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달의 전설
이옥근 글/배순아 그림 | 초록달팽이 | 2023년 11월 30일
책소개
비판적 시각과 시적 상상력이 뛰어난
어린이 시적 화자가 보여주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초록달팽이 동시집 아홉 번째 권입니다. 2023년 전라남도·(재)전라남도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발간되었습니다. 그동안 아이들의 진실한 눈을 통해 서정성과 풍자성이 강한 작품을 선보여 온 이옥근 시인의 세 번째 동시집입니다. 그림은 동화작가이자 수필가인 배순아 작가가 그렸습니다. 공감대가 넓고 울림도 큰 무지갯빛 같은 다양한 색깔의 동시들을 골고루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글 작가 이옥근
1958년 전북 순창에서 태어났으며, 전남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200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고, 제4회 푸른문학상을 받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창작기금을 두 차례 받아 동시집 『다롱이의 꿈』과 『감자가 뿔났다』를 펴냈으며, 장편동화 『등대가 된 하멜』 등이 있다.
그림작가 배순아
전북 전주 출생으로,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부문(2000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2004년)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새가정』지에 1년 동안 장편동화를 연재하였고, 장편동화 『꽈당, 넘어진 날』을 발간하였다. 또 『감자가 뿔났다(동시집)』, 『동시 먹는 달팽이(계간지)』, 『등대가 된 하멜(장편동화)』 등에 그림을 그렸다. 현재는 전남 여수 종고초등학교에서 보건교사로 아이들과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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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의 꿈 / 이옥근
양계장에 살던 병아리들은
꿈이 많았을 거야
수평아리들은
"꼬끼오~"
우렁차게 새벽을 알리고
붉은 볏 으스대며
위풍당당 걸어보고 싶은
꿈
암평아리들은
"구구구구~"
발가락으로 땅 파헤쳐
먹이 찾는 법 알려주는
의젓한 어미가 되고 싶은
꿈
프라이드치킨
양념치킨이 아닌
진짜 닭이 되고 싶은
꿈
날마다 꾸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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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 이옥근
새끼들 데리고
골목 식당 할머니에게
밥 얻어먹던 길고양이
어느 날
마른 명태 한 마리
물고 왔다.
"에구 딱딱해서 못 먹었구나."
할머니는
새끼들이랑 배불리 먹으라며
푹 삶아 다시 내놓았다.
고양이는 할머니 선물이라 생각하고
할머니는 고양이 선물이라 생각하는
명태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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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학교 / 이옥근
송송 뚫린 구멍에서
칠게 농게 기어 나와
뽀글뽀글 우르르
거품 물고 달려갑니다.
썰물에 열리고
밀물에 닫히는
바닷가 갯벌 학교
운동장은 항상 바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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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동시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읽을 수 있도록 쓴 시입니다.
동시 속에는 다양한 세상이 있어요.
생활 속에서 만난 이야기
더불어 살아가는 이야기
때론 조금 엉뚱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제 동시집에 머무르며 상상력을 펼쳐 보세요.
음식을 천천히 씹어 먹어야 하듯이
시를 천천히 소리 내어 읽다 보면
색다른 재미와 감동이 느껴질 거예요.
2023년 겨울
이옥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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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비판적 시각과 시적 상상력이 뛰어난
어린이 시적 화자가 보여주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초록달팽이 동시집 아홉 번째 권입니다. 2023년 전라남도·(재)전라남도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발간되었습니다. 그동안 아이들의 진실한 눈을 통해 서정성과 풍자성이 강한 작품을 선보여 온 이옥근 시인의 세 번째 동시집입니다. 그림은 동화작가이자 수필가인 배순아 작가가 그렸습니다. 공감대가 넓고 울림도 큰 무지갯빛 같은 다양한 색깔의 동시들을 골고루 만나볼 수 있습니다.
밤하늘엔 크고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살고 있대
비 오는 밤이면 하늘 어딘가로 숨고
흐린 밤에는 구름 뒤에서 기다리다가
밤하늘 맑아지면
고양이 달은
동그란 눈 살짝 뜬 채
지구 고양이 안부를 묻곤 한 대
담벼락 타던 도둑고양이
골목길에 웅크린 길고양이
거실 창가에 앉은 집고양이
눈빛 주파수 서로 맞추며
소식 주고받는대
비 오는 날이나 흐린 날
고양이가 밤새 우는 이유는
고양이 달이 그리워 우는 것이래
- 「고양이 달의 전설」
이옥근의 동시는 기본적으로 시적 상상력이 뛰어납니다. 표제작인 「고양이 달의 전설」은 “밤하늘엔 크고 검은 고양이”와 “밤하늘 맑아지면/고양이 달은”에서 보는 것처럼, 우주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즉, 시인은 어두컴컴한 밤하늘을 고양이 한 마리가 살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비가 오거나 흐린 날 고양이들이 밤새 우는 것은 “고양이 달이 그리워 우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이다운 활달하고 풍부한 상상력이 무척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개미 마을에
사고가 발생했다
굴착기 기사 아저씨가
땅을 잘못 뒤집는 바람에
건물 모퉁이에 살던
개미 가족들은
모두 집을 잃어버렸다
신문과 방송에도
피해 소식은 없고
세상은 조용하기만 했다.
- 「무관심」 전문
그런가 하면 이 작품은 이옥근 동시의 또 다른 축을 형성하고 있는 비판적 시각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굴착기 기사 아저씨가/땅을 잘못 뒤집는 바람에” 개미 가족들이 살던 집이 모두 망가졌는데도 “신문과 방송에도/피해 소식은 없고/세상은 조용하기만” 합니다. 그것은 사람이 사는 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이 작품은 인간중심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함으로써 오늘날의 생태나 기후 문제가 모두 그와 같은 인간중심의 사고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추천평
이옥근 시인의 동시는 현장성이 강하다. 마치 독자인 내가 직접 겪는 듯 공감대가 넓고 울림도 크다. 웃음 코드도 담겨있다. 무엇보다도 시선을 끄는 것은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시적 화자의 목소리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비판적 시각과 시적 상상력이 뛰어난 어린이 시적 화자가 보여주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전병호(시인, 아동문학가)
이옥근의 동시 문학을, 한쪽엔 서정성이 강한 작품을 세우고, 반대쪽엔 풍자성이 강한 작품을 세워놓고 분석해 보면, 무지갯빛 같은 다양한 색깔의 동시들이 골고루 어깨를 맞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그는 아이들의 진실한 눈을 통해 탐욕스러운 모습을 고발하는 한편 따뜻하고 소박한 관심을 통해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바를 탐색하고 있다.
-이정석 (시인, 문학평론가)
첫댓글 좋은 시~~
덕분에 즐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