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코스 2구간은 문탠로드에서 기장군청까지 21키로 이다. 매일 조금씩 나누어서 기장군청까지 가기로 한다. 달맞이 고개를 문탠로드라고 작명한 길 이름이 생소하다. 달빛도 피부를 까맣게 태운다. 영어 표현에 Sun tan은 있어도 Moon tan은 낯이 설다. 달맞이 고개 입구에서 청사포 마을 내려가는 산길은 편안하다. 바다와 산을 끼고 돌면서 푸른 바람을 듣고 파란 하늘도 본다. 이광수는 이곳에서 청산과 청풍을 노래한 시를 남겼다.
청사포 디딤돌에서 송정 죽도까지 간다. 동해남부선 폐선길 따라 봄은 완연하다. 추운 날씨에 서핑하는 젊은이는 오는 여름을 위해 송정 바다에 가득하다. 임진년 전쟁 때 대나무 화살을 조선 수군에게 공급했던 죽도는 이제는 소나무 섬으로 변했다. 400년 전의 이야기가 관광 표시판에 남아있다. 물에 젖은 미역을 손질하는 아침 햇살은 따뜻하다.
차를 송정 죽도 주차장에 둔다. 어제에 이어 죽도에서 시작해서 연하리까지 갔다가 돌아온다. 공수마을은 어촌을 지키려고 애를 쓴다. 바다만 남겨두고 유리 건물들이 삥 둘러섰다. 해궁용궁사 가는 안길에도 낮은 언덕은 제모습을 잃었다. 동암마을도 예외는 아니다. 국립수산과학원 앞 해변 산책길은 대변 입구까지 동해 바다가 넘실거린다. 동부산 관광단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산과 바다가 몸살을 앓고 푸른 색깔이 회색으로 바뀌고 있다.
연하리 방파제 등대가 왼쪽은 하얀 젖병 모양이고, 오른쪽 등대는 닭벼슬 모양이다. 출산장려로 만든 것 같은데, 닭벼슬은 따로 유래가 있는 듯하다. 금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멸치가 축제에 참가하지도 못한 체 소금을 덮어쓰고 하얀 통에서 주인을 기다린다. 내친김에 월전까지 좁은 길 따라 넘어간다. 월전 또한 포구지만 어촌보다는 바다 꼼장어 구워 파는 음식점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예전에는 연화리 바닷가 ‘송정 할매’ 천막에서 전복죽을 먹었다. 대변항 포구 안쪽에 있는 음식점에서 제주칼치 구이도 먹었다. 월전 끝집 송미횟집에서 장어를 붉은 양념으로 구워 먹기도 했다. 그렇게 단골이 되어 차를 타고 횅하니 다녔다. 이제 둘만 사는 부부는 발길은 뜸하지만 걸어가면서 옛날을 기억한다. 갈매기는 아침밥을 자맥질하고 목줄이 없는 동네 똥개는 끙끙거리며 돌아다닌다. 아침 햇살에 포구를 걷는 재미가 솔솔하다.
마지막 날, 월전에서 죽성만을 지나 기장군청가는 길만 남았다. 군청에서 출발해서 월전 마을갔다가 돌아왔다. 죽성까지 편도 1차선은 인도가 제대로 없고 신앙촌 철제 울타리가 쭉 이어져 제일 힘이 든 코스였다. 그러나 죽성만은 아름다웠다. 고산 윤선도 유배지였고 중국 양자강 황학루 닮은 황학대가 옛 여운이 남는다. 총 21키로를 닷세 동안 나누어 다녀왔다. 내팔에 있는 안나푸르나 트레킹,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제주도 올레길 다 같은 컨텐츠다. 부산 갈맷길도 걷는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