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4일 '비우호적인 국가' 48개국을 대상으로 비자 발급 간소화 제도(무비자 입국)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반면, 우호적인 국가 52개국에 대해서는 중단했던 항공편 운항도 재개한다.
비우호적인 국가에 포함된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무비자 입국을 중단하기로 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주러 한국대사관 측은 "아직 러시아 외무부로부터 한국인 입국 금지 조치 등의 별도 통보를 받은 바는 없다"고 밝혔다. 한국을 그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설이 나오는 이유다.
주러 한국대사관이 지난달 30일에 올린 공지/캡처
앞서 주러 한국대사관은 지난달 30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러시아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4월 1일부터 재개한다"고 밝혔다. 이 공지에 따르면 러시아인은 비자 없이 한국에 입국해 60일간 체류가 가능하다. 과거와 다른 점은 사전에 전자여행허가제(K-ETA)를 통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 출발 72시간 전에 www.k-eta.go.kr 또는 모바일앱(K-ETA)에 접속해 신청하면 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4일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대한 보복조치로 비우호국에 대한 비자 발급 절차 간소화 협정을 중단하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유럽연합(EU) 일부 국가들과 노르웨이, 스위스, 아이슬란드 등에 대한 비자 발급 간소화가 즉각 중단됐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달 7일 자국과 자국 기업, 러시아인 등에 비우호적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한국을 포함해 미국과 영국, EU 회원국 등 48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미슈스틴 총리, 9일부터 52개국 비행제한 조치 해제/얀덱스 캡처
러시아연방항공국, 이르쿠츠크~한국, 홍콩, 중국 노선 운항 허가/교민 카톡방 캡처
러시아는 대신, 중국과 북한, 남미 등 우호국에 대해서는 신종 코로나(COVID 19)와 우크라이나 군사작전 등으로 제한했던 국제선 항공편의 운항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는 이날 집권 '통합러시아당'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러시아 항공사들이 당장 오늘부터 15개국으로 제한없이 비행할 수 있으며, 9일부터는 52개국으로 운항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보도된 52개국에는 비우호국인 우리나라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현지 일부 매체에서는 이르쿠츠크~서울(인천) 노선이 2일 허용됐다는 보도가 등장했다. 이 기사를 근거로 모스크바 교민 카톡방에서는 "모스크바에서 이르쿠츠크까지 만루블대(현재 환율로는 약 12만~13만원대)로, 이르쿠츠크에서 서울까지는 500~700 달러로 값싸게 한국을 다녀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운항 대상 항공사는 이르쿠츠크 공항와 상트페테르부르크 공항을 중심으로 각각 운항하는 이르아에어로 (ираэ)와 레드윙스 (ред вингс) 항공사다. 레드윙 항공편을 이용하면, 올 여름 휴가철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르쿠츠크~인천 노선 운항 허가를 받은 이르아에로와 레드윙스 항공사/사진출처:위키피디아
한국과 러시아를 잇는 모스크바~서울, 블라디보스토크~서울 노선의 항공편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모두 끊겼다.
아에로플로트 등 러시아의 항공사들은 지난 2월 말부터 EU와 일부 국가들의 영공 폐쇄와 항공기 압류 가능성 등으로 국제선 운항을 모두 중단했다. 러시아도 비우호적인 36개국의 항공사에 대해 자국 영공 진입을 금지했다. 이에따라 서울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편들이 러시아 영공을 우회, 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