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고백이 사랑으로 드러나길”
성탄의 기쁨을 지내는 우리에게 두 분의 주교님이 새로이 탄생하셨다는 소식은 크나큰 기쁨이며 선물입니다. 이 부르심이 두 분에게 갑작스러운 소식일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기다림에 대한 선물입니다.
가장 먼저 이 소식을 들으신 주교님들께서는 더 큰 십자가를 지셔야 한다는 고뇌의 시간 안에서 힘드셨겠지만 이 소식을 들은 우리에게는 성탄의 기쁨 안에서 받는 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두 분의 주교님 중 수도회 소속이신 분이 함께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은 한국 교회가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 봅니다.
특히 고유한 카리스마 안에서 응답하였던 수도생활이 새로이 부르심을 받는 이 시간에 참 많은 위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것은 한 분에게 주어진 위로가 아니라 한 분으로 말미암아 많은 이들에게 주어지는 위로라 생각되어집니다.
거룩한 부르심 앞에서 지금까지 삶으로 선포한 복음의 기쁨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과 기쁨이 될 수 있도록 아낌없는 희생으로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훌륭한 협조자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주교님들께 아흔아홉 마리와 잊어버린 한 마리 양 모두를 원하신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하느님께서 이 시대의 목자들에게 원하는 것은 아흔아홉도 아니고 잊어버린 한 마리도 아닌 당신이 맡기신 백 마리의 양을 원하신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스승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착한 목자에 대해서 이렇게 가르쳤습니다.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어 놓어라’고 말입니다.
아흔아홉을 위해서도 목자는 목숨을 내어놓아야 합니다. 잊어버린 한 마리를 위해서도 목자는 목숨을 내어놓아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탄의 선물로 한국 교회에 허락하신 두 분의 주교님께서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두려움 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한국의 모든 수도자들도 보잘것없는 응답의 삶이지만 함께 하겠습니다.
두 주교님께서 신앙고백 안에서 믿음으로 고백한 모든 것들이 희망으로 전해지고 사랑으로 드러나기를 기쁨이 가득한 이날 함께 간절히 청합니다.
두려움 가득한 가운데서 부르심에 응답했을 두 분의 주교님께 예수님의 탄생 예고 때 하신 천사의 말씀으로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두려워하지 마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다시 한 번 한국 교회에 크나 큰 선물을 허락하신 하느님께 찬미와 찬송을 들어 높이며 주교님들을 위해 응답하는 삶으로 늘 기억하도록 하겠습니다. 성탄 시기에 저희에게 기쁨을 한아름 주신 하느님은 찬미찬양 받으소서.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총원장〉
이돈희 신부(한국 가르멜수도회 관구장)
“모든 수도회 든든한 아버지 되시길”
정순택 베드로 신임 보좌 주교님께서 한국 교회의 새로운 목자로 탄생하셨음을 저희 수도회 형제들을 대표해서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동안 가르멜 수도회 회원으로서 하느님께 대한 전적인 봉헌의 삶을 사셨던 주교님께서는 이제부터는 한국 교회를 위한 목자로서 새롭게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가까이서 저희들이 지켜본 주교님의 삶은 가르멜 영성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는 ‘하느님 사랑에 대한 열정의 사람’이셨습니다. 언제나 주어진 소임에 충실하신 모습은 함께 살아가는 형제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셨습니다.
겸손과 친화력으로 공동체 안에 큰 활력을 불어 넣어주시던 주교님께서는 또한 수도회의 큰 버팀목이셨습니다. 그동안 수도회 안에서 크고작은 소임에도 충실하셨지만, 지금까지 가르멜 수도회 로마 최고 평의원으로 계시면서 동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의 가르멜 수도회 담당으로서의 소임에 혼신의 힘을 다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때로는 같은 형제로서 안쓰러운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특히 각 나라가 가지고 있는 문화와 다양한 삶의 양식을 존중해주면서도 가르멜 수도회 정신 안에서 서로 일치하고 협력하도록 중재하셨습니다. 특별히 어려움이 있는 곳에는 더 자주 방문하시면서 신앙의 빛과 특유의 명민함으로 문제를 잘 해결해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대교구 보좌 주교로서 각 수도회들이 본연의 카리스마에 충실하도록 용기를 불어넣어 주시면서, 교구와 수도회 간에 큰 협력을 위하여 아낌없이 봉사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가르멜 수도자로의 삶에 최선을 다해서 사셨던 주교님께서는 수도생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을 바탕으로 모든 수도회의 든든한 아버지가 되어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수도회 안에서 늘 작은 소리에도 진지하게 귀담아 들으시던 주교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하느님께서 주교님에게 주신 좋은 성품을 잘 간직하시면서, 특별히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소리없이 다가가시는 주교님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