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 살벌한 끔찍 서사
암탉의 유언
-송현섭
난 내일 죽게 될 거야
첫째 사위가 온다는군.
주인아주머니 말을 엿들었어.
네게 부탁 하나만 할게.
제발 새끼들만은 건들지 말아 줘.
대신 내 창자와 간과 콩팥은 줄게.
내일 두엄자리에 가면 있을 거야.
머리와 깃털을 장난감으로 써도 돼.
“야, 약속할게. 거 걱정 마.”
노랗고 새콤한 병아리들을 바라보며
고양이가 말했다.
참으로 뻔뻔하고 살벌한 인간과 동물들의 현장을 들여다보게 하는 끔찍 서사가 아닐 수 없다.
지금 내용은 주인아주머니네 닭장에서 주인아주머니가 내일 사위가 온다고 하는 말을 엿들은 암탉이 아마도 닭장을 드나드는 고양이를 상대로 유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암탉은 사위가 온다는 주인아주머니의 말은 자신의 생명이 내일이면 끝장이 나게 된다는 사실임을 알고 고양이에게 유언 삼아 부탁하는 것이다. “내 새끼는 건드리지 말아 줘.”하고.
그런 부탁을 하는 암탉은 고양이가 그 부탁을 성실하게 들어주리라고 믿었을까는 의문으로 남는다. 그러나 주인아주머니가 자기(암탉)를 잡으면 자기의 육신이 어떤 식으로 난도질당하고 내팽개쳐질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안다. 내장은 두엄자리에 버려질 것이고, 그곳에 내장 뿐 아니라 닭 대가리와 깃털들도 함께 버려질 것이라는 것을. 두엄과 쓰레기통을 잘 뒤지는 길고양이에게 내장이나 어쩌면 대가리까지 좋은 요깃거리가 될 것이고, 깃털은 고양이 장난감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고양이는 어떤가. 약속은 했지만 노란 병아리들이 군침돌 게 하는 것을 어쩔 수 없다.
이런 복잡한 속내들을 제대로 드러내 보이는 서사를 요렇게 간결한 암호문장처럼 운문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인의 역량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