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편 조사어록
제4장 참선에 대한 경책
2. 장서방이 마시고 이서방이 취하는 도리 [般若 · 示衆]
삼 년 오 년을 정진해도 힘을 못 얻으면 참구해 오던 화두를 내버리는
일이 있는데, 이것은 길을 가다가 중도에서 그만두는 것과 같다.
이제까지 쌓은 허다한 공부가 참으로 아깝다.
뜻이 있는 자면 산수(山水) 좋고 조용한 승당(僧堂)에서 맹세코 삼 년만
문을 나서지 말아 보아라. 반드시 열릴 날이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공부하다가 마음이 좀 맑아져 약간의 경계가 나타나면
문득 게송(偈頌)을 읊으며 스스로 큰일을 다 마친 사람이라 자처하고
혓바닥이나 즐겨 놀리다가 일생을 그르치고 만다.
세 치 혓바닥의 기운이 다하면 장차 무엇으로 감당할 것인가.
생사를 벗어나려면 반드시 참다워야 하고 깨침 또한 실다워야 한다.
화두가 면밀하여 끊임이 없고, 몸이 있는 줄도 알지 못하면,
이것은 <나>라는 집착은 없어졌으나
법에 대한 집착은 아직 없어지지 않은 것이다.
몸을 잊고 있다가 문득 다시 몸을 생각하게 되면,
꿈속에 만길 낭떠러지에서 미끄러져 떨어질 때 살려고 발버둥 치다가
마침내 깨어나는 것과 같이,
이 경지에 이르거든 오로지 화두만을 단단히 들고 가라.
문득 화두를 따라 일체를 잊어버리면
주관인 나와 객관인 법이 모두 없어질 것이다.
불 꺼진 재에서 콩이 튀어야 비로소 장서방이 마시고
이서방이 취하는 도리를 알게 될 것이다.
바로 이때 *반야문하(般若門下)에 와서 방망이를 맞도록 하여라.
*반야(般若) : 중국 홍주(洪州)의 절학세성(絶學世誠)선사. 남악(南嶽)의 20세(世).
*반야문하(般若門下)에 와서 방망이를 맞도록 하여라. : 자기에게 와서 점검 받으라는 뜻.
불교성전(동국역경원 편찬)
출처: 다음카페 염화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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