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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하지 않았던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특성은 내면의 실상을 대변하기 마련이다. 마음속에 담긴 것이 겉으로 드러나 표현된다. 동일한 현상이나 사물도 바라보는 사람의 내면속 갈망의 프리즘에 의해 달리 보이기 일쑤다.
수도자인 나는 검소하게 살고자 애쓴다. 쉽게 무엇을 버리거나 사지 않는다. 그러니 뭐 하나 장만할 일이 생기면 거기에 집중하는 편이다. 가령 안경을 새로 마련하기로 했으면 주위 사람들의 안경 스타일을 계속 관찰한다. 안경만 눈에 들어온다. 내 마음의 눈, 갈망의 구조가 그런 프리즘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놀라우면서도 무서운 일이다. 붉은 안경을 쓰고 보면 세상이 온통 붉고, 노랑 안경을 쓰면 온통 노랗다. 세상이 그런 게 결코 아니다. 바라보는 내 마음의 눈이 그럴 뿐이다. 또 누가 나를 해치거나 속이지 않을까 걱정하면, 순간 마음의 지옥에 빠질 수도 있다. 주변 사람이 모두 그런 사람처럼 보여 경계하게 되기 때문이다.
내 안의 선한 지향은 남의 마음속에 깃든 선함을 바라보게 한다. 그 마음속의 선함이 마주 보며 공명할 때 자연스레 상호이해와 행복의 지평이 열린다. 일방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남과 교감하면서 마주 본다는 것, 이 ‘마주보기’를 통해 우리는 상생상락(相生相樂)에 접근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내 마음속 열망을 정리하고 비우는 연습이 필요하다.
부지불식간에 스며들어온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고 무질서한 열망을 비우고, 좀 더 세상을 아름답게, 주변 사람들을 더 사랑하고 기여하고 싶은 선한 마음의 열망을 지니도록 말이다. 서로의 마음속에 깃든 선한 마음의 지향들이 마주 보며 공명을 일으키고,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작은 파동들이 해바라기처럼 빛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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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마주보기"
되뇌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