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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여성혐오의 본질, 기제,
존속에 관한 모든 것
2019 미국철학협회APA 도서상
2019 미국출판협회 프로즈상 인문학·철학 부문 2관왕
여성혐오란 무엇이고, 누가 여성혐오자인가? 그것은 어디에서 기원하여 어떤 위력을 전파하며 어떻게 존속하는가? 『다운 걸: 여성혐오의 논리』는 페미니스트 도덕철학자 케이트 맨이 본격적으로 ‘여성혐오misogyny’를 분석한 철학서다. 이 책은 논쟁이 되어왔지만 그럼에도 진정 논리적으로 탐구된 적은 없었던 여성혐오라는 사회적 주제를 분석철학의 논증법으로 집요하게 파고든다. 여성혐오는 남성이 대부분의 여성에 대해 느끼는 증오나 적개심을 일컫는가? 여성혐오는 여성을 인간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인가? 여성혐오와 성차별주의는 어떻게 다르기에, 성별주의가 완화될 때에도 여성혐오는 계속될 뿐 아니라 심화되는가?
『다운 걸』에서 밝혀내는 여성혐오의 본질과 기제는 여성혐오자들의 허위를 까발릴 뿐 아니라, 여성혐오를 고발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의 문제의식과 해석에도 통찰적 반론을 제기한다. 여성혐오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성을 증오하고 적대시하는 것이라는 ‘순진한 개념’으로 이해되어서도, 여성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 취급해서 발생하는 것이라는 휴머니즘적 관점에서 반박되어서도, 남성 지배나 가부장제, 유해한 남성성에 국한된 초점으로 해석되어서도 안 된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그것은 남성 지배와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도전하는 ‘못된’ 여성들, 역사적으로 여성에게 부과되어온 지원자 역할을 더 이상 수행하지 않으려는 ‘무책임하고 게으른’ 여성들―다시 말해, 남성을 양육하고 위안하고 돌보면서 그들에게 성노동·감정노동·재생산노동을 제공해야 마땅하다고 여겨지는 여성들, 남성을 도덕적 몰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작동하는 남성의 도덕적 기준에 근거해 도덕적으로 과실이 있는 존재로 비난받는 여성들―을 통제하고 징계하고 축출하려는 법 집행의 일환이다.
케이트 맨의 논증은 철학 이론과 추상적 개념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이 책은 여성혐오 살인 사건, 여성 대상 범죄의 판결, 여성 유명인을 대상으로 한 비난과 징계, 강력한 여성 정치인을 향해 표출되는 여성혐오 등 현실의 사건 사고뿐 아니라 고전 내지 걸작이라고 일컬어지는 다양한 문학작품과 영화 등 문화 콘텐츠까지 분석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실제 세계에서 발생하는 여성혐오의 양상을 비판적으로 사유할 철학의 방법과 도구를 제공한다.
👩🏫 저자 소개
케이트 맨
철학자, 코넬대학 철학과 부교수.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대학에서 철학, 논리학,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하버드대학 소사이어티 오브 펠로스Society of Fellows 연구원을 지낸 후, 2013년부터 코넬대학에서 도덕철학, 페미니즘 철학, 사회철학을 연구하며 학생들에게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남학생 수백 명에 여학생이 단 세 명이던 사립 고등학교에 다닌 경험이 여성혐오라는 주제에 “병적으로” 끌리게 된 계기가 됐고, 2014년 아일라비스타에서 발생한 여성혐오 연속 살인 사건을 계기로 첫 책 『다운 걸: 여성혐오의 논리』를 썼다.
이 책은 2019년 미국철학협회APA 도서상을 받았고, 미국출판협회에서 시상하는 프로즈상에서 인문학·철학 부문을 모두 수상하며 학술적으로도 대중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맨은 같은 해 영국 『프로스펙트 매거진』 선정 ‘세계 10대 사상가’에 꼽히기도 했다. 사회현상을 이론화하는 일의 도덕적 중요성을 의식하고 도덕철학자가 되는 위험을 감수하는 대중적 글쓰기를 즐기며, 종교와 법, 가부장제, 인종주의 등 사이비 도덕의 허위를 공공철학의 논리로 폭로하는 데 관심이 있다. 지은 책으로 『남성 특권』 『언슈링킹: 비만공포증을 직면하는 법Unshrinking: How to Face Fatphobia』(근간) 등이 있으며, 『뉴욕 타임스』 『뉴욕 매거진』 『워싱턴 포스트』 『보스턴 리뷰』 『허핑턴 포스트』 『폴리티코』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먼트』 등에 칼럼, 에세이, 리뷰 등을 기고 중이다.
📜 목차
사회적 지위를 차지하려고 드는 여성은 대체로, 적어도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도덕성이 의심스러운 사람으로 인식될 공산이 크다. 즉, 주변 약자들을 잘 보살피거나 배려하지 않는 사람, 자기 몫이 아닌 권력을 부당하게 탐하는 사람, 그리고 이 두 가지 역할 위반으로 미루어 도덕적 진실성이 떨어지는 사람으로 치부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식의 인식은 그릇되고 유해하다. 하지만 여러모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역사의 흐름과 더불어 젠더화된 나쁜 합의의 관점에서는 그야말로 정확한 인식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잘못된 도덕적 기준, 그러니까 역사적으로 특혜와 권력을 누려온 남성들을 도덕적 몰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작동하는 남성의 도덕적 기준에 근거해 도덕적으로 과실이 있는 존재처럼 평가된다. 또한 그런 식의 인식은 남성을 굴욕적인 수치심과 정신을 좀먹는 죄책감으로부터, 그리고 도덕적 비난이라는 사회적 · 법적 비용으로부터 보호할 뿐 아니라, 남성이 그 기본 가정을 근거로 자기가 선량하고 정의롭고 올바르다고 생각하고 주장할 수 있게 해준다. 한편 남성에게 도덕적 지원 관계로 묶여 있는 여성들은 그남에게 반대 의견을 제시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서론: 잘못된 길로 가다」중에서
그러나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그남은 여성들을 생각 없는 사물이나 물체로 여기지도, 인간이 아니거나 인간보다 못한 생명체로도 여기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가부장제 질서 아래서 여성이 전반적으로 그렇게 여겨진다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여성은 인간적 능력을 특정한 사람들에게 빚진 상태라고 여겨진다. 그 특정한 사람들은 대개 이성애적 관계 안에서 백인우월주의를 지지하는 남성들과 그 자식들로, 그녀의 서비스를 돌아가며 누릴 권리를 지녔다고 간주된다. 보기에 따라 이는 사실상 유부녀법coverture law의 유산처럼 비칠 수 있다. 여성의 입장을 부친이나 남편, 사위 등이 순차적으로 ‘대리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또한 부분적으로는 여성들을 대체로 누군가의 어머니이자 누이이자 딸이자 할머니로 뭉뚱그리는 관습의 산물일 수 있다. 여성은 언제나 누군가의 누군가다. 한 사람의 인격체일 때는 드물다. 그러나 그 원인은 그녀가 사람으로 여겨지는 법이 없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그녀의 인간성이 서비스 노동과 사랑, 충실함이라는 형태로 타인들에게 제공돼야 한다고 여겨진다는 데 있다.
---「5장 인간화와 증오」중에서
여성의 관심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어마어마한 격차로 초과하면 자연스럽게 남성은 이전까지 존재조차 몰랐던 여성의 시선을 받기 위해 갖가지 시도를 하게 될 것이고, 그 방편으로 캣콜링이나 손가락 휘파람, 온라인 트롤링 등이 동원될 것이다. (온라인 트롤링의 형태는 명백히 가학적인 것부터 표면상으로는 이성적으로 합리적 논쟁을 요구하는 것까지 다양하며, 불행히도 그 결과는 때로 여성 비하나 모욕, 맨스플레이닝으로 나타나고는 한다.) 공적인 환경에서 여성은 웃으라는 말을 듣거나 수많은 낯선 (남자) 사람으로부터 무슨 생각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특히 그녀가 ‘혼자만의 생각에 깊이 잠겨’ 있거나 ‘자기만의 작은 세계로 떠나’ 있는 듯 보일 때, 다시 말해 그녀가 자기만의 사유를 하며, 자신의 외부가 아닌 내부에 관심을 집중하는 듯 보일 때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행위들은 담쌓기를 고려하거나 담쌓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반응을 아예 거부한다기보다 반응을 되도록 자제하는 상황으로 그녀를 몰아넣곤 한다. 그렇게 그녀의 침묵은 냉담함이 되고, 그녀의 중립 표정은 토라짐이 된다. 그녀의 외면은 멸시가 되고, 그녀의 수동성은 공격성이 된다. 그러나 얼음 여왕, 나쁜 년, 요부─혹은 유혹의 천사─따위의 표현에는 공통점이 있다. 하나같이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여성의 특성을 가리킨다는 사실이다.
---「5장 인간화와 증오」중에서
개인 행위자들의 도덕적 심리를 기준으로 살펴볼 때 여성혐오는 수치심에 근거한 현상처럼 보일 때가 많다. 여성혐오자의 세계관 안에서 다른 무엇보다 여성의 경애와 인정은 남성 사이의 위계 구조 내에서 그들 각각에게 상대적 지위를 부여한다. 또한 지금까지 일류였거나 장차 일류가 될 사람들은 그러한 관심이 주어지거나 표출되지 않을 때 병적인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이렇듯 수치심에 기반한 여성혐오를 꾸짖으려는 시도에는, 설령 그 수치심이 ‘생각 좀 하고 말해’ 같은 지극히 사소한 충고에서 비롯된 것일 때라도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논란의 여지가 티끌만큼이라도 존재하는 여성혐오 사례들을 두고 여성이 감히 이를 언급하거나 못마땅해하면 그러한 위험성은 더 커진다.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은 비평가나 검열관이 아니라 도덕적 청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스스로 말을 삼가게 될지도 모른다. 여성혐오자의 독설─도덕적 혐오표현, 보복성 망신 주기, 배척하기─에 맞서 불완전한 피해자들을 방어하고 나섰다가는 십중팔구 사회적 처벌을 감수해야 할 테니 말이다.
---「결론: 아낌없이 주는 그녀」중에서
🖋 출판사 서평
여성혐오의 본질, 기제,
존속에 관한 모든 것
2019 미국철학협회APA 도서상
2019 미국출판협회 프로즈상 인문학·철학 부문 2관왕
암울한 주제이지만, 케이트 맨의 『다운 걸』을 읽는 건 대단히 행복한 일이었다. 진심으로 그 통찰과 분석적 명료함, 정의라는 논제에 대한 헌신적 참여에 한껏 고무되었다. (…) 이 책은 성차별주의와 여성혐오를 오랫동안 사유하고 가르쳐온 내게도 신선한 관점을 선사해주었다. 사유하는 사람이라면 여성에 대한 부정의가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가에 대해 저마다의 감각이 있겠으나, 여성혐오가 주로 여성에게서 지지와 서비스와 돌봄을 받아내겠다는 강력한 요구와 관련이 있다는 저자의 타당한 논지는 격동의 시대를 사는 우리 각자의 이야기에서 단연 커다란 부분을 차지한다.
- 마사 C. 누스바움, 철학자·시카고대학 교수
『다운 걸』은 철학이 세상과 동떨어져 있고 비현실적이라는-혹은 그래야 한다는-견해에 대한 반가운 해독제다. 책 속에서 철학은 현실을 만나고, 거기엔 다름 아닌 삶과 죽음이 걸려 있다. 문학, 텔레비전 프로그램, 영화, 소셜미디어, 당대의 사건 사고, 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정신이 번쩍 들 만큼 독창적인 불굴의 해설을 내놓는 이 책은, 여성혐오의 작용, 즉 남성의 필요와 욕구를 채워주어야 한다는 오래된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 여성을 감시하고 처벌하는 것으로 여성혐오를 정의한다. 맨의 분석은 (…) 여성혐오의 억압이 당분간은 느슨해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동시대 문화와 정치를 이해하고자 고군분투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필독서.
- 수전 J. 브라이슨, 철학자·다트머스칼리지 교수
『다운 걸』에서 케이트 맨은 (…) 언제나 의도적으로 뭉뚱그려졌던 젠더와 권력의 동학을 감탄이 나올 정도로 탁월하게 설명해낸다. 맨의 작업은 세계를, 또 그 안에서 권력을 가진 자들을 파악하려고 분투하는 많은 사람에게 더없이 유용하다. 『다운 걸』을 읽고 나면 현 상황을 훨씬 더 쉽게,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통찰적이고, 과감하며, 세련된 문체와 개운할 만큼 명료한 시선을 갖춘 책으로, 내가 젠더와 권력에 관해 읽은 책 중 최고의 반열에 든다. 이 책을 통해 배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 리베카 트레이스터, 저널리스트·『싱글 레이디스』 저자
여성혐오가 여성에 대한 적대적, 비하적, 모욕적, 징벌적 처우임을 설득력 있게 정의하는 『다운 걸』은 동시대 문화에서 여성혐오자들의 논리를 긴박하고도 위트 있게 들추어낸다. (…) 개념적 명료함과 열정적 헌신이 결합된 이 책은 이른바 선진 서구사회라는 곳에서 최근 몇 년간 표면화한 추악한 적개심의 요소를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 될 책이다.
- 토릴 모이, 문학평론가·듀크대학 교수
케이트 맨의 『다운 걸』은 여성혐오에 대한 개량적 설명, 즉 실제 세계에서 발생하는 여성혐오 문제를 다루는 데 도움이 될 설명을 내놓기 위해 전통적 개념 분석과 페미니스트 개념 공학을 대중문화 및 사건 사고에서 도출한 사례들에 대한 비판적 탐구와 결합한다. 그 결과 갖은 방식으로 수백만 명의 삶을 구성하는 현상에 대한 시의적절하고 매력적이며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설명이 탄생했다.
- 노라 베런스테인, 『마인드』
고통스러울 정도로 시의적절하게, 우리 앞에 만연해 있는 비뚤어진 현상에 대한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 여성혐오자 개개인을 폭로하기란 어렵지만, 여성혐오의 뿌리를 뽑는 일은 그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임을 우리에게 상기시켜준다.
- 칼로스 로자다, 『워싱턴 포스트』
맨의 책은 가부장제의 감시 체계가 우리 정신과 세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할 톱니와 톱니바퀴가 되는 법과학적이고 영리한 분석을 제공한다. 날마다 새롭게 돌아오는 뉴스를 접할 때 특히 도움이 되는 선견지명이 담긴 작업이다.
-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