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 섬티아고 순례길 ‘12사도 예배당’ 이름 사라지다,
최근세 목사
신안군에 있는 ‘섬티아고 순례길’의 상징으로 예수님의 12제자 이름을 따서 작은 건축물에 이름을 붙였었는데, 이것이 지난 해 4월에 다른 이름으로 바뀌었다. 전남도는 ‘섬티아고’ 프로젝트로 신안군에 속해 있는 대기점도, 서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 등 5개 섬을 연결하는 12km 둘레길에 신안군을 ‘가고 싶은 섬’으로 홍보하기 위하여 12개의 작은 건축물을 짓고, 그곳에 각각 이름을 붙여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었다. 신안군 기점, 소악도는 순례자의 섬 ‘섬티아고’로 불리는데, 스페인 산티아고에서 명칭을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불교계는 그곳에 열두 사도 이름을 딴 12곳의 작은 예배당을 종교편향의 징표라고 주장한다. 12곳의 작은 예배당은 말 그대로 일반 예배를 위한 건축물(종교시설)이라기보다 ‘섬티아고’를 이루는 단순한 관광문화 조형물이다.
그래서 지금은 건강의집(베드로) 생각하는집(안드레) 그리움의집(야고보) 생명평화의집(요한) 행복의집(빌립) 감사의집(바돌로매) 인연의집(도마) 기쁨의집(마태) 소원의집(야보고) 칭찬의집(다대오) 사랑의집(시몬) 지혜의집(가룟 유다)으로 바뀌었다.
이런 둘레 코스는 기독교가 요청하여 만든 것은 아니지만, 신안군이 기독교인 전체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주로 기독교인들이 찾아가고 싶은 작은 섬들에 예수님의 제자들 이름을 붙인 것이 특이 하다. 기적의 순례길은 명소로 이름을 알리며 2021년 약 5만4천 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한 해 만에 관광객 수가 20배나 늘었다. 그런데 그것이 불과 3-4년 후 처음 기독교적 흔적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이름으로 명명했다는 것은 오히려 기독교를 모욕한다는 느낌이 든다.
종교가 그 자체적으로 만든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종교시설에 대해서는 각 지자체가 홍보할 수 있으나, 인위적으로 자기들이 종교를 빙자하여 지역에서 돈벌이 수단으로 종교를 이용하려는 것은 옳지 못하며, 불교계의 반대 의견이 나오자 다시 슬그머니 그 이름을 바꾸는 신안군의 오락가락 행정을 반대한다.
그런 가운데 울산광역시에서는 대왕암 인근 해상에 떠오르는 불상을 만든다고 한다.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면, 대왕암 불상은 평소에는 바닷물에 잠겨있다가 정각이 되면 바다 위로 떠오르며, 떠오를 때마다 불상이 바라보는 방향이 달라지고, 불상이 좌우로 움직이며 법문을 알려 준다고 한다.
그런데다 이웃 종교에 관한 것은 무조건 ‘종교편향’으로 몰아가고, 자기들을 위한 종교시설에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도 괜찮은 듯 함구한다면, 종교를 한낱 구경거리나 관광지로 삼아 재정 수입이나 올리려는 지자체와 그 단체장들에게 너무나도 우습고, 가볍게 보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종교별 신도수와 국고지원 규모를 비교하면, 종교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개신교는 신도 수 비율이 44.9%임에도 지원금 비율이 3.1%에 불과하고, 불교는 신도 수 비율이 35.3%에 지원금 비율이 무려 68.6%다. 2021년에는 불교 47억 원, 기독교 9억 4천만 원이었다.
신안군 증도는 6.25 당시 주민들을 돕다 순교한 문준경 전도사가 묻힌 역사적인 성지다. 관광문화상품 발굴에 있어 가장 매력 있는 소재는 이처럼 역사적 스토리가 있는 성지 발굴이며 이는 신안군에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다. 더욱이 순례 관광객 입장에서 타 지역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콘텐츠가 바탕이 된 선교기념관 등의 개발·조성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마을 사람들을 헌신적으로 섬긴 문준경의 삶에 영향을 받은 신안군 지도읍 출신 CCC 설립자 김준곤 목사에 의해 시작된 성시화운동의 모델도 ‘문준경 전도사의 목민센터운동’이다. 김준곤 목사는 한국 기독교의 폭발적 부흥을 주도한 분으로 1974년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민족복음화운동을 시작했다. 김준곤 목사님 같은 세계적 인물을 관광문화자원으로 활용하면 함께 축하하고 후원할 일이지, 비판하며 공격할 일이 아니다.
신안군은 전국 266개 지자체 중 재정자립도가 225등으로 맨 꼴지에 있다. 하나의 행정단위가 소멸 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관광문화사업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것, 지역주민 자긍심을 높이는 것을 특정 종교단체에서 종교 편향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 아쉬운 대목이다. 신안군은 이미 1004섬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으며, 문준경 전도사 순교기념관은 매년 10만 명이 다녀가는 명소가 됐다. 섬티아고 순례길 역시 섬 전문 연구기관에서 지방소멸 위기 극복 사례로 소개할 만큼 지자체의 성공사업 사례가 됐다.
신안군과 같이 ‘지방 소멸’이라는 절박한 환경 속에서 국제적 관광문화도시로 발돋움하려 애쓰는 지자체를 격려해야 한다. 기독교 선교 200년도 안 되는 기독교 문화의 관광문화 사업화를 격려하고 지켜주는 것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민족의 문화적 영역을 키우는 지름길이라는 대승적 판단을 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