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 나라 생선가게들이 초비상에 걸렸다. 생선가게 맡긴 고양이들이 그들 본연의 본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하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이 당초 말이 안되는 소리였지만 말이다. LH 직원들 이야기이다. 어떤 언론은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갈 길 바쁜 정부가 내부자인 LH 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으로 큰 암초를 만났다고 표현하고 있다. 공공이 하면 공정하고 투명하다며 공공 재개발·재건축을 전면에 내걸고 83만호를 공급하는 2·4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여론의 공분이 쏟아지면서 난감한 상황에 몰렸다.
참으로 이 나라 부동산 정책의 난맥상이 표출된 사건으로 분석될 수 있다. 왜 이리 하는 족족 문제를 일으키고 헛발질의 연속인가. 내 그동안 숱하게 지적했다. 설익은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을 혼란시키지 말라고 말이다. 하다하다 이제는 그런 정책을 연구하고 조사하는 기관의 직원들이 앞장서 투기에 나섰다는 이야기인데 참으로 한심스럽고도 우려스럽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철저한 조사를 지시한 것을 보면 이번 사안이 정말 만만치 않은 것임을 실감케 한다.
이들이 사들인 토지는 10필지 7천평에 달한다. 매입에 100억원이라는 거액이 투입되고 이 가운데 58억원은 금융기관 대출로 조달했다고 한다. 수용되는 토지를 대신해 주는 대토 보상 기준에 맞추기 위해 일부 토지는 매입 직후 1천㎡ 이상씩 쪼개기가 이뤄졌다. 최근 신도시 발표 이후에는 보상을 더 받기 위한 나무 심기 정황도 포착됐다. 이는 수용 보상이나 대토 보상액을 높이기 위한 전문 투기꾼들의 전형적 수법이다. 연루된 직원 일부가 토지 보상 업무를 맡았다고 하니 정보를 갖고 조직적으로 움직였을 개연성이 크다. 일부 인간들이 LH직원은 투자도 못하냐고 주장한다. 이런 정황인데도 이것이 정당한 투자냐 이것들아. 주장할 것을 주장해야지.
문제는 지금 고양이에게 털린 생선가게가 LH 한군데뿐이겠는가. 그랬으면 불행중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마 전국 대부분 생선가게가 고양이들에게 집중적으로 털리고 있을 것이다. 아마 이번에 LH 사건이 터지자 가슴조리고 있을 이나라의 고양이들 아니 진짜 공무원들이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이 나라의 공무원들은 이 정권 초기에는 바짝 긴장했다. 정의를 내세우는 정권이 들어섰서니 정말 몸조심해야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정권은 오로지 북한문제, 검찰개혁, 부동산 정책에만 올인하는 모습을 보고 이 나라 생선가게 고양이들은 안도했다. 게다가 코로나로 다른 것은 신경도 쓰지 않으니 얼마나 좋은가. 생선가게 주인은 너무 바빠 고양이에게 생선 잘 보라며 출타가 일상사이고 고양이를 봐달라고 부탁했던 옆집 가게 주인도 먹고 사느라 정신을 못차리는 이때가 고양이로서는 최적의 기회 아니든가.바로 그것이다. 이 나라 생선가게 고양이들은 자기 뱃속 채우느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생선가게 주인이 모르고 있을 뿐이다.
지금 이 나라는 코로나 지원금과 지자체장 재보궐 선거에 온통 신경이 쏠려 있다. 생선가게 신경쓸 여유가 없다. 이번 고양이도 자체 감사나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아예 모르고 있었다. 아니 신경도 안썼다. 민변과 참여연대가 들쳐 낸 것 아닌가. 생선가게를 우연히 지나가던 객들이 찾아낸 것이다. 바로 이것이 지금 이 나라 공무원을 감시하는 감사의 현주소이다. 지금 야당이나 기레기들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엄청 원하고 있는 듯 하다. 여당은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은 바로 생선가게로부터 시작된다는 생각을 해야한다.
정말 LH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런 저런 곳...대충 알지 않겠나. 한국의 생선가게들을 생각해 보라. 비어가는 곳간을 우려한다며 국민들에게 이런 저런 이유로 돈을 가져 가는 그런 기관들 말이다. 내 손가락이 지저분해질까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겠지만 부패지수가 낮아졌다고 환호성 올리지 마시라. 그것은 드러난 부정부패을 가지고 통계를 매긴 것이다. 숨은 부정부패가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 이러다 고양이때문에 문닫는 생선가게 부지기수일 것이다. 참으로 한심하고 우려스럽다.
마지막으로 지금 생선가게하시는 분들께 죄송한 말을 전한다. 용서하시라. 비유적으로 그렇게 했다. 생선가게 사장님같이 힘든 여건속에서도 피땀흘리며 일하는 분들께 생선가게 운운은 죄송하다. 그리고 고양이에게도 미안하다. 나는 고양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고양이 좋아하시는 분들께도 죄송하다는 말 전한다.
2021년 3월 4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