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청주MBC에서 방송 촬영이 온날이었습니다.
사실 지역에서 방송촬영을 하는 일은 매우 피로감이 크게 옵니다. 무엇보다 방송촬영을 통해 어르신들을 세워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하는데, 결과물에서는 동락점빵이 더 세워지는 모습을 보이게 됨으로써 지역 어르신들을 향한 시선은 시혜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하지만 이번 청주 MBC의 촬영을 허락 하게된 배경에는 충북 옥천에서도 동락점빵과 같은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여 학습을 병행한 촬영을 한다는 것이 첫번째이며, 무엇보다 마을 이장님을 비롯하여 어르신들께 사전에 허락을 모두 구하고 동의해주셨기에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촬영을 허락받기 위해서 영광까지 찾아와서 3시간 가량 설득해주신 김우림 피디님의 정성이 있었기에 내부 공동체에서도 동의를 해주셨네요. 당일 촬영에 정신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며 즐겁게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동장터 진행한 내용 풀어보겠습니다.
9시 25분,
아침에 인터뷰를 진행하고 짐 싣는 과정을 찍고 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습니다. 점점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져서 빨리가야겠다 싶었습니다. 도착하니 어르신들 그래도 나오셔서 필요하신 물건들 고루고루 갖고 가십니다. 다행히 미리 나와서 기다리신 어르신이 안계셨습니다.
물건 드리고 있을무렵 건너편 골목에서 어르신이 손짓하십니다. 어서 마치고 넘어갑니다.
어르신께서는 계란 3판, 부탄가스 하나를 주문하셨습니다. 가족분들이 많이 오시나보나 싶었습니다. 여쭤보니, 자녀들한테 계란을 주기 위해서 추가로 구입한다고 하십니다. 자식들도 각 도시에서 다 사먹을텐데, 계란 한판 챙겨주시는 어르신의 마음이 부모의 마음이구나 싶었습니다.
9시 40분,
회관에 어르신께 인사드리고 나오던 찰나, 한 어르신이
"울집에 좀 갈란가~ 요구르트랑 계란 좀 사야쓰것네" 하십니다.
어르신 집으로 다시 올라가서 물건 내리고 말씀드리던 찰나 어르신께서 그러십니다.
"회관으로 아이스크림 시키거든 그냥 좀 갖다 줘~ 내가 일부러 우리 회원들한테 그리 말한거니께~ 돌아가면서 사자고 했네~" 하십니다.
"뭐라도 갈아줘야하는데, 이렇게라도 갈아주면 좋잔아~" 하시는 어르신.
"지난번에도 아이스크림만 달라하기 뭣해서 고추장, 밀가루 있는데도 추가로 달라고 했어~"
만원으로 부르는 일에 염치가 있는 어르신입니다. 우리는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만원이라도 갖다드린다 하지만 받는 입장에선 그럴 수 없습니다. 어르신께 잘 알겠다고 말씀드리고 나오던 찰나 방 안에 시계들이 다 다른 시간을 가르키고 있었습니다. 어르신의 시간은 무엇으로 확인할련지.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지.. 조정해드릴까 하다가 어르신께서 여쭤보니 그냥 두라는 말씀에 조용히 나왔네요.
10시 10분,
어르신 댁에 챙길 물건 갖고 올라가려고 했는데, 오늘따라 갖고 갈 물건이 별로 없습니다. 요플레도 없습니다. 고민이 되었지만, 일단 갖고 갈 수 있는것만 갖고 갔습니다. 그러곤, 어르신께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어떤 것을 갖고와야할지 모르겠다고.
말씀을 못하시던 어르신은 웃으시더니, 갖고간 물건 중에 필요하신 물건들을 고르십니다. 그러곤, 손가락으로 뭔가를 표현하십니다.
혹시 요플레를 원하시는건지 여쭤보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글도 못쓰시고 말도 못하시는 어르신과 이렇게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다음주엔 어르신이 원하시는 요플레 꼭 챙겨서 방문해야겠다 싶었습니다.
10시 15분,
회관 안에서 어르신이 옷을 입으며 부랴부랴 나옵니다.
"나 집에서 돈을 갖고와야하는데 없어서 미안하네~" 하시며,
"두홉짜리 하나 줘봐~" 하십니다.
회관에서 드시려나봅니다. 외상으로 하신다고 하셨지만, 미안하셨는지 카스타드 추가로 한 개 더 사십니다. 작은 돈으로 외상하는 것이 염치가 보이셨나봅니다. 어르신께 감사 인사드리고 바로 이동합니다.
10시 30분,
마을 어르신께 돼지고기를 갖다 드리는 날입니다. 시정에 어르신들이 나와계셨지만 해당 어르신은 안계셨습니다. 무슨일인지 여쭤보니,
"어~ 그 냥반 더위 먹어서 서울 올라갔어~" 하십니다.
"한동안 안올텨~"
요즘 더위 때문에 병원에 실려갔다는 어르신, 쓰러졌다는 어르신 소식이 많이 들립니다.
한동안 고추 수확에 집중하는 시기인데, 폭염과 맞물리다보니 쉽지 않습니다. 어르신들 건강이 늘 최우선입니다.
10시 45분,
평소처럼 어르신 댁에 가서 어르신~ 하고 말씀드렸더니 돌아오는 답은 "안사요~" 였습니다.
오늘은 낯선 남자가 누워있습니다. 휴가를 맞아 가족들이 집으로 왔던것이었습니다. 그간 점빵을 운영하면서 해당 어르신의 아들에게 종종 문자를 보내곤 했었습니다. 어르신께서 아들명의로 온 지로나 고지서 등을 사진 찍어서 아들편에 보내기 위함이었지요. 그 문자 보낸 사람이 집으로 이렇게 종종 찾아온다는 사실을 그분은 알고 계셨을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어르신 댁에 여러 가족들이 와서 같이 있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아드님께는 취지를 설명드리니 이해하시며 "좋은 일 하시네요~" 하십니다.
우리 이동장터는 그저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위해 앞으로 더 노력해야겠다 싶었습니다.
10시 50분,
밀차는 있는데, 어르신의 인기척이 안느껴집니다. 앞, 뒤 문을 다 확인해보니 어르신이 집에 안계신것 같았습니다.
일단 회관으로 가서 어르신 안부를 확인해보고자 합니다.
11시,
방송을 위해 셋팅을 하였습니다. 미리 이장님과 어르신들께 말씀을 드렸고, 시간에 맞춰 회관에 가겠다고 하였습니다.
준비하는게 늦어졌습니다. 생각보다 붙일 장비가 많고 셋팅이 많아지네요. 20여분의 시간 끝에 셋팅을 모두 끝내고 시작합니다.
회관에 들어가서 어르신들과 인사드리며 이동장터 이야기를 나눕니다. 방송인 로미나와 김종석님이 함께 오셔서 어르신들 흥을 돋우셨습니다.
회관에서 이동장터에 대한 이야기를 가볍게 나누고, 아까 10시 50분에 안계셨던 어르신집에 함께 동행하였습니다.
어르신께 전화를 드려보니 낯선 사람이 받으셨습니다. 이번에 새로 바뀌신 요양보호사셨습니다. 어르신 모시고 병원 갔다가 복귀하는 중이라고 하셨습니다. 함께 동행한 방송인들과 함께 안도를 하며 오전 촬영을 마쳤습니다.
13시 20분,
이동장터 지나가는길 시정에서 어르신들이 손짓하십니다.
시정에서 쉬시면서 있다가 막걸리와 우유를 사시겠다며, 손짓 해주십니다. 마을에서 이동장터 차를 보며 불러주시는 어르신들의 마음이 감사합니다.
13시 30분,
오후 회관 촬영도 추가로 해보고자 하신다하셔서 회관 어르신께 미리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은 괜찮다고 하시며 오라고 해주셨습니다. 회관에 방문을 하니 어르신들께서 로미나님을 먼저 알아보셨습니다. 티비에서만 봤던 방송인이 이렇게 오니 너무나도 좋으시다며 신이 나셨습니다. 어르신들께서는 '여자의 일생' 이라는 노래를 함께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네요.
14시,
오전에 주민이 없었던 마을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홈키파를 갖다달라는 말씀이었습니다.
회관에 들려서 확인하니 어르신들이 모두 모여계셨습니다. 커피도 한 잔 내어주시고, 아이스크림도 하나 주셨습니다
그렇게 주문하신 것들 받아 적다가 한 어르신이 그러십니다.
"점빵에서 산 종이컵이 어찌 다 줄줄새?"
당혹스러웠는데 일단 환불해드리려고하였으나 자세하게 보니 저희 점빵에서 취급하는 브랜드가 아니었습니다.
동네 어르신 중에 한 분이 읍내에서 종이컵을 사셨던것 같았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아무런 말씀도 못하셨습니다. 어르신께
"민망하시죠?" 라고 하니, 웃고 넘어가십니다.
아직까지도 질이 안좋은건 점빵에서 샀다고 생각하시는 몇몇어르신들.
점빵에서만 물건을 구매한다고 말씀하시는 몇몇 어르신들. 실제로는 그렇지 않는.
속상한 순간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무한의 신뢰로서 어르신들께 더 가가며 노력하는 점빵이 되야겠다 싶었습니다.
14시 30분,
시간이 많이 늦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관은 들려서 인사는 해야합니다.
어르신들께 인사드리고 필요한건 있으신지 여쭤보고 바로 나오려고하던 찰나,
"커피는 한 잔 하고 가야지~" 하십니다.
그래도 이야기는 해야합니다. 커피 한 잔 한 번 더 마시고 갑니다.
14시 40분,
후다닥 와서 시간을 간신히 맞춰갑니다. 어르신들께 인사드리며 물건 건네드리는 중, 전 부녀회장님 큰 수박 한 통 주십니다.
"이거 갖고 가서 딸래미랑 같이 먹어~" 하시는 어르신.
항상 물건을 많이 팔아주시고 선물까지 주시는 우리 전 부녀회장님이 감사했습니다.
15시 10분,
어르신께서 카스 한 박스를 사십니다. 이 많은 양을 어찌하시나 싶었지만 이장님 댁에 한 박스두라고 하십니다.
이장님에게 도움을 받으셨나봅니다. 어르신들은 도움을 받으면 항상 보답하시는 것이 어르신들입니다. 지나가는 길에 내려두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동하던 찰나 우리 회관에 한 어르신 떡을 찌셨다며 받아가라고 하십니다. 이쁘게 하나씩 담아서 주시는 어르신. 우리 어르신들께 하나씩 나눠드리며 자리를 나섰습니다.
오늘은 방송 촬영을 진행하느라 정신이 없던 하루였습니다. 오늘의 방송촬영 결과가 잘 나오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