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남자 테니스 돌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지난해 혜성같이 나타난 다닐 메드베데프(24세)다.
안드레이 루블레프(세계 랭킹 8위)와 함께 '러시아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다닐 메드베데프(5위·24세)는 8일 끝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롤렉스 파리 마스터스(총상금 334만3천725 유로) 결승에서 알렉산더 츠베레프(7위· 독일)를 세트 스코어 1-2(5-7 6-4 6-1)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메드베데프 츠베레프 꺾고 파리 마스터스 우승/얀덱스 캡처
메드베데프는 이날 첫 세트를 츠베레프에게 내줬으나 두 세트를 잇따라 따내면서 올해 첫 우승의 감격을 안았다. 지난해 10월 상하이 마스터스 결승에서 츠베레프에게 당한 패배도 고스란히 되갚았다. 통산 9승째.
츠베레프는 준결승에서 세계 랭킹 2위 라파엘 나달(스페인)을 제압하고 결승에 진출한 기세를 몰아 또 한차례 우승에 도전했으나 메드베데프의 막판 거센 도전을 이겨내지 못했다.
다닐 메드베데프/사진출처:인스타그램
메드베데프는 지난해 남자 테니스계에 돌풍을 일으키며 '러시아 바람'의 진원지가 된 선수다. 러시아 선수로서는 마라트 사핀 이후 처음으로 2019년 US오픈 결승에 오르는 등 러시아 남자 테니스계에 '간판 선수'로 등장했다.
지난해 2월 소피아에서 첫 우승컵을 차지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그는 주요 ATP 대회에서 상위권에 랭크되면서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특히 '신시내티 마스터스 1000'에서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에게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그의 과도한 승부욕은 옥의 티. 7월 윔블던 대회에서 격한 감정을 자제하지 못해 벌금 처분을 받기도 했다.
US오픈에 출전한 다닐 메드베데프/사진출처:인스타그램
그가 세계 테니스계에 '강한 남자' 이미지를 각인시킨 대회는 US오픈. 수많은 팬들이 주목한 펠리시아노 로페즈(스페인)과 16강전에서 관중들을 향해 손가락 욕을 하는 바람에 9천 달러의 벌금을 물었고, 라파엘 나달과의 결승에서 5시간 가까운 명승부를 펼쳤다. 비록 세트 스코어 3-2(7-5 6-3 5-7 4-6 6-4)로 져 준우승에 그쳤지만, 우승자에 못지 않는 준우승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당시 "팬들의 야유가 많을 수록 이기고 싶은 욕망은 더 커진다"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그리고 이후 열린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회'에서는 한 세트도 잃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손쉽게 우승, 5경기 연속 결승 진출이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2m 가까운 키에 몸무게 83kg의 건장한 체력을 지닌 메드베데프는 양손 백핸드에 아주 능한 것으로 유명하다. 원래 러시아의 명문대학 므기모(국제관계대학)에 입학했으나, 테니스에 전념하기 위해 대학을 그만두고 프랑스로 이주해 '앙티브 테니스 아카데미'에서 본격적인 훈련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