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선가 마음공부의 핵심 - 태아관념과 마음공부 흐름타기
불교 텍스트를 연구하면서 수행하다보면, 윤회에 대하여 상충되는 논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육체의 재생을 윤회로 간주하고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의식의 반복된 작용을 보고 윤회로 설명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전자인 육체의 재생 논리를 힌두교 영향의 소산으로 평가하든, 후자인 의식의 반복 작용을 선불교적 논리로 평가하든, 수행자로서 세상과 나를 관찰하면서 실참하다보면 두 가지 논지를 모두 긍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30대 시절 나름 치열하게 수행하던 와중, 도반들과의 법담 중에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게 됩니다.
“우리의 업식은 DNA를 통해서 계승된다. 그리고 우리의 업식은 일정 패턴을 가지고 반복되고 있다.”
그 후, 경전공부에 전념하면서 감각기관은 무뎌지고 업장에 대한 체험적 논의와는 먼 삶을 3년 정도 살다보니 윤회와 업식에 대한 탐구는 소원해졌습니다.
천만다행하게도 경전공부를 한바탕 마치고 난 시점에 자운선가와 인연을 맺게 되었고, 강의를 듣고, 수행모임에 참여하고, 새로운 도반들과 실참을 하면서 윤회의 실체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업식(관념)은 부모의 DNA(생식세포) 합성을 통해서 계승합니다. 수 세대의 시간 개념으로 확장해서 설명하면, 조상의 업식이 후손을 통해서 되살아난 것이므로 일응 윤회이기도 합니다. 즉, 업식의 반복도 윤회이고, 반복하는 업식을 담고 있는 몸의 재생도 윤회입니다. 하지만, 자운님 말씀대로 고정된 실체로서의 조상 중 한 명이 다시 태어나는 것이 아니므로 윤회라는 단어 자체가 넌센스이기도 합니다.
자운선가뿐만 아니라 기성 수행단체의 가르침대로 몸은 잠재의식의 현현(身心不二)이므로 업식의 반복이든 육체의 반복이든 두 가지 모두 윤회라고 편의상 명명할 수도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윤회는 새롭게 정의되어야 할 필요성이 생깁니다. 협의의 윤회는 업식의 반복이고, 광의의 윤회는 육체의 재생까지 포함한다고 구분하는 것입니다. 그와 동시에 고정된 실체의 윤회가 없다는 윤회의 넌센스적 의미도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 후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윤회라는 개념 도구를 사용하면, 수행에 대한 논의 시 소통이 편리해질 것입니다.
자운선가의 가르침 덕택에 윤회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전제되고 난 후, 우리는 태아관념을 이해하기 좋은 개념적 기반을 확보하게 됩니다.
반복되는 관념의 작용 때문에 조상이 경험한 현실을 후손들도 다시 경험합니다. 예컨대, 버림받은 관념의 에너지가 큰 후손의 경우, 이 시대에 현실적으로 고아원에 버려지지는 않더라도 유사한 방식으로 재경험합니다. 즉, 자신이 매우 힘들 때 가족들이 이해를 해주지 않고 방치하거나, 유아기 시절 존속살인을 목격한다든가, 성인이 되어서 배우자와 이별/사별하는 방식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전쟁의 시대가 아니므로 전쟁 경험을 반복할 확률은 낮지만, 교통사고 혹은 과실에 의한 상해를 경험하게 됩니다. 분쟁의 관념이 많은 혈족의 경우, 지속적인 소송에 휘말리고 항상 투쟁하고 싸우는 일이 연속됩니다. 당사자들은 세상 사람들 모두가 그렇게 힘들게 산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수행자로서 많은 사람들을 접하고 솔직한 대화를 하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죽음을 목격하는 일도 40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생기고, 소송과 분쟁을 겪는 일도 없으며, 큰 병이 나지 않으며, 혼인 적령기에 같은 세대의 처녀총각이 만나서 백년해로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습니다.
현대의 지성인이라면 다음과 같은 의문이 반드시 일어날 것입니다.
“불공평해 보이는 사회 현상은 왜 발생하는 것인가?”
해답은 고대경전에서 그 핵심을 이미 말해주고 있으며, 자운선가에서 같은 내용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명쾌히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바로, 윤회의 또다른 표현인 태아관념입니다.
조상 관념이 태아10개월 동안 부모의 감정센서를 빌려서 재생(replay)된 후 잠재의식에 확고히 등록되면, 유년기부터 소재만 달리하면서 동일 감정을 다시 경험할 현실을 끌어옵니다. 물론 끌어오는 현실에 대응하는 방식도 조상과 같은 방식으로 합니다. 어리석음이 큰 관념을 계승한 혈족의 경우, 수치심을 느껴야 할 시점에 분노를 느껴버리고, 열등감을 느껴야 할 시점에 우월감을 쓰면서 상대를 역으로 무시합니다. 비유하자면, 시험문제를 잘못 읽고 틀린 답을 쓴 후 낙제/유급을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다시 시험공부를 하고 시험을 치러야 하는 고통을 반복합니다. 통과하는 시점까지 절대 봐주지 않는 것이 마음의 원리입니다.
첨언하자면, 스승/도반/가족이 상담/프로그램/생활에서 수치를 준 것처럼 느껴질 때 어리석게 분노하지 말고 먼저 내면의 수치심을 느껴야 합니다. 그 후 섭섭한 마음을 차분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을 실패하면 다시 수치당하는 현실이 올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통과하고 나면, 어느 누구도 나에게 수치를 준 적이 없고 오직 사랑과 관심으로 내 관념을 알려준 것임을 확연하게 알게 되어 ‘남탓하기’를 멈추게 됩니다.
사회현상 혹은 개인사에서 불평불만/미움이 발생할 경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상식적인 노력(설득, 협상, 중재, 합의, 권리주장 등)은 당연히 진행되어야 하지만, 그와 반드시 병행할 점은 자운선가에서 말하는 관념청산입니다. 잠재의식에 등록된 태아관념을 소거하지 않고 현실에 대응하느라 바쁘기만 하면, 결국 개인의 인생은 세상으로부터, 가족으로부터, 지인들로부터 미움을 받고 불행하게 됩니다. 자운선가에서 수행의 흐름은 타신 분들은 이미 잘 알고 있는 부분입니다.
‘자운선가에서 수행의 흐름을 타신 분들’이라는 말에서 한 가지 짚고 가야 할 수행 테마가 있습니다.
수행은 잠재의식을 청산하는 과정인데 깊이 들어가면 반드시 부정적인 관념들(미움, 분노, 질투, 원망 등)이 표면의식으로 현행하게 됩니다. 이 때, 감정적으로만 현행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는 환영의 현실이 정말로 잘못되어 있고 교정되어야 하는 것처럼 다가옵니다. 여기서 수행의 흐름을 타지 못한 수행자는 99% 관념의 장난질에 당하게 됩니다. 즉, 시비분별과 타인을 비난하는 마음이 올라옵니다. 일반사회인들은 회사를, 상관을 비난하게 되고, 수행자들은 수행단체의 시스템을, 스승과 도반을 비난하게 됩니다. 이것은 불교사찰에서도 이미 2500년간 반복되어 온 사실입니다. 그래서 절에서는 “오는 자 막지 않고, 가는 자 붙들지 않는다” 내지는 “스님이 절이 싫으면 자기가 나가야지 불평불만하지 마라”라고 말들을 합니다.
자운선가는 힐링을 위해서 놀러오는 주말 펜션이 아닙니다. 여기는 목숨을 걸고 존재의 끝까지 참구해나가는 수행단체입니다. ‘나’라는 관념, ‘사람’이라는 관념, ‘사회’라는 관념, ‘생사’에 대한 관념을 모두 내려놓고 오직 ‘참나 알기’라는 근본 숙제에만 전념하는 곳입니다. 석가부처님과 예수님처럼 마지막 숙제를 해결한 후, 평범하지만 참된 자유를 누리는 경지로 돌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이것이 수행 흐름을 탈 수 있는 첫 번째 마음자세입니다.
인정받기 위해서, 사랑받기 위해서, 존중받기 위해서, 생계유지를 위해서 수행단체에 진입을 하면 100% 수행에 장애가 생깁니다. 인정받고, 사랑받고, 존중받는 것은 수행이 된 후의 자연스러운 결과물이지 수행의 궁극적 목표에는 없습니다. 물론 초기에 힐링을 위해서, 삶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수행을 시작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결국은 그런 단계를 넘어서서 매일 새롭게 준열한 수행 의지를 내야함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자운선가이냐 불교사찰이냐 교회이냐 심지어 가정이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수행자로서의 내 마음이 성현들의 가르침대로 자기관념 되돌아보기(회광반조: 廻光返照)를 잘 하고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회광반조가 잘되면 수행의 흐름을 탄 것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예컨대, 스승/도반/가족에 대한 미움이 올라왔다면, “아, 현실에서 그들의 잘잘못은 차치하고라도 일단, 내 마음에 미움이 있어서 미움의 현실이 왔구나”라고 스스로에게 “내 탓이오”라고 독백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수행력이 약하면 하루 이틀 뒤에라도 독백을 할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여기서 유념할 점은 회광반조 이후 스승/도반/가족에게 그들이 교정하면 더불어 살기에 좋을 행동들에 대하여 열 번이라도 충고를 해주어야 합니다.
열 번의 충고가 가능하다면, 그것은 사랑을 전제로 한 비판이므로 이른바 ‘건설적 비판’이고 내 우주를 개선하기 위한 ‘자기 사랑’입니다. 그러나 한두 번 충돌로 마음 상해서 인연을 끊고 떠난 뒤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비난을 한다면, 그것은 공익목적이 아니라 비방목적의 치졸한 비난이며, 궁극적으로 자기 미움일 뿐이라서 결국 자신의 현실이 개선되지 않고 파괴됩니다. 파동의 원리에 의해서 미운 마음이 증폭되고 미움의 현실이 계속 다가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팔불출임을 각오하고 잠시 친한 학창시절 친구들에 대한 자랑을 하자면, 그들은 항상 자신이 선택한 그룹(회사, 동호회, 종교)에 대하여 애정을 갖고 부족한 점을 개선시켜 나갑니다. 10여 년에 걸친 건설적 비판에도 지치지 않으며 주어야 할 것을 충분히 주며, 받아야 할 것을 충분히 받습니다. 즉, 마음의 차원에서 해석하자면 그들의 우주는 자기 믿음과 자기 사랑으로 충만합니다. 그들은 다툼이 적고,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대중들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으며, 크고 작게 행복한 이벤트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수행의 원리를 지적으로 학습한 적은 적지만, 본능적으로 수행의 원리를 실천하면서 살고 있으니 이미 ‘수행의 흐름을 탄 사람들’임에 분명합니다.
기성 수행단체에서 사용하는 윤회의 개념과 자운선가에서 사용하는 태아관념의 개념을 연계지어서 이해하고 나면 수행원리를 이해하는데 드는 어려움과 부담은 많이 줄어듭니다.
인생을 살면서 약간의 가감은 발생하지만, 지금의 삶이 거의 태아관념의 반복이고 지금 올라온 관념부터 야무지게 청산하면 분명히 행복한 삶이 청산 직후 다가옵니다.
우리 모두 수행의 흐름을 잘 타고 이치에 맞게 정진한다면, 청산의 기간에는 부정적인 관념들을 집중적으로 잘 청산하고, 그 이외의 시간에는 행복한 마음을 향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첫댓글 글 감사합니다()
「참나 알기」라는 근본 숙제가 있던 걸 깜빡하고
여지껏 밖에서 온 몸이 시커멓게 되도록 놀러다닌 철 없는 아이가
인생을 산 것 같네요..
이젠 마음의 집으로 들어가
본래의 숙제를 해봅니다()
오랜만에 정독했네요
동일님이 책 한권 쓰면
두고두고 읽히는 명작이 나올거 같습니다
같이 수행할수 있음에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건의합니당^^
힘드시겠지만...
동일님의 게시판을 따로 만들어 주시면
참 좋겠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수행하는 자세에 대해 진지하게 한번 더 생각하게 됐어요.
좋은글 감사해요.♡
제가 머리형이라 이론적으로 이해되는 걸 중요시하는데 윤회에대한 이해에 있어서 너무나도 도움되는 글입니다~^^
저에게 꼭 필요한 적시타 같은 말씀에 수치심과 감사함이 같이 올라오네요. 태아관념 청산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수행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시한번 점검하게 됩니다.냉철한 의식으로 다시한번 관념분리에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참으로 유익한 가르침 감사합니다..^^
정말 멋지네요~^^ 글을 읽으며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감사합니다♡♡♡♡♡♡♡♡
불현듯 올라오는 이건 너때문이라는 남탓하는놈과 수행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끔 깨닫게해주시네요...동일님의 열혈팬으로서 값진 글 감사합니다...
수행의 중요한 지침서로 되세겨 유급 당하지 않독록 노력해 봅니다.
평범하지만 참된 자유 ~감사 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다시한번 되새기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
유익한 글 고마워요. ^_^
표현하기 어려운 무의식을 리딩하여 풀어내시는 능력이 매우 훌륭하십니다. 불교에서 오래 계셨기에 불교적 관점에서 아주 디테일하게 관념을 읽어내시는 부분에 대해서 저도 매우 공감이 가고 마치 제 얘기를 풀어주시는것 같습니다. ^^
이번 수행에서 제 푸도로 스승으로 와주신 덕분에
열등한 나를 납짝 엎드려 인정하고 감사한 마음과 존경심을 고백하고 나니
가슴 시원했습니다.
또 이렇게 수행자를 깨우는 귀한 말씀 거듭 고맙습니다~♥
수행의 의지를 다시 일깨우게 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동일님~오랜 숙고와 통찰을 통한 소중한 글 감사드립니다...
동일님, 마음공부를 하고있는 저에게도 크나큰마음공부이자 마음의 글입니다. 다시 느끼지만 참으로 존경하고 존경합니다. ㅎㅎ 킹짱
휴~~ 제 자신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귀한 메세지 이네요~ 감사합니다~♡ 근기있게 수행하시는 모습!! 멋집니다~~^^
동일님은 어쩜이렇게 글을 잘쓰시나요~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죽고싶은 태아마음 올라와 자살충동이 있었는데 너무 도움되네요...
관념에 휘둘려 아리까리할때 동일님의 글이 하나의 수행지침서가 될거 같습니다. 소중한 글 감사합니다.
소중한 가르침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우아... 수행흐름을 타고싶어요!!!!!
얼마나 많이 관념의 장난질에 조롱당해야만이..... 수행흐름을 탈수 있는걸까요.....ㅠㅠㅠㅠㅠ
귀한 가르치 감사합니다....!!!
항상 존경하고 고마우신 동일님~~
글 한줄한줄을 정독하고 또 정독하며
머리에 담아 명확히 인식하고 기억하려 애쓰며 읽었습니다~
자운선가에서 배운 수행의 원리를 이렇게
깊이있게 논리적이고 지식적으로 쉽게 풀어 알려주시니 언제나 소중하게 공부하고있습니다
저도 이제 막 수행흐름을 탄거같아
화광반조 하는거같아 기쁩니다
앞으로 더 많이 배우고 선배님 뒤를
잘 따라 가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회광반조~
내 마음에 미움이 있어 미움의 현실이 왔구나~
저는 동일이 글이 저의 수행교과서 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오늘도 공부하고 싶어 읽고 맘에 새겼습니다~
감사합니다~
조리있게 정리해주시는 귀한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동일님 감동입니다
멋지네요
동일마스터님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저도 수행흐름을 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동일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많이 배워갑니다^ 감사합니다.
태아 관념이 윤회였군요! 한방에 이해가 되네요! 저는 깨달아서 생각이 없어지면 윤회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