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인터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세현 원장
ㅣ불면증, 가벼운 증상으로 간과하면 안 돼
ㅣ잘 자는 것이 중요, 자신에게 맞는 수면 시간과 리듬 찾아야
잠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다. 우리는 매일 숙면하면서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풀며, 경험하고 학습한 것들을 장기기억으로 저장하고 정리한다. 아울러, 잠은 대사와 내분비, 면역 기능 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세현 원장ㅣ출처: 하이닥
그런데 잠이 부족하면 어떻게 될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세현 원장(삼성슬립앤마인드의원)은 “하루만 잠이 부족해도 다음날 집중력, 기억력, 기분 상태에 지장이 생기는데,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신경퇴행은 물론 전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라고 조언했다. 전세현 원장을 직접 만나 숙면의 중요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꾸준히 늘어나는 불면증 환자, 잠이 부족하면 우리 몸에 생기는 일
국내 불면증 환자는 매년 꾸준히 느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빅데이터개방포털 질병의료통계를 살펴보면, 2017년 불면증 환자 수는 약 56만 명에서 2021년에는 68만 명으로 늘었다. 불면증이 꾸준히 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로는 불면증을 가벼운 ‘증상’으로 간과하는 인식도 한몫한다. 하지만 잠이 우리 건강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크고 광범위하다. 전세현 원장은 “간혹 잠자는 것을 아까워하는 사람도 있는데, 수면은 다음 날 일상 활동을 효율적으로 실행하고 신체적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라고 설명했다. 하루만 잠을 잘 자지 못해도 다음날 컨디션이 급격하게 저하되며, 장기화되면 비만과 고혈압, 당뇨, 심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 인지기능장애, 기분장애, 생식계 질환, 면역기능 저하 등 우리 몸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수면장애가 오랜 기간 지속될수록 전 원인 사망률(All-Cause Mortality)이 높아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전세현 원장은 “수면은 뇌 기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라고 강조했다. 뇌 건강이 유지되려면 뇌가 활동하면서 만들어낸 대사산물, 즉 대사노폐물이 적절히 제거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깨어있는 동안에는 대뇌의 활동과 대사노폐물 생성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반대로 수면 중에는 대사노폐물의 합성은 느리게 이루어지고, 대신 대사노폐물이 간질액과 뇌척수액을 통해 뇌 조직 밖으로 배출되는 작용이 촉진된다. 전 원장은 "이 점은 치매 등 퇴행성 인지기능장애의 병리기전과도 연관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에 베타아밀로이드, 타우단백질과 같은 대사노폐물이 침착되어 생기는데,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단백질은 주로 잠을 자는 동안 대뇌 밖으로 배출된다. 즉, 불면증이나 수면부족이 지속되면 뇌에 해로운 대사노폐물 침착으로 치매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수면 부족은 뇌에도 영향을 끼친다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실제로 불면증이 치매 발병률을 높인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2021년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신경과 백민석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코호트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연구를 진행한 결과, 불면증을 겪고 있는 환자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 확률이 약 1.7배, 혈관성 치매 발생 확률은 2.1배 높다는 사실을 발표하기도 했다.
‘잘 자는 것’이 중요, 자신에게 맞는 수면 시간 확보하고 규칙적으로 자야
수면은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 아무리 많이 자도 다음 날 일어났을 때 개운하지 않거나 피로하다면 좋은 잠이라 할 수 없다. 좋은 잠을 자기 위한 조건에 대해 묻자, 전세현 원장은 ‘적절한 수면 시간’과 ‘일정한 수면 리듬’을 꼽았다. 수면 시간은 일반적인 성인의 경우에는 약 7시간 정도가 적절하지만,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적정 수면 시간은 다 다르다는 것이 전 원장의 설명. 따라서 자신에게 맞는 수면 시간을 찾고, 적정 수면 시간을 찾았다면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잠드는 것, 즉 수면 타이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전 원장은 “평일에는 적게 자다가 주말에 한 번에 몰아서 자는 경우가 있는데, 주간 총 수면 시간은 같더라도 수면의 질은 현저하게 떨어진다”라고 조언했다.
전세현 원장이 수면의 질을 강조하며 올바른 숙면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ㅣ출처: 하이닥
간혹, 수면의 질을 높이겠다고 단순히 잠을 잘 오게 한다는 숙면 아이템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전세현 원장은 “슬립테크 아이템에 과도하게 몰입하다 보면, 효과보다는 잠에 대한 집착을 초래해 불면증이 더 악화하기도 한다”라고 조언했다. 잠을 방해하는 질환 및 증상을 먼저 파악한 후 숙면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들을 찾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적절한 수면 시간과 수면 리듬을 확보했음에도 잠이 잘 오지 않는다면 침실의 온·습도가 적당한지, 침실이 너무 밝지는 않은지, 수면을 방해하는 소음이 자주 들리지는 않는지 침실 환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전세현 원장은 “환경 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면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병원에서 진료받아볼 것을 권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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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새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