 정말 대단하다. 고생 많이했어.. 조만간 함 보자
정말 멋진 일 하셨구요. 대단하십니다.
으이고, 징해라.. 사철의 변화를 온 몸과 마음으로 겪어낸 성인씨!!
마지막엔 얼마나 찡~한지..ㅠㅠ
마음은 다 회복되고 충전되었겠지만 힘든 발가락과 다리, 언능 회복 잘하길..
위엄있는 텐산 산맥을 바라보고, 뒤에 두고 걷고 달리고 한다는 것, 부럽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 보니, 나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
예전에 갔었던 우루무치의 야외 노천 시장과 하미도 갑자기 그리워진다.
덕분에 여행 잘하고 왔어, 고마워 성인씨!!
흐-미~~그냥 대회 후기가 아니고 월드대회후기??
대단하십니다... 사막도 건너는데 까짓꺼 일산이 그리 멀진 안쵸??
저도 잘 못나가지만 속히 뵙길 바랍니다........형님 열정에 짝짝짝!!!!
선배...전 커피마시면서 천천히 읽어야 재미있을듯해서 일단 완주축하만...ㅎㅎ 고생하셨어요~
한편의 디스커버리 채널을 본듯한 생생함이 느껴졌네요.
정말 대단하세요.
세상은 넓고 도전할건 참 많네요...
힘네세요...파이팅!!!
참 의미있는 일을 해냈구먼! 장하고 부럽기도하고...갈채를 보내네! 멋쟁이 성인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