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글은 맨드라미 계관화 Cock's Comb
닭벼슬을 닮은 맨드라민꽃은 길섶에 화단에 깊은 색감을 두르고 나그네의 마음을 휘적신다
그 시절 어느 집이든 장독대와 담장 밑에서 어김없이 볼 수 있던 붉은 꽃. 수수하면서 특이한 외모에 늦가을까지 오래오래 피어 있는 그 꽃 #맨드라미. 꽃 모양이 마치 손으로 만든(맹글은, 맨들은) 듯 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씨앗이 반들반들(맨들맨들) 매끄럽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도 한다. 어쨋든 정겨운 우리말 이름이라 더 친근감을 준다.
흥미롭게도 맨드라미 꽃의 생김새를 보고 동서양이 동일한 연상을 하고 있다. 닭의 벼슬을 닮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양에서는 계관화(鷄冠花), 서양에서는 Cock's Comb 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한 전해 내려오는 전설 역시도 왕과 주인을 향한 충절 또는 충성으로 서로 비슷하다. 실제로 닭은 뱀이나 지네에게는 천적이어서 닭을 닮은 맨드라미를 장독대나 담장 밑에 심었다.
우리 땅에 맨드라미가 들어온 시기는 의외로 오래되었는데,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추가 조선후기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음식에 색깔을 내는 단골재료로 사용되었으며, 꽃은 화전이나 차로, 잎은 부각으로 튀겨 먹기도 했다. 또한 한방에서는 열을 내리는 약재로 요긴하게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