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 때는 삼겹살 마니아였다. 심지어는 고추장 불고기에도 김치찌개에도 삼겹살을 넣어야 가장 부드러운 맛을 낸다며 삼겹살을 미리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 놓기도 했다.
그런데 올라도 너무 올랐다. 이건 아주 소고기 값이니. 그래서 삽겹살 아니 금겹살을 잊기로 했다. 저녁 무렵 집으로 돌아오는데 우리 마마(남편)의 눈길이 길가 식당에 꽂혔다.
"저기 저 식당 말야. 예전(결혼 전 혼자 살 때)에 내가 자주 가던 집인데 음식도 맛있거든. 거기서 저녁 먹고 가자?"
"음 그러든지."
나야 대 환영. 저녁 차릴 필요도, 설거지 할 일도 없으니. 하지만 너무 좋아하면 속 보이니까 뜸을 들이다가 겨우 대답하는 척했다.
식당에 가보니 새 메뉴라는데 두루치기라는 이름이 알록달록 예쁘게 단장한 음식 사진과 함께 걸려 있다. 보나마나 낙찰이다. 예쁜 거 좋아하는 우리 신랑이니까.
그런데 내 기대에는 영 미달이었다. 채소는 그렇다치고(약간 덜 싱싱) 돼지고기는 익혀서 냉장고에 보관했었는지 기름기가 배인 채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래도 이 남자 아주 맛있다고 잘 먹는다. 후루룩 짭짭 소리까지 내면서.
그래서 나는 당장 결심했다. 저렇게 잘 먹으니 집에서 더 맛있게 해줘야지 하고. 그래서 시작한 게 우리집 표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은 돼지고기 두루치기다.
역시 가장 중요한 건 돼지고기. 난 언제나 비싼 건 사절이다. 가정 경제도 문제려니와 비싼 음식을 먹으려면 왠지 돈을 씹는 느낌이라 영 미감까지 거슬려 할 수 있는 한 싼 재료를 쓴다.
오늘은 가까운 마트에서 사다 보니 미리 썰어서 늘어 놓은 뒷다리살을 샀지만 내가 찜해 놓은 한 마트에서는 아주 친절하게 내 요구에 응해 준다. 다름 아닌 삼겹살 두께의 뒷다리 살을 사는 것이다. 가격은 삼겹살의 40%. 그럼 재료부터 점검…. 아래 재료는 2인분이다.
고기 돼지고기 뒷다리살(혹은 앞다리살) 300g
고기에 들어가는 양념 고추장 두 스푼(집에서 흔히 밥 먹는 스푼 기준), 고춧가루 두 스푼, 마늘 두 쪽, 깨소금, 참기름 약간
채소 양배추(혹은 배추) 서너 잎, 대파나 쪽파(혹은 부추) 한 줌, 콩나물 데친 것 한 줌, 깻잎 한 줌, 양파 반 개.
식용유는 없어도 됩니다. 돼지고기에 기름이 있고, 또 채소에서도 물이 나오니까.
▲ 돼지고기 양념 고기는 마리 양념을 넣어 조물 조물…ⓒ 이현숙
▲ 채소 채소는 썰어서 보기 좋게 담아 놓습니다 ⓒ 이현숙
요리법
1. 고기는 양념에 조물조물 무쳐 놓는다.
2. 채소는 굵게 채 썰어(콩나물은 그대로 사용) 접시에 예쁘게 담아 놓는다.
3. 먼저 고기를 큰 팬에다 놓고 다 익을 때까지 볶는다.
4. 고기가 익고 나면 정리를 해야 하는데 이 때 비계와 살의 분배를 황금 비율로 조정하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느끼한 걸 싫어 하는 가족이라면 비계를 잘라서 퇴출시키는 것도 한 방법. 참고로 다리살은 삼겹살보다 살과 비계의 분리가 아주 쉽다.
5. 불을 세게 하고 썰어 놓은 채소를 몽땅 넣는다. 촉촉한 물기를 좋아하는 가족이라면 물이나 육수를 조금 넣어 조리해도 괜찮다.
6. 지글 지글 끓어서 고기와 채소가 잘 어우러지면(1분 정도 짧은 시간)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고 불을 끈다.
7. 예쁜 접시에 멋있게 담아 낸다.
▲ 돼지고기 두루치기 이렇게 지글 지글 익으면 다 된 겁니다 ⓒ 이현숙
▲ 돼지고기 두루치기 완성된 음식은 예쁜 접시에…고기와 채소가 어우러지니 보기도 좋고 먹음직스럽지요 ⓒ 이현숙
이 요리의 미덕 세가지
첫째, 재료비가 싸다.
둘째, 돼지고기만 있으면 어떤 재료(채소)를 넣어도 맛있는 음식이 된다. 그리고 내가 채소를 다 한 줌씩이라고 했는데 채소가 고기보다 좋으면 한 줌 크기를 달리 하면 된다. 크게 혹은 적게.
셋째, 막상 해놓고 보면 한 가지만 있어도 식탁이 가득 찬다.
▲ 상추 쌈 각자 접시에다 상추를 놓고 고기와 채소를 얹어 맛있게 먹으면…ⓒ 이현숙
이제 먹을 시간. 이럴 땐 밥은 큰 그릇에 모듬으로 놓고(고기를 먹다 보면 밥은 자연히 시큰둥. 남기는 경우가 많아서) 각자 접시를 하나씩 주고, 상추와 깻잎과 마늘을 곁들인다. 물론 쌈장도 나란히 놓아야 구색이 맞겠지요. 채소와 같이 먹으면 다리살이라도 빡빡하지 않고 아주 쫄깃합니다.
우리는 김치찌게도 이렇게 뒷다리살을 넉넉히 넣어서 한답니다. 그리고 먼저 고기를 건져 상추 쌈을 싸서 먹고 그 다음 김치를 먹는답니다. 상추 쌈에 익은 김치를 곁들여도 아주 맛이 기가 막힙니다.
오마이뉴스 이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