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투시사실]몽정기…性스러운 사춘기 아련한 추억
누구나
달콤 쌉쌀한 사춘기 시절의 추억을 하나쯤은 갖고 있다. 6일 개봉되는 영화 ‘몽정기’(감독 정초신·제작 강제규 필름)는 그런 10대 시절의 여러
추억 중 쉽게 밝히기 어려운 은밀한 기억들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의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이 작품에는 10대 시절 가졌던 성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과 다양한 상상,그리고 자연스러운 욕구해결을 하기 위한 기상천외한 방법들이 등장한다.
초반부터 우리 영화 사상
10대 연기자의 대사로는 가장 ‘야한’ 것으로 짐작되는 단어들이 거침없이 쏟아지고 중학생 시절 여자선생님이나 교생을 상대로 한 짓궂은 장난이나
묘한 상상(?)이 천연덕스럽게 나온다. 단순하게 대사의 선정성과 성에 대한 묘사만 따진다면 ‘몽정기’는 진짜 야한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보는 이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선정성보다 입가에 빙그레 미소짓게 하는 유쾌한 웃음이 있다. 영화 내내 질펀하게 등장하는 성에
대한 온갖 은유와 담론은 음험한 욕망 대신 ‘80년대에 대한 그리움’이란 달콤하고 아련한 정서로 코팅돼 있다. 그러기에 영화는 선정성과 유쾌한
풍자 사이의 경계선을 절묘하게 줄타기하고 있다.
동현 석구 상민 영재는 용천중학교 2학년6반의 절친한 단짝들이다. 한창 사춘기인
이들의 최대관심사는 성. 밤마다 멋진 여자가 나타나는 몽정에 시달리고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도 성과 그에 대한 욕구의 해소법이다.
이들에게는 툭하면 “나 어제 여자와 XX했다”고 자랑하는 같은 반 천수의 허풍이 결코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어느날 이들 반에
담임선생님인 노총각 공병철(이범수)을 여고시절 짝사랑하던 유리(김선아)가 교생으로 오면서 묘한 사건들이 벌어지는데….
‘몽정기’의
최대 매력은 4명의 사춘기 중학생들이 벌이는 기발한 행동들. 참외 철봉 컵라면 등을 원래 용도와는 전혀 다른 엉뚱한 목적으로 이용하는 이들의
모습에 관객은 폭소를 터뜨린다. 특히 석구 역을 맡은 전재형은 이번이 첫 연기임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표정연기로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엽기가수 싸이가 영화의 마지막에 카메오로 출연해 재기 발랄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들의 활약 때문에 오히려 남녀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이범수와 김선아의 역할은 너무 평범해 상대적으로 재미가 덜했다.
이 영화는 아기자기한 잔재미가 넘치지만 중반 이후 예전 성장영화의
상투적 흐름을 따라간 전개와 작위적인 해피엔딩이 ‘15세 이상 관람가’를 위한 현실적인 선택임을 감안하더라도 “끝까지 솔직대범하게 갔으면…”하는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