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3670]강석덕(姜碩德)선생-瀟湘八景圖[소상팔경도]
완역재(玩易齋) 강석덕(姜碩德, 1396~1459년) 선생은
조선 전기의 문인으로 시와 글씨에 뛰어났다.
일생 동안 학문에 힘쓰고 청렴강개하였으며,
효우(孝友)가 지극하여 명망이 높았다.
태종 초에 음사(蔭仕)로 계성전직(啓聖殿直)이 되었으며,
공조좌랑으로 재직 중이던 1416년(태종 16)에
천추사(千秋使)가 가지고 간 무역품 중에서
공조가 납품한 은이 가짜로 판명됨에 따라 파직되었다가
곧 복직되었다. 저서로 『완역재집(玩易齋集)』이 전한다.
원문=동문선 제22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東文選卷之二十二 / 七言絶句
瀟湘八景圖。有宋眞宗宸翰。
[姜碩德]
茂陵宸翰照蒼旻。虎卧龍跳儘絶倫。
自是當時聊遣興。那知睿奬異時新。
解衣盤礡問何人。意匠經營妙入神。
試向晴䆫時一展。怳然坐我洞庭濱。
靑煙漠漠鎖巑岏。松檜陰森路屈盤。
試問招提藏底處。一聲鍾落白雲端。
右煙寺暮鍾
淸秋極浦逈連天。欵乃一聲若箇邊。
日落風輕蘋滿水。片帆飛過碧山前。
右遠浦歸帆
海門推上爛銀盤。鐵笛聲高萬頃寒。
最是淸光秋更好。凭欄須到夜深看。
右洞庭秋月
凍雲垂地暗坤倪。忽放春光滿水西。
江路無人天欲暮。梅花開遍竹枝低。
右江天暮雪
斜月半輪明遠岫。昬鴉數點返寒林。
漁人收網歸茅舍。穿入蘆花深復深。
右漁村落照
孤舟千里思悠悠。挑盡寒燈攬弊裘。
奈此黃陵祠下泊。蒹葭風雨滿江秋。
右瀟湘夜雨
千里關山露未晞。槿籬茅店掩柴扉。
輕嵐一抹橫如練。多少樓臺隱翠微。
右山巿晴嵐
平沙如雪敻無垠。萬里衡陽欲暮春。 敻=멀 형.
不似玉關矰繳密。悠揚直下莫紛綸。
右平沙落鴈
소상팔경도 유 송 진종 신한(瀟湘八景圖有宋眞宗宸翰)
강석덕(姜碩德)
연사모종(煙寺暮鍾)
무릉(茂陵)의 신한이 푸른 하늘을 비추이는데 / 茂陵宸翰照蒼旻
범은 누웠고 용은 굽이치는 것 모두 뛰어났네 / 虎臥龍跳儘絶倫
〈소상팔경 그림은〉 그 당시에 소일거리로 한 것이 / 自是當時聊遣興
어찌 알았으리, 후일에 임금의 칭찬이 새로울 줄을 / 那知睿獎異時新
옷 벗은 채 발 뻗고 앉은 저 사람 누구인가 / 解衣盤礡問何人
마음속에 경영한 그 구상은 묘하기 신경(神境)에 들겠도다 / 意匠經營妙入神
시험삼아 밝은 창 앞에서 때로 한 번씩 펴 보면 / 試向晴窓時一展
황연히 나를 동정의 호숫가에 앉히네 / 怳然坐我洞庭濱
푸른 연기는 아득히 높은 봉들을 감쌌는데 / 靑煙漠漠鎖㠝岏
소나무 전나무 어둑한 숲속 길은 구불구불하여라 / 松檜陰森路屈盤
궁금해 묻노니 초제(고요한 절)는 어느 곳에 잠기었는가 / 試問招提藏底處
한 번 울린 종소리가 흰 구름 끝에 떨어지나니 / 一聲鍾落白雲端
원포 귀범(遠浦歸帆)
맑은 가을의 먼 갯물이 하늘 끝에 닿았는데 / 淸秋極浦逈連天
뱃노래 한 곡조 어느 곳인고 / 款乃一聲若箇邊
해는 지고 바람은 가볍고 부평초는 물에 가득한데 / 日落風輕蘋滿水
조각돛은 푸른 산 앞을 나는 듯이 지나가네 / 片帆飛過碧山前
동정 추월(洞庭秋月)
바다문이 찬란한 은쟁반을 추켜 올리면 / 海門推上爛銀盤
철적 소리는 높고 만 이랑 물결이 차가워라 / 鐡笛聲高萬頃寒
이야말로 맑은 빛은 가을에 더욱 좋거니 / 最是淸光秋更好
난간에 기대어 밤이 깊도록 보리라 / 凭欄須到夜深看
강천 모설(江天暮雪)
언 구름이 땅에 드리워 땅 끝까지 어둡더니 / 凍雲垂地暗坤倪
갑자기 봄빛을 놓아 물 서쪽에 가득하네 / 忽放春光滿水西
강 길에는 사람 없고 하늘은 저물려 하는데 / 江路無人天欲暮
매화꽃 두루 피어 댓가지가 나직하구나 / 梅花開遍竹枝低
어촌 낙조(漁村落照)
비낀 달 반바퀴는 먼 메뿌리에 밝은데 / 斜月半輪明遠岫
저문 갈가마귀 두어 마리는 찬 숲으로 돌아온다 / 昏鴉數點返寒林
고기 잡는 사람은 그물을 거두어 초가집으로 돌아가려고 / 漁人收網歸芧舍
깊고 깊은 갈대꽃 속을 뚫고 들어가나니 / 穿入蘆花深復深
소상 야우(瀟湘夜雨)
외로운 배 천 리에 생각이 유유하나니 / 孤舟千里思悠悠
찬 등불을 다 돋우고 낡은 갖옷을 잡아 당긴다 / 挑盡寒燈攬弊裘
어이하리 황릉사(黃陵祠) 밑에 배를 댈 때에 / 奈此黃陵祠下泊
갈대 숲 풍우가 강에 가득한 가을을 어찌할꼬 / 蒹葭風雨滿江秋
산시 청람(山市晴嵐)
천 리 관산에 이슬이 아직 마르지 않았는데 / 千里關山露未晞
무궁화 핀 울타리의 초가집 사립문을 닫았네 / 槿籬芧店掩柴扉
한 줄기 가벼운 이내는 비단처럼 비끼었는데 / 輕嵐一抺橫如練
그 많은 누각들은 취미(산기슭)에 숨었구나 / 多少樓臺隱翠微
평사 낙안(平沙落雁)
편편한 모래톱은 눈과 같아 아득히 한계가 없는데 / 平沙如雪敻無垠
만 리의 형양(기러기가 깃드는 땅)은 봄이 저물려 하네 / 萬里衡陽欲暮春
그것은 옥관(중국과 서역(西域)의 국경)의 그물친 곳과는 같지 않거니 / 不似玉關矰繳密
천천히 바로 내려 어지러이 뒤얽히지 말라 / 悠揚直下莫紛綸
[주-D001] 무릉(茂陵) : 한 무제(漢武帝)의 능호(陵號)인데,
여기서는 진종(眞宗)의 능을 이렇게 칭하였다.
[주-D002] 옷 벗은 …… 저 사람 : 송원군(宋元君)이 그림을 그리려고
여러 화사(畵史)들을 불렀는데 그들은 모두 붓을 빨고 먹을 찍었다.
그런데 한 사람은 인사도 없이 사관(舍館)으로 가므로 송원군이
사람을 시켜 엿보니, 그는 옷을 벗고 자유롭게 앉았으므로,
송원군은, “이 사람이 참으로 그림 그릴 사람이로다.” 하였다.
[주-D003] 황릉사(黃陵祠) : 황릉묘(黃陵廟)는
순(舜)의 이비(二妃)의 사당인데, 순이 남순(南巡)하다가
창오산(蒼梧山)에서 죽자 이비는 소상강 가에서 슬피 울다가 죽
었다.
ⓒ 한국고전번역원 | 김달진 (역) | 19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