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부모는 내가 챙겨야 된다 / 강유선
이제까지 살면서 내가 느꼈던 보람들은 참 많지만 그 중 하나를 꼽아 보라고 하면 그것은 바로 쌓여있는 집안일을 대신 해 어머니를 쉬게 해드리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학교에 갔다 오면 밥 먹고 씻고 내 할 일 하고 자고, 이렇게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나는 보살핌을 받았다. 그런데 일 끝나고 집에 오시면 또 청소기를 돌리시고 가정주부로서 할 일을 다 해야만 하셨다. 하루는 "왜 집에 와서도 일해? 아빠는 안 하는데."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러면 "엄마보다 밖에서 힘든 일을 많이 하고 오시잖아."라고 답해주신 적이 있었다. 늘 24시간을 잠을 줄여가며 생활하셨다. 그러고도 우리들한테 아침밥 차려주기를 한번도 거르신 적이 없었다. 명절 때 부득이하게 못 먹여 보내시면 씨리얼과 우유를 올려놓고 가셨다.
초등학교 2학년 때는 학교 빨리 가는 것에 재미를 붙여서 겨울에 해도 뜨기 전인 7시에 집을 나선 적이 있었다. 이때 오셔서 빵과 우유를 주고 가셨다. 부모님께 참 받은 것이 많다. 근면성실, 독서, 끈기, 열정 등 좋은 것들을 보고 자랐다. 이런 내가 부모님께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누려왔던 것만큼 다시 돌려 드릴 거다. 좀 더 바지런하게 집청소를 하고 양념장도 많이 만들고 식물에 쌀뜨물도 열심히 주며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면 쾌적한 환경에서 지내실 수 있으시고 학생 때의 나처럼 밥만 먹고 주무실 수 있게 되신다. 저번에는 설거지를 다 해 엄마께서 책을 읽고 주무셨다. 여가 시간을 선물해 드린 것 같아 몹시 뿌듯했다.
한번은 제사 때 전을 내가 다 부쳤는데 작은 엄마들께서 "전 잘 부쳤다. 누가 했어요?"하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유선이라고 말해주셨는데 옆에 있던 아빠께서 명절 때 가게 먹을 음식도 다 해다 날랐다고 자부심에 넘치셔서 자랑하셨다. 자식 잘 되는 걸 말하길 좋아하시는데 흐뭇했다. 논술을 지도나고 나선 전국대회에서 수상하는 아이를 배출한 것, 혼자 50명을 가르친 것 등의 기쁨을 드렸는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연신 나를 칭찬하기 바쁘셨다. 그러면 친척분들께선 "아, 그래요!" 하신다. 이 맛에 우리 잘 나가는 것을 동네방네 퍼뜨리신가 보다. 자식을 안 낳아봐서 모르겠지만 자녀의 축하받을 만한 일이 분명 부모님께는 큰 낙이 될거다. 세상 누구보다 같이 웃고 슬퍼해 주셔서 참 행복하다.
매일매일 어떻게 즐겁게 지내시게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한다. 저번에는 엄마 출근할 때 입을 예쁜 옷도 사다드렸다. 이제 곧 설이 다가온다. 가게는 바쁠 것이고 먹거리를 신경쓰시지 않게 장을 봐놔야 된다. 바쁘신 와중에도 맛있고 건강하게 잘 챙겨드실 수 있도록 음식 종류를 생각해 놔야 된다. 추석이 끝난 다음날부터 계속 떠올려 보고 있다. 날이 추워졌으니 따뜻한 국물과 소화가 잘 되고 입맛을 돋울 수 있는 반찬을 준비할 것이다. 그래서 아빠께 또 "우리 딸 멋쟁이, 최고, 파이팅."이라는 말을 들을 것이다. 엄마께는 점심 시간을 행복하게 해드릴 것이다. 사실 이것도 <편스토랑>이라는 요리 프로그램을 1년 동안 한 회도 빠뜨리지 않고 본 결과이다. 연습도 많이 했다.
내가 발전하면 가족이 즐겁고 편하게 지낼 수 있다. 나를 키우시면서도 비슷한 마음으로 가게일을 하셨을 거라 생각된다. 식구는 운명 공동체인 듯하다. 모두가 각자 할 일을 열심히 하며 서로를 도울 때 진정한 안식처로 자리매김하는 것 같다. 시집가도 지금처럼 살펴드리고 싶다. 평생 내가 입었던 은혜만큼 보답해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첫댓글 미소가 저절로 감도는 글이네요.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부모님이 이 글 보면 뿌듯해하실 겁니다.
엄마께서 감동하셨데요.
착한 따님 칭찬합니다
아주 작다고 하지만 이런 것이 모여야 큰 것이 됩니다
착한 따님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라며, 주님의 은총을 빕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그래요. 가족이니까 서로 가사일을 분담하는 겁니다. 좋은 딸이네요.
네, 선생님, 집안일은 해도 끝이 없어요.
집안 일을 해 놓는 것으로 '엄마가 좋아하는 독서 시간(여가 시간) 선물하기 ' 너무 착하고 사랑스러운 따님이시네요. 부모의 사랑과 은혜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보답하려는 마음이 어른스럽네요.
부모의 희생 없이는 자식들이 잘 살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황정혜 선생님을 닮아 마음이 고우시네요. 곁에서 자주 찾아 뵙는 것이 가장 큰 효도 같아요.
엄마를 따라가려면 멀었어요. 고맙습니다. 선생님
모전여전(?)이네요. 예쁜 딸 노릇하려고 노력하는군요. 응원합니다.
하하! 부모님께서 좋아 하시겠어요. 글 잘 읽었습니다.
엄마께서 좋아하셨어요. 고맙습니다. 선생님
착한 따님이네요.
황정혜 선생님이 따님을 잘 키우셨어요.
역지사지가 가슴으로는 알지만 손발이 움직이기는 쉽지 않은데 그 어려울 걸 해 냈어요.
짝짝짝!
아마 엄마께서 잔소리를 많이 안 하셔서 고마움을 더 느끼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