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가평군 상면초등학교에는 특별한 기계가 한 대 있다. 2층 학생휴게실에 비치된 해피포인트 적립 단말기가 그 것. 학생들은 하루에도 몇 차례씩 들뜬 발걸음으로 단말기를 찾는다. 4학년 이지희 양이 자신의 카드를 단말기에 대자 지난 1년간 교내·외 활동에 대한 적립 내용이 날짜별로 화면에 나타났다. 11월 20일 희망노트 작성 20점, 11월 16일 솔바람길 산책로 등반 5점, 11월 13일 독서인증제 10점…. 지희 양은 오늘도 사뿐사뿐 걷고 소곤소곤 말하기 30점을 추가로 적립했다.
상면초는 2010년 10월부터 물·별·숲 해피포인트 제도를 운영해 왔다. 학생별로 카드를 제작해주고 교육활동을 성실히 수행하거나, 바른생활을 실천할 때 포인트를 적립함으로써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는 제도다.
학생들의 활동은 생활영역과 교육활동영역으로 나뉘어 10가지 세부 항목으로 구분된다. 생활영역은 예절 바르게 행동하기, 맡은 일 성실하게 수행하기 등이며 교육활동영역은 방과 후, 봉사활동, 자연탐구 등이 있다. 각각의 영역에는 세부적인 평가지침들이 마련돼 있다. 예를 들면, 학교 텃밭인 상면농장에서 풀 뽑기를 하면 봉사활동으로 인정받아 10점을 적립하는 식이다. 반대로 어른에게 존댓말을 쓰지 않으면 예절바르게 행동하기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간주해 10점을 차감한다. 학생들은 적립한 포인트를 가족식사권, 축구공, 학용품 등의 선물로 교환할 수 있다.
해피포인트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학생들의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행동 유인을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그만큼 교사들의 생활지도 부담은 줄어들었다. 학생들은 일과 중 자신의 활동을 계획하며 실천한 후 단말기에서 스스로 포인트를 적립한다. 포인트에 따라 선물을 고르고, 남은 포인트를 기부하는 것도 주도적으로 결정한다. 적립·차감 기준도 학생들이 만들어 나간다.
교사들은 관리시스템에서 학생·활동·날짜별 현황을 확인하고 다양한 통계로 가공해 학생 지도의 참고자료로 활용 하고 있다.
상면초에는 특별한 장소가 또 있다. 교사들의 사랑방 ‘교사 연구실’이다. 교사들은 이곳에서 자유롭게 수업준비를 하고, 동료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다. 2010년 3월 부임한 장규일 교장이 부족한 학교시설에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만든 공간이다.
장 교장은 “작은 학교라 해도 모든 행정업무는 똑같이 처리합니다. 그만큼 고생이 많은 선생님들을 위한 선물이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학생과 학부모, 마을 주민들이 함께 하는 문화 행사 ‘달빛 도서관’도 상면초의 자랑거리다. 달빛이 흐르는 시간에 진행되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다. 학교 내 청우 도서관에서 매년 6~8회 작가초청, 연극, 콘서트 등을 개최해 마을의 문화전도사 역할을 한다.
이 밖에 수학여행이나 외부강사 초청 시 주변의 소규모 학교(연하초, 율길초)들과 협동해 더욱 알찬 행사로 만들어 가고 있다. 무학년제로 조를 편성해 스스로 탐구, 토론, 발표를 하는 프로젝트 수업 등 다양한 시도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상면초의 노력은 2011년 100대 학교문화 우수사례로 선정되는 것은 물론 2012년 대한민국 좋은 학교 박람회 참가라는 값진 성과로 이어졌다.
전교생이 100명도 안 되는 작은 학교의 부지런한 변화들은 동문들도 감동시켰다. 장 교장은 “올해는 총동문회에서 뜻을 모아 졸업생 모두 해외여행을 보내줬습니다. 이런 동문들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