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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격조했습니다. 지금 보니 20일 전이더라고요. 진짜 가면갈수록 시간에 대한 개념이 둔감해지는 기분이네요. 흠...
이런 좋지 않은 투자 연대기를 쓰는 입장에서 말하니까 설득력이 없어보이지만, 주식을 엄청 꼴아박아서 지친 마음에 안 쓴 거는 아닙니다. 꼴긴 했지만! 애초에 많이 넣을 수 없었기 때문에 타격도 덜합니다! 기분은 나쁘지만!(..)
하지만 어떻게 보면 제가 이번에 쓰려던 취지의 글과 비슷한 상황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좀더 빨리 쓰는게 좋았을 것 같기도 하지만..
대놓고 쓰자면, 저는 독선적입니다.
어릴 때부터 고지식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집에서 가족들과 얘기하든, 대학에서 친구들과 논쟁하든, 늘 일단 내 생각은 안바꾸고 다른 친구들 말을 들었으며, 내 생각과 다른데 안바꾼다면 고집이 세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내가 제일 셌지만(...)
이 부분이 분명 좋은 결과를 낳을 때도 많았습니다. 공무원을 하시는 분들을 모독하는건 아니지만, 어쨌든 가족들이 얘기한걸 그대로 따랐다면 공무원이 되었을지도, 아니면 아직도 공무원 공무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결과적으로 제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이상하게 주변 친척이나 친구들은 학창시절엔 공부, 대학에선 취업 같은 부분에서 신경을 잘 안쓰다보니 혼자 알아보고 혼자 조급해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후에도 제 주변에서 제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조언을 할 때, 물론 좋은 점도 많았고 후회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대로 따랐다면 지금쯤 정말 많이 후회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건 제가 좋은 부분만 기억해서 그렇습니다. 제가 진짜 멋대로 했다면 갑작스레 대학원에 가서 앞으로 진로도 못찾고 헤매었을 가능성도 높았고, 어쩌면 은사님의 말씀을 안듣고 공부 안하다 고졸 은둔형 외톨이가 되었을지도 모르죠.
그러니까 저는 가끔은 옳은 판단을 하는 독선적인 성격과 그런 저를 어떻게든 붙들고 폭주하지 않도록 힘쓴 주변인들의 합작품일 겁니다.
그리고 재테크. 제가 지금 시점에서 과거를 다시 돌아보자면 저한테는 무수하진 않더라도 가끔 오던 기회마다 옳은 조언을 해주는 사람,책들이 참 많았습니다. 개중에는 지금 봐도 영 아니다 싶은 것들도 있지만, 간혹 그 때 그 책, 그 사람의 조언을 따랐더라면, 내 고집을 꺾었더라면 어땠을까 싶을 때가 있더라고요.
하지만, 재밌는건 사람들이 꼭 맞는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사람들은 대체로 안맞는다고 보는게 더 맞죠.
넵, 사람들은 보통 스스로의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하지만, 길게보면 제대로 판단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고, 저도 그 사람에 속합니다.
어느 책에서 보면 스스로의 문제를 인식하려면 사람이라는 보편적인 단어로 정의하기보다 나,로 특정지으라고 하더군요. 그래야 책임을 범위가 넓은 쪽에 미루지 않고 스스로를 바꾸려 하기 때문이라던가요.
그러니까 이 글에서는 미리 말해두겠습니다. 저는 틀렸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조언하는 사람들도 틀렸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틀렸다는 것을 인정한 사람이, 결과적으로 옳게 되더라고요.
투자에서는.
이와 관련해서 한번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왜 열린 귀로 살아야 하는가
마이너한 것들을 워낙 많이 말하면서 망한 얘기를 했으니, 이번엔 좀 메이저한 분야로 가겠습니다.
네, 아파트입니다. 물론 저는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얘기에 동감합니다. 다만 현재 가장 고가의 자산으로 오르기와 내리기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예전엔 후자에 대해 동의를 못했죠. 저는 살아오면서 '사람은 어디서든 살 수 있다'라는 인생관? 경험에 의한 철학?을 가졌기 때문에, '사람이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주거의 안정이 필수다. 그리고 빈민/서민층이라면 공공주택으로 보완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생활의 안정을 꾀하여 인재의 양성/경제적 독립으로 결과적으로 사회 계층의 순환이 발생한다' 라는 논리를 상당히 좋아하고.... 사실 지금도 좋아합니다. (망해가지만) 투자에 진심인 제가 이중적인 모습을 가졌다고는 생각되어도 여전히 포기하기 어려운 논리죠.
그리고 이러한 논리에 따라 제가 상당히 좋아했던 정책이 공공임대주택사업과 금리 인상이었습니다. 금리 인상은 막상 하니 뒤질거 같지만(...) 그래도 필요하다 생각하고, 공공임대주택사업도 마찬가지죠.
이런 사회를 만들겠다고 정부가 포부를 드러낸 때가 2017년이었습니다. 그리고 전 이 책을 2017년 후반에 읽기 시작했죠.
저도 일독을 한 후 한번도 안읽었으니 벌써 5년 가까이 지났네요. 하지만 지금도 기억이 나는 대목이 몇개 있는데, 그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 집값이 오를 것 같은가, 라는 질문이 들어온다면, 나는 조심스럽지만 집값은 당분간은 계속 오르리라 생각된다고 말할 것이다. 이유는
가. 당분간 서울은 입주물량이 마른다. 규제가 들어오기로 계획되어 있는 이상 그 물량은 더 줄면 줄지 많아지긴 쉽지 않다.
나. 인구수로 보면 서울은 줄어드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중요한 요소는 가구수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서울의 가구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집이 필요하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이 책 덕분에 인구수가 잘못 알려주는 부분을 알게 됐고, 입주물량의 중요성도 알게 됐습니다.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한건, 그때까지는 부동산이 오른다 오른다 해도 제대로 공부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고, 입주물량과 가구수에 대해서도 말해주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는 겁니다. 어떤 의미로는 저는 읽어야할 시점에 적절한 책을 읽은 셈이죠.
문제는 저는 이 책에 비판적이었단 겁니다.(..) 사실 저는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대통령의 각오에 따라 '분명 집값은 떨어질테고, 떨어져야만 한다'에 올라탄 상황이었고, 그래서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약간 비딱한 시선으로 봤습니다.
'아니, 이렇게 규제가 예고되어 있는데 오른다고? 이거 갈아타기 위한 상술 아냐?'라고요.
그리고 제 생각대로 규제는 정말 많았고, 거기에 추가로 규제, 규제, 규제가 들어갔습니다. 금리도 올렸고요.
근데 오르더라고요 민망하게(...)
제가 제 생각을 깨는데는 꼬박 3년이 걸렸습니다. 늘 거품이라 생각하고, 이거 떨어진다 떨어진다 생각했는데 안떨어지더라고요. 그제야 생각을 고쳐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 생각의 댓가로, 2년이 지난 뒤 본가 근처의 아파트가 1억이 올랐더라고요.
1억이면 많이 안올랐네 싶죠?
근데 그때는 많이 올랐네 싶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4~5억이 올랐습니다. 숨만 쉬고 월급을 모은다고 해도 몇년은 당연히 걸리죠. 생활비 쓰고 그런다면? 어허어허 으허허
고작 3시간동안 책의 내용을 읽기만 하고 시도 한번 안해본 이유로 제 인생의 난이도가 몇년만큼 높아진 셈입니다.
이게 인생이지...? 아니죠. 더 좋은 선택이 있을 수 있었죠.
늘 귀를 열어 두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사기꾼이 즐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감당이 가능한 정도라면, 그리고 공부를 할 수 있다면, 그 열린 귀로 들어오는 것이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2. 나도 틀렸지만 너도 틀... 어?
하지만 늘 귀를 열면 안됩니다. 바로 1번 내용 카운터!(...)
투자 고수는 늘 어딘가에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고수의 말이 늘 맞지는 않다는 거죠. 그럴때, 우리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그 사람에게 책임을 미룬다? 그거야말로 비효율적인 짓입니다. 첫째로, 친한 사람이었다면 호의였고 그저 안맞았던 거고, 둘째로는 님의 자본을 쓴거지 그사람의 자본을 쓴게 아니며, 마지막으로 그런다고 돈이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런 비정한 세상이라니!
그러한 안타까운 상황이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2018년을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워낙 기록적인 나날들을 보내서 아마 아시리라 믿습니다.
네, 이 시기입니다.
폭염으로 너도나도 에어컨 안쓰면 죽는다고 하던 그 나날들
https://namu.wiki/w/2017-2018%EB%85%84%20%ED%95%9C%ED%8C%8C%20%EB%B0%8F%20%ED%8F%AD%EC%84%A4%20%EC%82%AC%ED%83%9C
그리고 2018년 1월... 꺼무위키(..)에조차 올라온 기록적인 한파, 롱패딩 전성시대... 그야말로 끝과 끝을 경험한 해였죠.
그래서였을까요? 천연가스도 여름에 살짝 올랐다가, 2018년 연말이 되자 미친듯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지금 와서는 이유가 기억 안나지만, 그때쯤 재고에 대한 이슈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미 2018년을 겪고 사람들이 미리 천연가스를 쟁여두려는 이유일 수도 있고.. 잘 모르겠네요.
아무튼 이 해에, 제 주변에서 천연가스에 투자해 이익을 본 분이 계셨습니다. 그 분은 50% 쯤에서 익절을 했기 때문에 이후 3배까지 오른 레버리지 수익을 얻지는 못하셨지만, 사실 50%도 대단한 수익률이죠. 그렇기에 저도 귀가 솔깃해졌고, 그분으로부터 몇가지 조언을 받았습니다.
가. 천연가스 선물은 10~11월에 많이 오르며, 12월부터는 서서히 떨어지고, 2~3월까지는 숄더 시즌이라 하여 가격이 내리막길을 걷는다.
나. 천연가스는 여름에 전력소모가 많아서 올라가며, 겨울에도 사용량이 많아져서 올라간다. 이 때를 노린다.
당시 부동산 등을 놓친 걸로 기회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있던 저는(..), 이 분의 말과 여러 사이트를 확인하고 바로 조금씩 넣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19년 2~3월쯤이었던 것 같네요.
심지어 당시 저는 나름 계획이 있었습니다. '2~3월이면 숄더시즌이 대충 마무리 지어지니까, 그 때 사면 저점매수겠지?'라는 생각이었죠. 그 분의 조언과 이전(2018년)의 차트를 종합한 뛰어난 계획이었습니다.
그리고 약속의 나락이 시작됐습니다(...) 그야말로 천천히, 하지만 꾸준하게 천연가스가 떨어지기 시작했죠.
당시 천연가스가 떨어진 이유는, 사실 간단했습니다.
가. 천연가스가 잘 팔려서 많은 사람들이 천연가스 생산사업을 시작했다.
나. 이번엔 별로 덥지도, 춥지도 않았다(..)
수요와 공급 곡선에 따라, 천연가스는 오를래야 오를 수 없는 대목에 선겁니다. 사람은 많아졌는데 수요가 줄었다? 아 ㅋㅋ 나락 가야지
그래서 나락 가는 줄 알았습니다(..) 와 처음부터 거치했으면 그 돈이 반으로 깎였을텐데, 다행히 상여금 들어올때마다 물타서 25% 하락으로 손절했네요 ㅋㅋ
....그냥 안넣었으면 수십만원 손절이었지만(...)
이렇게 눈물을 머금고 손절한 후 나중에 그 분(편의상 고수)과 그분의 부하직원(부하)을 다시 만났습니다.
통장: 고수님, 천연가스 어떻게 되셨습니까? 으아, 저는 망했네요. ㅋㅋ
부하: 아ㅋㅋ 천연가스 들어가셨어요? 청산 당하셨나요?
통장: 네? 아뇨 레버리지인데 청산은 안당했어요 다행히 ㅋㅋ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부하: 다행이네요. 저는 3배수 했는데 청산 되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
통장: 와 장난 아니네요; 고수님은 어떻게 되셨나요?
고수: 난 그거 떨어지길래 인버스로 갈아탔지. 본전은 회복했어.
통장: !!!
아니? 나한테는 천연가스 레버리지를 추천해놓고서 인버스로 갈아탔다고? 이게 말이야 방구야?
근데 사실 이 분의 조치는 적절했습니다. 이미 차트는 원하던 모양새가 나오지 않았고, 이미 숄더시즌이 지나고 올라갈지 말지 모르는 상태라면 인버스도 좋은 조치였죠. 그러니까 잘 모르는데 성공한 사람 말만 듣고 고집한 제가 잘못한 거였습니다.
이 부분은 고수들도 간혹 당하는 경우가 있죠. 미국에서 유명한 투자자 중 한명이자 <기술적 분석 모르고 절대 주식투자 하지마라>의 저자인 잭 슈웨거도 저와 비슷한 경우를 당했습니다.
언젠가 그가 아는 최고의 투자 고수 중 한명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 분께서 본인에게 물어봤다더군요.
'앞으로 달러가 어떻게 될거 같나?'
잭 슈웨거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달러가 오를거 같다,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말했나봅니다. 그랬더니 그 투자 고수는 달러가 내려갈 요소를 50가지는 넘게 설명했다 하죠.
잭 슈웨거야 스스로 생각은 그렇다 할지라도, 분명한건 그 분은 투자계에서 알아주는 걸물이었고, 그래서 자신의 생각을 수정해서 달러를 매도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달러가 오름(....)
이후 잭 슈웨거는 그 분과 다시 얘기를 할 기회를 얻습니다. 그래서 그분에게 물어보죠. 달러는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그러자 그 투자 고수는 그 전부터 달러에 대해 매수 포지션을 취하고 있었으며 이번엔 달러가 올라갈 요소를 역시 가열차게 설명했다고 합니다(...)
과연 그 고수가 잭 슈웨거를 엿먹이려고 그랬을까요? 글쎄, 그렇다면 굳이 자신의 명성을 어지럽힐 이유가 없기도 하고, 사실 그렇게 잭 슈웨거가 망한다고 해도 스스로의 명성이 오르기도 어렵습니다.
잭 슈웨거는 말합니다. 그건 고수의 잘못이 아니라고.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 보니 달라질 수 있는겁니다.
그때 맞는 것이 지금 맞는건 아닙니다. 반대로 그 때 안맞는게 지금은 맞을 수 있죠. 그렇기에 투자를 할 때 존버는 좋다고 하면 좋지만, 최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라면 바로 고개를 털고 놓아주는 것도 살아가는데 있어 괜찮은 방법이죠.
물론 잭 슈웨거도 열받았을지 모릅니다. 그 일화를 마음에 담아뒀다가 이렇게 책으로 쓰려면 일단 인상이 정말 깊어야죠(..) 하지만 그렇다고 화를 낼 곳은 없습니다. 안믿으면 그만이었는데, 믿어서 생긴 일이니까요. 결국 스스로의 책임인거죠.
넵, 결국 그렇습니다.
나는 틀리고, 너도 틀립니다. 하지만 개중 스스로가 틀렸음을 먼저 아는 사람이 좀더 나은 길을 걸을 수 있다 생각합니다.
뭔가 심상치 않은데 옳다고 생각한다면, 글쎄요. 제 생각에는 둘 중 하나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사람은 스스로가 옳기에 끝까지 옳다고 여기는 길을 걷고 결말을 내거나(카X오 장기투자자, 워-렌 버핏이 희망편)
너무 늦게 생각을 바꿔서 결국 옳은 것이 틀려졌을 때 그 길로 옮겨가거나.
마지막으로 제가 처음으로 산 주식인 큐로컴을 보이면서 이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네, 큐로컴을 앞으로 10년정도 더 기다릴 경우 언젠가는 제가 샀던 가격보다 더 높은 곳에서 팔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큐로컴이 떨어지던 그 때 큐로컴을 손절하는 쪽이 마음고생도 안하고 다른 좋은 주식을 찾을 수 있었을 것 같네요.
물론 좋은 것을 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것을 사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나쁜 것을 하였을 때, 빠르게 알아채고 자세를 전환하는 것, 그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럼 오늘 글은 여기서 끝!
첫댓글 5편이 두개에욧!
앗, 아앗... 감사합니다. 수정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