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신북온천을 다녀와서
2018년 1월 27일 토요일 아침 날씨가 기온 영하17도다. 하늘은 맑다. 추위를 이기지 못하는 60대 후반 인생들은 외출이 꺼려지는 날씨다. 오랜만에 집사람과 나는 그 옛날 포천산속의 온천 신북 온천을 다녀온 기억을 되살려 포천면 신북면 청신로 571소재 신북스프링폴 온천에 다녀왔다. 일산에서 봉일천을 지나 조리읍에서 문산방향으로 달리다 여우고개에서 율곡로로 접어들어 어유지리를 지나 파평면 적성면을 거쳐 연천군 전곡읍 한탄강 관광지 한탄강변을 따라 열심히 달리면 고사능 삼거리가 나타난다. 여기에서 우회전하고 다시 한탄대교 삼거리에서 동두천 방향으로 우회전 하여 초성교차로에서 신북 방향으로 좌회전하면 열두개울 마을을 지나 신북온천 스프링폴이 나타난다. 시간은 일산에서 1시간 20분 소요된다. 이곳은 아직도 눈 쌓인 산봉우리가 황량한 나무숲속에서 스카이라인의 정점임을 비춰준다. 자연에 순응하는 숲속의 나무들 사이로 하얀 눈이 눈부시다.
나만의 고요한 사색을 즐기고 싶다면 깊은 산속에서 순도 높은 온천욕도 제격이다. 부인이 한 3일간 감기몸살에 지쳤다가 요즘 원기회복중이라 겨울풍경을 바라볼 겸 율곡로를 달려 연천을 지나 포천까지 이르러 고즈넉한 깊은 산속의 온천을 즐겼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인파로 산속의 주차장이 만원이다. 온천물은 우리가 항상 좋아하는 백암 온천 다음으로 평하고 싶은 수질이다. 찜질방 포함 경로우대로 9,600원/1인 이다. 시설도 괜찮은 편이고 야외온천도 그럭저럭인데 아쉬운 것은 찜질방이 넓이가 맘에 차지 않는다. 그래도 산속에 이런 문화시설이 있다는 자체가 포천의 자랑이다. 이곳 찜질방은 장작이 아니라 전기스토브로 열을 내는 것 같다. 이유는 온천에서 연기는 물을 데운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곳이라면 어떤 걱정과 고민도 모두 적어지는 것만 같다. 겨울이라 가는 길도 조용했지만 돌아오는 길도 석양의 따스한 햇빛을 안고 눈 덮인 하얀 전답을 바라보며 건너 산 아래 마을의 조용한 풍경이 평화롭게 보인다. 우리는 소박한 여행을 선호한다. 시끌벅적한 유명지보다 고요가 흐르는 한적한 시골풍경을 좋아하고 휘돌아 흐르는 시냇물을 사랑한다. 집사람은 노성천을 끼고 살았고 나는 월암천에 미역 감으며 자랐다. 하얀 모래와 둥근 자갈과 이쁜 돌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을 때다. 그 시절이 반백년전일이지만 기억 속에서 그리운 추억으로 가슴에 간직하고 산다. 그리운 얼굴들은 먼 세상으로 떠났지만 그 시절 산천경개만은 아련했던 모습을 보여준다. 한탄강변의 겨울풍경은 을씨년스럽지만 수 십 년 전과 수년전에 오갔던 풍경이 오버랩 되어 익숙한 고장으로 둔갑한다. 항상 한탄강변 이곳을 지날 때면 잊지 못할 하나의 비석을 생각한다. 전곡리 선사유적지에서 한탄강변으로 100미터쯤 내려오면 봉분 없는 비석이 서있다. 그 비석의 사연은 60여 년 전 이북에서 홀로 내려온 여인이 어린 삼남매를 낳고 살다가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이곳 한탄강에 몸을 던졌다. 불쌍한 어린 자식들은 이웃 마을에서 돌아가며 건사하여 성년이 되고 성혼을 하였다. 그 자식들이 성장해서 살만하였다. 그러나 어려서 잃은 어미의 제삿날을 모르고 그 묘지도 없음이 자식으로 너무나 애통하여 이곳에 봉분 없는 비석을 세우고 자식으로 그 어미의 영혼을 기린다는 검고 조그만 오석의 내용이 있다. 내가 우연히 바라보고 그 사연이 머리에 각인 되었다. 그 것이 오늘도 이곳 한탄 강변을 지나면 떠오르는 이 고장의 한편의 내력이다. 가슴이 쓰라리고 목이 메이는 모녀지간과 모자지간의 애틋한 사연이 그 들의 운명이 끝날 때까지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오늘 신북 온천욕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부질없이 비석세운날짜를 알아보려했으나 칼바람에 포기하고 적석면 쪽으로 석양빛을 안고 차를 몰았다. 속내는 기회가 된다면 불망모친애통비(‘不忘母親 哀痛碑’) 라는 제목으로 비석의 발문을 써주고 위로하고 싶어지는 감정이 들었다. 살아오는 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숙연해지기도 한다.
적석면으로 접어들면 시골풍경이 익숙하다. 초가집들은 모두 사라졌지만 전답의 농사채와 논두렁모습 그리고 저녁연기는 아직도 그리운 모습을 연출한다. 대개의 현대인들이 이러한 시골풍경을 동경하는 것은 아련했던 추억이 그립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험난한 일도 지나면 그리운 추억으로 남는다. 1천년의 사직을 지켜온 신라의 왕조가 경주에 그 뿌리를 두지만 이곳에서 가까운 연천군 장남면 고랑포리에 신라56대 경순왕릉이 있다. 소재는 연천군이지만 관광지는 파주관광지다. 당초 신라경순왕릉이 2011년 7월 28일 연천경순왕릉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그의 아들딸 마의태자와 덕주공주의 사연도 아울러 생각나는 고랑포리가 이곳 적석면에서 근거리에 있다. 파평면에 이르러 율곡로를 달린다. 4차선이다. 파평면 두지리 매운탕집에 들려보려 했으나 집사람이 곤이 잠들어 자유로로 접어들었다. 삶의 진수가 깊이 박혀 있고 삶의 슬픔진실과 아름다운 애환이 지저귀는 겨울벌판을 가슴 벅찬 감동으로 달린다. 우리 부부만이 흉내 낼 수 있는 탐미적인 몽환이다. 돌아오는 길 임진강물이 어름 물을 머금은 채 석양에 달리는 자유로의 서정을 황홀하게 연출한다. 내 인생이 살아가는 것인지, 죽어가는 것인지 알쏭달쏭하지만 오늘은 행복했다.
2018년 1월 17일
율 천
첫댓글 좋은 여행이었네요...
그렇습니;다. 저녁연기 피는 시골 풍경을
어이 잊겠습니까?
거기가 마음의 고향인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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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28사단 무적태풍 아닌가요
@비취구슬 아 그러시군요 ? 연천전곡 포천쪽은군부대가 많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