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꽃향기 속에서(441) – 노루귀(남한산성)
노루귀
2024년 3월 27일(수), 남한산성
소동파(蘇東坡)는 「춘야(春夜)」라는 시에서 봄밤의 일각은 천금의 값어치가 있다고 했다.
밤이 그럴진대 낮의 일각은 만금의 가치가 있지 않을까?
봄꽃들을 찾아다니느라 일각일각이 바쁘다.
봄밤의 일각은 천금의 값
맑은 향기 감도는 꽃, 그늘진 달
누각에는 노랫소리 간들어지는데
밤은 어둑하고 뜨락에는 그네가 난다
春宵一刻値千金
花有淸香月有陰
歌管樓臺聲細細
鞦韆院落夜沈沈
편석촌 김기림(片石村 金起林, 1908~ ?)의 시 「함경선 오백킬로 여행풍경」을 함께 올린다.
서 시
세계는
나의 학교,
여행이라는 과정에서
나는 수없는 신기로운 일을 배우는
유쾌한 소학생이다.
대합실
대합실은 언제든지 튜-립처럼 밝고나.
누구나 거기서는 깃발처럼
출발의 희망을 가지고 있다.
식당
흰 테-블 보자기.
건강치 못한 화분 곁에 나란히 선
주둥아리 빼어든 알미늄 주전자는
고개를 꺼덕꺼덕 흔들 적마다
폐마와 같이 월각절각 소리를 낸다.
나는 철도의 「마-크」를 부친 다잔의 두터운 입술기에서
함경선 오백킬로의 살진 풍경을 마신다.
마을
수수밭 속에 머리 수그린
겸손한 오막살이 잿빛 지붕 우를
푸른 박덩쿨이 기어 올라갔고
엉크린 박덩쿨을 나리 밟고서
허-연 박꽃들이 거만하게
아침을 웃는 마을.
풍속
해변에서는 여자들은 될 수 있는 대로
고향의 냄새를 잊어버리려 한다.
먼- 외국에서 온 것처럼 모다
동딴 몸짓을 꾸며보인다.
함흥평야
밤마다
서울서 듣는 기적소리는
사자의 울음소리 같더니
아득한 들이 푸른 깃을
흰 구름 품속에 감추는 곳에서는
기차는
기러기와 같이 조고마한
나그네고나.
목장
뿔이 한치만한 산양의 새끼
흰 수염을 붙였으나
아기네처럼 부끄러워서
옴쑥한 풀포기 밑에 달려가 숨습니다.
東海
울룩 불룩 기운찬 검은 산맥이 팔을 벌려
한아름 둥근 바다를 안어들인 곳.
섬들은 햇볕에 검은 등을 쪼이고 있고
고깃배들은 돛을 거두고
푸른 침상에서 항해를 잊어버리고 조을고 있구료.
부디 달리는 기차여 숨소리를 죽이려므나.
조으는 바위를 건드리는 수접은 흰 물결이
놀라서 달아나면 어떡허니?
멱을 따는 아가씨 제발 이 맑은 물에 손을 적시지 말아요.
행여나 어린 소라들이 코를 찡기고
모래를 파고 숨어버릴가보오.
오늘밤은 차에서 나려 저 숲에 숨어서
별들이 나려와서 목욕하는 것을
가만히 도적해볼가.
동해수
순이……
우리들의 흰 손수건을
저 푸른 물에 새파랗게 물들입시다.
돌아가서 서랍에 접어두고서
순결이라 부릅시다.
벼록이
너는 진정 호랑이의 가죽을 썻고나.
나의 침상을 사자와 같이 넘보는 너의 다리는
광야의 위풍을 닮었고나.
어둠 속에서 짓는 사람의 좌 우에 너털웃음을 웃는 너.
너는 사람의 고집은 심장에서
더러운 피를 주저없이 빨아먹으려므나.
바위
육지로 향하야 업드러져서
물결의 흰 채찍에
말없이 등을 얻어맞는
늙은 바위.
물
물은 될 수 있는 대로
흰 돌이 퍼져 있는 곳을 가려서 걸어댕깁니다.
조이밭 속에서 그 소리를 엿듣는
팔이 부러진 허수아비는
여기서는 오직 한사람의 詩人이외다.
따리아
진홍빛 꽃을 심거서
남으로 타는 향수를 기르는
국경 가까운 정거장들.
산촌
모-든 것이 마을을 사랑한답네.
참아 嶺을 넘지 못하고
산허리에서 멍설이는
흰
아침연기.
살구꽃
제비꽃
첫댓글 정말 청초하고도 단아한 꽃입니다...
만인으로부터 사랑 받는 노루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