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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이언맨 CAFE 원문보기 글쓴이: 卍ⓘ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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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세계적인 (?) 스타가 되어 한국에서는 얼굴 보기가 쉽지 않은 가수 비(본명 : 정지훈)의 소싯적 노래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가사 중에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아무리 달려 봐도~ 태양은 계속 내 위에 있고~”란 표현이 있었다. 지난 7월 9일, 생도들의 하계훈련이 한창 진행 중이던 공군사관학교를 찾은 이날은 이 가사가 실감나면서도 너무 싫어지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내리쬐는 태양은 내가 어디를 가던 어김없이 따라와 나를 후끈 달아오르게 해주었다. 또한, 졸업한지 3년이 지나서 후배들은 어떤 모습으로 하계훈련을 받을까 하는 호기심과 흥분감도 나의 발열(?) 상태를 유지시키는 원동력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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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대한민국 공군의 대표 소식지인 ‘웹진 공감'의 촬영차 사관학교를 찾은 날이었다 . 물론 혼자는 아니였고 비록 병사의 신분으로 제한된 조건에서 일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능력을 가진 웹진팀의 VJ와 함께 생도들의 하계훈련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였다. 매주 마감의 압박을 받고 있는 웹진팀의 기획담당으로서의 자세라면 최대한 좋은 장면을 담아 빨리 편집해서 멋진 내용으로 내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야 당연하겠지만 3년 전과는 많이 달려졌을 후배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사심이 가득한 상태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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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학교정문을 통과하고 우리를 처음 맞아주는 성무탑을 뒤로 1학년 생도들, 일명 메추리들이 수중생환훈련을 하고 있는 수중생환훈련장으로 향했다. 이번 기사의 포커스는 1학년 생도들에게 맞춰줘 있었다. 사관학교에 입교해 처음으로 하계훈련을 맞이하는 메추리들의 훈련모습과 그들의 속마음을 담아보는 기사인데 제목은 ‘메추리의 여름나기'라고 정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시대가 변화면서 내무생활이나 전체적인 생도들의 생활들이 많이 편해졌고 군사훈련 강도가 많이 약해졌다고 들었다. 하긴 이런 얘기는 시대가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는 생각이다. 항상 자기가 했을 때가 제일 힘들었고 후배들이 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약해졌다고 생각하기 마련이고 나 역시도 조금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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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생환훈련장 입구는 내리쬐는 햇볕과 주차된 차량만 몇 대 있을 뿐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고 조용했다. 이런 날씨라면 아무리 부지런한 개미라도 쉽사리 그늘 밖으로 나오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구를 들어서니 우리를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귀를 불편하게 하는 거친 호루라기 소리였다. 밖이 너무 고요해서 그런지 안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호루라기 소리와 함성소리, 물이 첨벙거리는 소리 등을 들으니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문 하나를 두고 갑자기 다른 세계로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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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도들의 훈련모습을 처음 보고 들었던 느낌은 시원함과 역동성이었다 . 바삐 움직이는 모습과 시원한 물이 첨벙대는걸 보니 절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수준별로 A, B, C, D반으로 나눠서 훈련장 이곳저곳에서 다들 열심히였다. 가장 먼저 가본 곳은 수영의 ‘수'자도 모르는 D반이었다.(참고로 수중생환 훈련은 수영을 제일 잘하는 생도들부터 A, B, C, D반으로 나누어서 수준별 훈련을 하고 있다.) 왕초보들 답게 벽 잡고 발차기, 지상에서 기본자세 연습, 킥판 잡고 발차기 등 보기만 해도 안쓰럽게 훈련을 받고 있었다. D반의 생도에게 2동안의 훈련에서 최종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10m를 평형으로 가는 것, 50m를 자유형으로 가는 것 등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섬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로서는 그런 말을 들으니 한번 더 안쓰러워졌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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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C반으로 옮겨갈수록 훈련의 수준이 높아지고 강도는 더 세졌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D반이 제일 힘든 것을 하고 A반이 제일 쉬운 것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각각 반에서는 그들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지 않으면 소화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A반이 보기에는 D반이 하는 것이 우스울지 모르지만 D반은 목숨 걸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A반으로 갔다. 생도때 나도 A반이었기 때문에 왠지 모르게 더 관심이 갔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훈련하는 4시간 내내 거의 쉬지 않고 끊임없이 팔과 다리를 휘저으며 물살을 헤치고 있었다. D반의 목표가 물에 뜨는 것이라면 A반의 목표는 최대한 오랫동안 물에 뜨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잠수해서 무거운 것을 들어올리는 훈련 등 해상구조대가 할법한 훈련들도 가끔씩 선보이곤 했다. A반에서부터 D반까지 수영능력과 하는 훈련을 다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뭔가 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듯 반짝반짝 거리는 눈빛을 가졌다는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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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을 수중생환훈련장에서 보내고 오후에는 메추리들의 패러글라이딩 훈련을 취재하러 갔다 . 생도들은 언제나 훈련을 갈 때 일종의 종앙광장인 명예광장이라는 곳에서 모여서 부대행동으로 이동을 한다. 오후 1시가 가까워지니 가방을 매고, 집총을 하고, 하나둘씩 명예광장으로 모여들었다. 모든 동기생들이 다 모일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 일찍 나온 생도들은 땡볕에서 최소 10분을 부동자세로 서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너무나도 태양이 피하고 싶었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메추리들이 모두 모여서 출발할 때 까지 그늘에서 기다렸다. 그런데 오후 1시가 넘어서도 패러글라이딩을 하러 갈 메추리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훈련 시간이 늦춰졌을까 라는 마음에 그동안 내무생활 모습을 담고 인터뷰를 할까하는 생각에 내무실로 향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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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무실에는 수영생환훈련장 앞 주자장과 같이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는 적막감이 흘렀다 . 훈육관에게 물어보니 이미 훈련장으로 떠난 지 오래됐다고 했다. 아차! 하는 마음에 부리나케 훈련장으로 달려갔다. 훈련장으로 가는 길에 연병장에는 2학년 생도들이 기본군사훈련을 받고 있었는데 총검술, 각개전투, 포복 등 보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직접 보진 못했지만 3학년들은 공사 하계훈련의 꽃인 공수훈련을 받고 있을 것이다. 공수훈련을 받으러 아침에 버스탈 때 저승사자에게 끌려 지옥으로 가는 느낌, 다시는 생각 하기도 싫은 그 느낌을 지금 3학년 생도들도 비슷하게 가질 거란 생각에 측은한 마음이 든다. 4학년들도 나름대로 힘든 훈련을 받고 있겠지만 그래도 훈련이 끝나고 생도대로 돌아가면 ‘왕'(?)이 되기 때문에 그렇게 안쓰러운 마음은 들지 않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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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와 함성과 땀이 함께 뒤섞인 연병장을 지나 패러글라이딩 훈련장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계속해서 따라다니는 태양 때문에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졌지만 취재를 해야된다는 일념과 후배들의 훈련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라는 사심을 원동력으로 힘차게 나아갔다. 유일하게 태양을 피할 수 있었던 나무가 우거진 짧은 산길을 지나니 경사진 비탈길 저 아래로 훈련을 막 시작한 메추리들의 모습이 보였다. 각 조별로 모여 교관들의 주의사항을 듣고 패러글라이딩을 주섬주섬 챙겨서 각자 조의 훈련장소로 이동했다. 높은 곳에서 눈이 부실 정도로 새파란 잔디위에서 형형색색의 패러글라이딩이 움직이는 모습이 흡사 바다에 떠 있는 배처럼 보여서 시원한 기분마저 들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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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지상훈련이 시작되자 반드시 하늘을 날아보겠다는 의지가 넘치는지 메추리들의 눈빛 속에 태양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 그러나 의욕이 너무 앞섰는지 바람을 잘 이용해서 해야 되는 것을 힘으로만 하려다 보니 여기저기서 아쉬움과 탄식이 터져 나온다. 오히려 힘이 없는 여자 생도들은 차분히 바람을 이용하니 오히려 멋진 동작들이 나오며 때로는 공중에 살짝 뜨기도 해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2시간여의 지상훈련이 끝나고 처음으로 경사지에서 훈련을 할 시간이 되자 안전을 걱정하는지 교관들이 표정이 심각해지고 주의사항을 설명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메추리들은 하늘을 날고 싶은 마음에 빨리 하고 싶어 조급해 하지만 그럴수록 교관들의 긴장감은 높아져만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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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m 경사에서의 활강훈련이 시작됐다. 생각보다 바람이 세게 불고 아직은 서투른 조작 때문에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더러는 운이 좋아 바람을 잘 타서 생각보다 높고 오래 날아가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나머지 생도들은 함성을 지르며 한 없이 부러운 눈으로 멍하니 쳐다보곤 했다. 그렇게 하늘을 날고 싶을까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너무나 간절한 모습을 보니 그러니까 공군사관학교에 왔구나 라고 수긍이 됐다. 모두들 날고 싶어서 되지도 않는 것을 힘으로 하려하고 교관이 그만 하라고 해도 못 들었는지 못 듣는 척 하는 건지 오로지 앞으로만 나아간다 . 그 중에서 인상 깊었던 여자 메추리가 한명 있었는데 키도 작고 몸도 왜소한 윤해림 생도였다. 다가 잘 안되니까 마구 짜증을 내며 씩씩 거리길래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 |
“다른 동기생들은 잘하는데 전 잘 안 되서 화가 나요” | |
라고 말했다 . 알고 보니 수석으로 입학한 생도여서 “사람마다 다 잘하는 것이 있고 윤해림 생도는 공부를 잘하니까 패러글라이딩을 잘하는 사람도 있는 거잖아. 열심히 하면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했더니 당황스럽게도 “다른 것 다 못해도 좋으니까 지금 하는 패러글라이딩만 잘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대답했다. 누구보다 욕심이 많고 의지가 강한 이 작은 메추리를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윤해림 생도뿐만 아니라 모든 메추리들의 눈빛에 “반드시 날고 말거야!”라는 의지가 가득 차 보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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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피하고 싶을 만큼 뜨거운 날씨에 취재를 가면서 이 날씨에 하계훈련을 하고 있을 생도들은 정말 힘들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예전 우리 때 보다는 내무생활도 많이 편해졌고 훈련강도도 약해졌으니 할만 하겠지 라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누구나 어떤 일을 처음 했을 때의 어려움이나 두려움을 느낀다. 객관적으로 예전 보다 쉬워졌다 하더라도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똑같이 힘든 것이다. 내가 지금 이런 생각을 하듯이 3년 전에 훈련을 받을 때 더 위의 선배들은 요즘 훈련이 참 편해졌다고 분명히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생도들은 오히려 예전보다 집중력은 더 놓아진 것 같다. 시키는 것만 어정쩡하고 수동적으로 하는게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하기 때문인지 누구보다 욕심이 강하고 의욕도 강해보였다. 선배로서 쉬는 시간에 조금 군기 빠진 모습을 보면 조금 편해졌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본 훈련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 눈치 보지 않고 쉬어두는 그들이 훨씬 더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고나면 부끄러운 생각마저 든다. 내가 본 바로는 분명히 발전하고 있다. 지금은 파닥파닥 거리며 겨우겨우 날고 있지만 지금처럼만 현명하고 강하게 큰다면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진정한 보라매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러기를 간절히 바란다. 처음에 “그땐 그랬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왔지만 그 생각은 “지금도 그래..”로 발전하더니 사관학교를 나올 때는 “그때도 그랬지”로 바뀌어 있었다. 근데 엄청난 능력을 가진 우리 병사 VJ가 촬영은 잘 했겠지? 후배들을 보겠다는 사심이 너무 과했나 보다.
작성: 홍보지원실 김동준 중위 |
첫댓글 수중생환훈련장.. 일과시간 후에는 관사주민과 병사들에게 개방되는 곳이죠...
아 여기 작년에 시험치러 꼭 갔어야하는곳인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