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지식인들은 그 한 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를 뽑아서 당시 사회를 진단하는 비판과 교훈으로 삼습니다. 2022년에는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가 꼽혔고 지난해 2023년은 의로움 대신 이로움만 좇는 시대상을 비판하는 단어 견리망의(見利忘義)가 선택되었습니다. 2021년은 ‘도둑을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되다’는 ‘묘서동처(猫鼠同處)’, 2020년은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아시타비(我是他非)’가 선정됐습니다.
논어(論語)의 ‘헌문편(憲問篇)’에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뜻의 ‘견리사의(見利思義)’가 나옵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익을 보고 의로움을 잊어버린다는 견리망의가 대세가 된 세상에서 우리는 2023년 한 해를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공적인 정의나 사회적 정의 같은 이야기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처럼 되어 버렸고 내 편이면 무조건 옳고 남의 편이면 무조건 틀렸다고 우기며, 양심의 소리에는 귀를 막고 눈을 감아버리는 현시대의 작태를 꼬집은 사자성어입니다.
이런 형태가 사회 전반에 나타나고 있으며 이런 비상식적인 사회현상을 견인하고 있는 게 바로 정치권이고 정치인들이니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는 참으로 한심하기 이를 데 없고 국민들은 답답하기 짝이 없는 것입니다. 이러니 우리 사회인들 정의로움을 어디 찾아볼 수 있겠습니까? 교육계에는 교권 추락을 넘어서 교권 침해가 현실로 드러나 많은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내 새끼 문제라면 눈도 귀도 막고 무조건 편들고 두둔해서라고 내 자식만 지키고 보자는 부모자질에 한참 부족한 학부모들이 교육 현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뿐이겠습니까? 일반 생활에서도 분양사기, 전세 사기, 보이스 피싱 등 온 사회가 ‘견리망의’의 전시장이 된 느낌은 유독 저만의 생각이겠습니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종교도 신앙도 다 팔아 먹어버리고 파렴치에 인면수심까지 종교계의 민낯도 여실히 드러난 한해였습니다.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 등 연이은 참사 소식에 국민들의 불안감과 우울감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채이자처럼 국민들을 괴롭혔습니다.
여야의 지도부들도 나라의 이익이나 민생에 집중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잇속에만 치중하여 무슨 “개딸”이니 “태극기”니 하는 극단전인 지지자들에 편승해서 국민을 위한 협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지지자들을 위한 편치만 하니 나라는 두 쪽이 나고 국격은 바닥이 나며 국민은 더 이상 이런 나라에서 자녀 낳기를 거부하여 저출산 문제는 갈수록 심화하여갑니다.
그렇다면 이런 형국에서 국민들이 가야 할 지혜로운 길은 어디일까요? 그것은 기본이 안 된 못된 정치인, 나쁜 정치인들을 과감하게 버리고 상식적인 사람들을 뽑아야 합니다. 내 편. 네 편 따지지 말고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국민을 우습게 보는 사람들, 자기 이기심을 채우려고 정치하는 무개념 정치인들을 퇴출해야 합니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불편부당하지 않고 무조건 감싸고 응원한다면 그 결과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올해는 총선이 있는 한 해입니다. 유권자들의 분별력이 또 한 회기 동안 짊어지고 갈 삶의 무게를 결정합니다. 이번에도 당리당략이나 사리사욕을 따라가 견리망의하는 부적격 대표자들을 뽑는다면 향후 대한민국은 불행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見利忘義 부끄러운 2023년이 갔습니다. 다시는 이런 실수하지 않도록 2024년에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비굴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