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적으로 인사부서(human resource department) 역할이 변화하고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경영자들은 인사부서를 현업부서인 영업과 마케팅, 재무관리 부서 등에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원부서로 인식했다.
그저 급여계산, 월급지급, 휴가발령, 보임관리를 한다든지 의료보험 등 복리후생을 사원들에게 챙겨주는, 회사전체로 볼 때 부수적 서비스를 담당하는 후선 부서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제 인사부서는 변하고 있다. "한 사람의 인적자원이 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인적자원 경쟁우위시대에 인사부서는 원하든 원치않든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오늘날 인사부서가 겪는 변화의 추세는 크게 두가지.
첫째, 인사부서가 날로 슬림(slim)화 되고 있다. 인사부서 인력이 줄어들고 있으며 업무가 자동화되거나 축소되고, 일부 업무들이 회사외부로 아웃소싱되는 경향이 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대기업의 58%에서 인사부서에 대한 다운사이징이 행해졌으며, 그 여파로 다른 직장을 찾고 있는 관리자급 인력의 80%가 인사부서 근무자라 한다.
두번째는 역설적으로 인사부서의 조직내 영향력이 나날이 증대되고 있는 추세다.
인사부서가 과거보다 더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다.
조직 가치를 높이는 데 앞장서고, 행정적 지원에 국한된 미시적 관점에서 벗어나 기업의 전략과 진로를 모색, 개척하고 통합하는 거시적 관점에서 기업 경쟁력 제고에 앞장 서고 있다.
인사부서는 기업의 사업전략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 실세 부서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실제로 미국 기업에서는 인사관리 담당 중역이 타 중역보다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무게가 실리는 경향이 관찰됐다.
달라진 인사부서 기능과 역할은 조직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마디로 인사기능의 집권화로부터 분권화로 이행하고 있다.
특히 현업부서에 인사 기능이 대폭 위양돼 현장에도 인사담당자(HR generalist)가 속속 임명되고 있다.
과거에는 인사담당자 = 인사부서라는 등식이 성립했으나 이제는 회사의 거의 모든 부서에 인사기능을 수행하는 담당자들이 활동하고 있어 대기업에서 인사부서의 인사기능 독점현상을 찾아보기 어렵다.
인사기능이 인사부서와 현업부서에 분산되면서 두 기관 간 공조체계 확립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가장 주목할만한 인사부서의 역할변화는 인사관리 담당자가 기업의 경영자의 전력적 파트너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사부서가 최고경영자 전략 컨설턴트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일이 다반사다.
기업이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물적인 자원의 적절한 배분과 투여도 중요하지만 인적자원의 확보와 활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쟁력있는 우수인재가 적절한 시기에 투입되지 않는다면 수립한 전략이 성공적으로 수행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에는 별로 중요시되지 않았던 인력 모집, 선발, 교육훈련, 개발, 평가, 보상이 이제는 기업의 전력적 목표로 부상하고 있으며 인사관리 담당자 위상도 이에 따라 높아지고 있다.
오늘날 인사부서에 요청되는 가장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가 조직 경계 관리(boundary spanning)다.
경계관리란 조직의 외부 환경변화를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대처하는 기능을 의미한다.
경계관리는 변화관리다.
카멜레온인 기업이 당장 무슨 색을 띠어야 할 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인사부서가 담당해야 한다.
더불어 인사부서는 외부 노동시장의 여건변화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
이를 기업이 의사결정에 반영하며, 기업경쟁력의 주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는 핵심 인력의 동향에 대해서도 예의 주시하는 파수꾼의 의무를 요구받고 있다.
전략적 파트너, CEO의 컨설턴트, 경계관리자, 변화관리자, 기업의 파수꾼...
다시 태어나는 인사부서는 여러 얼굴을 가진, 변신술의 귀재다.
김성국 / 이화여대교수 경영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