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이용자가 많아지고 단체가 커지면서 점점 저의 일도 많아졌습니다.
관공서 서류, 은행업무, 재정과 후원자관리까지, 우리 아내가 하는 업무 빼고도 많은 일을 혼자 맡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료급식 조리하는데 신경을 못 쓸 때가 간혹 있습니다. 특히 월말 때가 그렇죠. 그럼 정기봉사자가 알아서 식단표대로 조리를 합니다. 그 시각 저는 사무실에서 행정처리를 하고 있고요.
그런데 도시락을 나눠드릴 때쯤 되면 모든 일을 잠시 내려두고 급식소로 출동합니다. 그리고 줄 서 계신 이용자 한 분, 한 분에게 얼굴을 보며 인사를 합니다.
“어서오세요. 오늘도 맛있게 드세요. 전에 아팠던 건 좀 어떠세요?”라고 짧은 대화를 나눕니다. 그리고 배식 끝날 때까지 내 자리를 지키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합니다.
간혹 내가 없을 땐 “여기 주인 어딨어? 사장 어디 아파? 오늘 왜 안 나왔어?”라고 묻습니다.
다른 봉사자가 있어도, 공손하고 상량하게 해드려도 제가 있고 없고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있으면 마냥 좋은가봅니다.
옛날 드라마였던 MBC 전원일기에서 최불암이 국회의원에 당선돼 더 이상 전원일기에 출연하지 못하자 나이 많은 시청자가 말하길 “국회의원이 됐어도 집에는 끼들어와야지, 왜 매주 안보이는겨.”라고 했다지요.
저도 아무리 바빠도 무료급식소는 끼들어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 걸어주고, 눈인사 하고, 관심 가져주는 게 그렇게 좋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전 무료급식소의 “얼굴마담”이에요.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내가 있어야할 자리를 꼭 지키려고 부단히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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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컴퓨터수리나 네트워크 구축하는 데 특별한 재주가 있습니다. 사실 실력있다기보다는 “케이블정리” 하나만큼은 잘해 그것 때문에 좋아하는 분이 많습니다. 깔끔하게 해드리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환경에 컴퓨터설치나 인터넷공유, CCTV설치를 하려는 분이 저에게 부탁해옵니다.
1년 전, 제가 좋아하는 어떤 분이 이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삿짐 푸는 걸 도와드렸죠.
컴퓨터와 프린터를 설치했고, 인터넷도 모든 방에서 할 수 있게 전부 손봐드렸습니다. NAS까지 완벽히 세팅해드렸는데 문제는 TV유선방송이었습니다. 이사 첫날이니 정신도 없었기에 제가 신청까지 해드렸습니다. 설치기사가 설치하려는데 TV 액정이 깨진 게 아닙니까? 분명 이사 오기 전까지 잘 나왔던 건데 이사 올 때 포장이사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 같았습니다.
제가 주인에게 제안했죠.
“분명 이사할 때 파손 된 것이니 손해배상청구를 하세요. 이사짐센터는 보험에 들었을 것이니 청구해도 괜찮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것도 그런 것이 스마트TV라 가격도 비싼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분이 말하길, 이사할 때 내 일같이 수고해줬던 이사짐센터인데 좋은 관계로 끝내고 싶다고 말하며 청구하지 않기도 한 것입니다.
이걸 보고 마음속으로 “정말 대단하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악착같이 손해 안 보고 사는 사람이 많은데 이렇게 넓은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많은 걸 배웠습니다.
그 후로부터 저도 조금은 달라졌습니다.
장날에 시장에서 콩나물 살 때도 바둥바둥 깎지 않습니다. 고마운 분에게 선물할 때도 저렴한 것으로 안삽니다. 내가 받으면 좋아할 것 같은 걸로 삽니다. 누구를 대접할 때도 비싼 것으로 대접합니다. 비록 그날 저녁식사를 김치에 밥을 먹는 한이 있어도 대접을 할 땐 근사한 데에서 쏩니다.
돈을 쓸 땐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주차비 1,000원 낼 때는 왜이리 아까운지, 우리 가족 먹을 과일 살 땐 품질이 약간 떨어지는 이벤트테이블에서 구매하는 습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는 검소하게 살아가야 믿는 사람 아니겠어요? 또 나는 목회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