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아들 호영이 수능시험을 보는 11월 17일 하루 전날인 11월 16일 이른 아침
어떻게 힘을 보탤까 고민고민하다 관악산을 선택했다.
먼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쪽 등산입구를 통해 관악산 등반을 시작한다.
큰아들 민철이 때에는 큰바위를 찾아 진안 마이산 암마이봉에 올라서 수능대박을 기원했었다.
이런데 이번에는 가까운 관악산을 골랐다. "악"자 들어가는 바위산일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불의 기운의 산이다.
왼쪽은 자운암능선을 통해서 올라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연주대로 바로 가는 길이다.
자운암능선은 초보자에게 쉽지 않은 코스라는 설명들이 많아서 왼쪽은 보지도 않고 바로 오른쪽을 선택했다.
관악산(높이 632.2 m)은 1973년 관악구가 영등포구에서 분구되면서,
명산으로서 산 이름이 구의 명칭이 되어 관악구의 상징이자 자랑이 되고 있으며,
관악구 문화유산의 대부분이 관악산에서 비롯되었다.
1968년에 건설부 고시 제34호로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오늘날에는 수많은 서울 시민들이 즐겨 찾는 휴식처로 서울의 명소가 되었다.
곳곳에 드러난 암봉들이 깊은 골짜기와 어울려 험준한 산세를 이루고 있는 관악산은 산의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고
도심에서 가까워 누구나 하루 일정으로 산에 오를 수 있는데 봄에는 관악산 입구 쪽으로 벚꽃이 만발하고,
철쭉이 필 때는 철쭉제가 열리기도 한다.
봄철에 무리지어 피는 철쭉꽃과 여름의 짙은 녹음과, 계곡 깊은 곳에 동폭포, 서폭포의 물소리가 장엄하고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이 명산 관악의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
관악산 정상에는 지상 레이다 관측소와
조선 태조 이성계가 서울을 도읍지로 정할 때 연주사와 원각사 두 절을 지어 화환에 대처했다고 하는
정상의 원각사와 연주암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사찰과 암자가 있는데,
아슬아슬한 벼랑 위에 자리잡고 있는 연주대는 관악산의 모든 등산로가 집결하는 곳이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서울에 있는 산이다 보니 등산경로가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어서 야생동물들이 서식하기에는 쉽지 않을 듯하다.
아무래도 군부대도 있고...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느낌이다.
관악산 정상까지 최단 코스로 가기위해 바로 연주대 쪽으로 이동한다.
능선을 탈 때의 주변전망과 함께하는 맛은 없지만 나름 졸졸졸 물소릴 들으며 산행하는 맛이 있다.
특히 관악산 같은 바위산들은 물소리가 돌과 부딪혀 상당히 큰소리를 낸다. 특히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 산행코스로 으뜸이다.
울렁찬 물소리에도 불구하고 정작 가까이 가면 흐르는 물의 양은 그리 많지 않다.
경사가 있어서 유속도 빠르고... 바위에 부딪혀 물보라를 일으키는 모습도 볼만하고... 무엇보다 소리가 경쾌하다.
물소리를 들으며 걷다가 계단이 아닌 왼쪽으로 나 있는 돌 길로 걸었더니 그 끝에 숨겨진 약수터가 있다.
힘든 산행인데... 그만큼 조금만 올랐는데도 꽤 높은 경관을 제공해 준다.
그래서 가끔 돌아보며 높이가 주는 쾌감을 느끼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능선을 타고 오르면 그 재미가 더하겠지?
높은 턱도 마다않고 힘차게 내달리던 물이 큰 웅덩이를 만나 잠시 쉬어가기도 한다.
한남정맥의 중추를 이루는 경기도 안성군 칠장산(七長山)에서
달기봉과 광교산 등을 거쳐 북서쪽으로 가지를 친 능선이 서울 한강 남쪽에 이르러 마지막 힘을 다해 불꽃처럼 솟구친 산이
바로 관악산이다.
관악산은 동봉(연주봉)의 관악, 서봉의 삼성산, 북봉의 장군봉과 호암산을 아우르고 있다.
관악산은 서울의 조산(朝山)이다. 내룡(來龍)은 백두대간에서 이어진 태백산, 소백산, 새재, 희양산을 거쳐
속리산이 중조(中祖)가 되어 한남금북정맥을 이루고,
북으로 치달아 칠현산, 광교산, 청계산을 이어,
관악 금지산, 남태령에서 한강을 경계선으로 강남의 서쪽 벌판에 우뚝 솟아 강북의 삼각산과 마주하고 있다.
관악산은 청계산, 삼성산과 함께 옛 금천의 진산(鎭山)인 금지산경(衿芝山經)을 이루는데, 이 산경의 최고봉이기도 하다.
아내가 둘째아들 수능대박 기원 산행을 한다니까 배낭에 뭔가 잔뜩 집어넣어 주었다.
잠시 앉아서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 이것저것 휘젓다가 지금 이시간에 정말로 필요한 한가지를 발견했다.
박카스 먹고 힘내야지...
소원을 빌며 쌓아올렸을 작은 돌탑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작은 돌 하나 위에 얻어 둘째아들 호영이의 수능대박을 빌어본다.
관악산은 서울 경복궁의 조산(祖山) 또는 외안산(外案山)이 되는데
산봉우리의 모양이 불과 같아 풍수적으로 화산(火山)이 된다.
따라서 이 산이 바라보는 서울에 화재가 잘 난다고 믿어 그 불을 누른다는 상징적 의미로 산꼭대기에 못을 파고,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옆 양쪽에 불을 막는다는 상상의 동물인 해태를 만들어 놓기도 했다고 한다.
조선 태조는 화환(火患)을 막기 위해 무학의 말에 따라 이 산에 연주(燃主), 원각(圓覺) 두 사찰을 세웠다고 하고,
서울의 숭례문을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과 관악산을 잇는 일직선상에 위치하게 해서 관악산이 덜 보이게 한 것 등은
불기운을 막기 위한 풍수적 의미라고도 한다.
관악산의 한 봉우리인 호암산 능선에는 통일신라 때 판 것으로 추측되는 산상 우물(한우물)도 있는데,
이것도 관악산의 불기운을 누르기 위한 것으로 짐작된다.
화산이라고 해서 서울에 불이 많이 난다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불기운이 충만하다는 관악산 정상에서 둘째아들 호영이의 수능대박을 기원하고 싶었다.
그리고 관악산 관악문을 세번 지나치며 입문시험인 수능시험에서 좋은 성적 받기를 기원하는 것이 이번 산행의 주요 목적이다.
연주암은 뒤쪽으로 5분여를 걸어 내려갔다 와야하고...연주대는 오른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가면 된다.
연주암까지 5분여 거리지만 여기서 부터는 정상 주변을 돌며 주변 풍광을 즐길 수 있어 한시간이 걸려서 가도 이상하지 않다.
관악산 기상관측소의 모습이다.
무거운 배낭에서 비타500을 하나 꺼냈다.
한병 마시니까 조금 힘이 나는 것 같긴한데...조금씩 배낭을 비우는 느낌도 들고...
그런데 다시 가방에 병을 담으니 무게감은 별로 차이가 없다.
등산을 할때는 팩에 담긴 음료를 챙겨야 하는 걸 아내가 모를리는 없고... 몸에 좋은 걸 담다보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산에 올 때 이렇게 병음료를 가져왔다는 용맹무쌍함을 사진으로 담고 싶었다.
연주대는 해발 629m 높이로 관악산의 깎아지른 듯한 바위 벼랑 위에 있는 대(臺)이다.
통일신라 문무왕 17년(677)에 의상대사가 관악사를 창건하고 연주봉에 암자를 세웠기에 의상대(義湘臺)라 하였으나,
지금은 연주대로 불린다.
연주대로 불리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조건 개국 후 고려의 유신들이 이곳에서 망국의 수도였던 개경을 바라보며 그리워했다는 이야기와
세종대왕의 형들인 양녕대군, 효령대군이 왕위 계승에서 밀려 나자 이곳으로 입산하여
경복궁을 바라보며 국운을 기원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곳 연주대 축대 위에는 현재 응진전(應眞殿)이라는 법당이 있다.
법당 내부에는 석가여래 삼존불상이 모셔져 있고,
응진전 옆 암벽에는 인공의 감실을 마련한 마애약사여래입상이 조각되어 있다.
위태해 보이기도 하지만 우뚝솟은 바위 기둥들의 압도적인 웅장함이 정말 불기둥처럼 하늘로 솟구칠 듯 한 모습이다.
연주대의 연(燃)자는 불탈 연이다.
저 곳에 가서 둘째아들 호영이의 수능대박이 불타 오르도록 기원해 보기로 한다.
관악산 최단거리 코스라고 게으름을 조금 피웠더니...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다.
연주대 가는 돌계단이 햇살이 비추고 밝은 기운을 담아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금방 오르던 관악산이 이렇게 의미를 담아 오르니 새롭게 느껴진다.
축구공 모양의 기상관측소를 보니 몇일 안 남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의 우리 대표팀의 선전도 기대하게 한다.
첫경기 우루구아이전을 잘 치러야 두번째와 세번째 가나와 포루투칼 경기도 잘 풀어갈 텐데...
그전에 둘째아들 수능시험 잘 보고...
자운암능선을 타고 오면 바로 기상관측소 옆으로 난 이쪽 길로 올라오는 모양이다.
관악산 둥산코스가 너무 다양해서 각자의 지역에서 편한 코스를 택해서 오르면 된다. 어차피 정상에서 만나게 될테니...
해발 629m 관악산 정상 표지석이다.
원래는 많은 등산객들이 찾는 곳이어서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찍느라 줄을 서기도 하는데... 어째 오늘은 아무도 없다.
관악산 정상은 여기저기 솟아있는 불기둥들이 정말 많다.
오른쪽 난간을 통해 연주대 응진전을 갔다와서 멋들어진 바위에 앉아서 주변 풍광에 몸을 맡기고 배낭을 베개삼아 누워본다.
무성한 나뭇잎으로 가려져있던 옆산의 모습도 낙옆되어 떨어진 가지 사이로 선명하게 보인다.
늦가을의 등산은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단풍의 모습은 없지만
봄, 여름, 가을에 숨겨진 비경이 되살아 나는 잠깐의 순간을 제공해 준다.
옆에 보니 소나무도 나처럼 바위에 걸터 앉아있다. 자연을 벗삼는다는 말이 어떤 말인지 절로 느껴진다.
함께 앉아 함께 바라본다는 느낌이 들어 쉽게 자리를 뜰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관악산 정상표지석 뒤쪽 꼭대기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뿌연 하늘이 야속하기도 했지만 선명한 풍경 못지 않게 흐릿한 풍광이 주는 묘한 신비감도 나쁘지 않다.
과감히 일어서서 주변 풍광을 동영상으로 담아보았다.
주변 풍광을 둘러볼 수 있는 명당 자리다.
이곳에서 자리를 잡고 배낭도 내려 놓았다.
자리잡은 바로 앞에 화산인 관악산 정상에 불을 누른다는 상징적 의미로 못을 파 놓은 곳이 보인다.
무거운 배낭에 또 과일과 커피를 꺼내었다. 혼자 먹기에 벅찰 정도로 과일의 양이 많다. 과일 먹다가 배부를 지경이다.
커피는 얼음을 가득담아 정성스레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준비해 주었다.
하산길은 소원을 빌기위해 관악산 관악문을 가야해서 사당동쪽으로 선택했다.
차를 집에 두고 대중교통으로 온 이유이기도 하다.
하산하는 길의 발걸음은 매우 가볍게 시작하였으나 올라온 길에 비하면 상당히 부담스러운 거리를 걸어야 한다.
그래도 등산길보다 하산길이 편하긴 한가보다. 걸은 지 얼마되지 않아서 지나온 길이 금방 이렇게 멀어져 보인다.
관악산 정상에서 관악산 관악문까지는 천천히 내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오래 걸리지 않고 10여분 만에 금방 도착했다.
근처 바위들의 모습들도 예사롭지가 않다.
운동과 담 쌓은 지 오래라 체력의 한계에 이미 도달한 듯 했지만...
자주 배낭을 내려놓고 틈나는 대로 쉬었더니 조금 더 갈 수 있었고... 무엇보다 둘째아들 호영이 생각에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2년 뒤 세째아들 민수가 수능시험 볼 때도 또 와야할 텐데... 눈앞이 캄캄하다.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불의 기운이 넘쳐나는 관악산의 우뚝 솟은 바위를 따라 높은 뜻을 세우라고 열심히 기도하고...
배낭을 내려놓고 드디어 관악문 앞에 서서 세번을 지나치며 소원을 빌기로...
관악산 관악문 주변의 기운도 예사롭지 않다.
하산하는 길로 관악산 관악문을 지나며 수능시험에서 떨지 않고 본인의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기를 빌고...
다시 관악산 정상쪽으로 관악산 관악문을 지나며 혹시 수능시험에서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풀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빌고...
다시 하산하는 길로 관악산 관악문을 지나며 수능시험의 결과가 대학입시에서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기원했다.
관악산 관악문을 세번 지나가며 소원을 빌고 나니 관악산에서 해야할 숙제를 모두 끝마치는 셈이 되었다.
홀가분 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뿌듯했다.
그런데 험난한 산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엄청난 거리의 투박한 돌길을 걸어 내려가야 했다.
그런데 거꾸로 올라오는 등산객들을 보며 그들이 몹시 대단하신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려가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거꾸로 올라오다니...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진짜 관악산을 사랑하고 등산을 꾸준히 하시는 분들일 것이다.
나 같은 세속적인 욕심을 가지고 감히 관악산 명산에 발을 내딛은 부끄러움으로 가득찬 욕망덩어리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고귀한 뜻을 지닌 분들일 것이다.
한참을 내려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너무 힘들어서 배낭을 내려놓고 의자에 그냥 누워버렸다.
다행히 당 떨어질 것을 대비히 빼빼로 과자도 넣어주고 견과류바도 여러 개 넣어 주었다.
다시 힘을 내어 내려가 본다.
하산길 사당역이라는 표지판이 반갑고 고맙고...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더 가야하는 지...
헬기착륙장을 여러 군데서 목격하게 된다.
그만큼 혹시 조난이나 부상같은 긴급상황에 대한 대비가 가능하다는 의미일지도... 든든한 마음이 든다.
이제 관악산 정상이 까마득하게 멀리 보인다.
그런데 또 내려가야 할 길의 거리도 만만치가 않다.
이쯤에서 였던가? 그래도 이제는 더이상 힘들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계다 한계다 더이상은 무리다... 그러다 어느 틈엔가... 생각이 없어지고 그냥 가던길을 가는 무념무상의 순간...
지금 이 글을 쓰는 11월 18일 새벽은
둘째아들 호영이가 수능시험의 격전을 치르고 가족식사를 함께 마치고 집에 돌아와
오랜 만에 전혀 긴장되지 않은 편안한 마음으로 곤히 잠든 시간이다.
수험생 아빠의 고행의 관악산 산행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 수능시험을 훌륭히 치렀다.
어려웠다는 수학시험도 만점이고 영어도 만점이다.
국어와 물리, 지구과학에서 한 두개씩 틀리긴 했지만... 그래도 모두 1등급을 받을 것 같다.
서울대학교 수시발표가 있었는데... 서울대 수시1차도 합격을 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경사다.
정확한 정시채점을 해봐야 하겠지만... 본인이 목표로 열심히 공부한 의대에 진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첫째아들이 있는 카톨릭의대에 진학해서 함께 다니면 좋겠지만... 본인이 그정도 까지는 아니라고 기대하지 말라고 한다.
수능시험은 큰 돌산을 찾아가서 빌어야 한다는 또 한번의 우연을 확인한 것으로 되었다.
2년 뒤 세째아들 수능시험에는 소위 어떤 기도빨이 좋은 돌산을 찾아야 할지...
한동안 불안하고 걱정이 가득했던 집안에... 정말 오랜만에 화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되찾았다.
나도 이제 뿌듯한 마음으로 편히 잠을 청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