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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가난의 광야에 꽃핀 희망… 자원봉사자들은 새 인류의 표징”
교황청 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 장관 마이클 체르니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대신해 2025년 3월 9일 사순 제1주일 ‘자원봉사활동 분야의 희년’ 미사를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했다. 교황은 체르니 추기경이 대독한 강론을 통해 다음과 같이 격려했다. “병든 이들과 고통받는 이들 곁에서, 갇힌 이들과 함께, 젊은이들과 노인들을 돌보는 여러분의 헌신은 사회 전체에 희망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Tiziana Campisi
햇살이 회색빛 하늘을 뚫고 성 베드로 광장을 비추자,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형광 유니폼이 마치 형형색색의 꽃밭처럼 펼쳐졌다. 햇빛은 베르니니의 반원형 회랑을 서서히 감싸며 광장 전체를 따스한 빛으로 물들였다. 사순 제1주일, 이곳에서 거행된 ‘자원봉사활동 분야의 희년’ 미사에 약 3만 명의 신자들이 참례했다. 다채로운 색상의 조끼들이 만들어낸 생동감 넘치는 풍경 속에서 부활을 준비하는 사순시기의 자색 제의가 뚜렷한 대비를 이루며 돋보였다. 지난 2월 14일부터 로마 제멜리 종합병원에 입원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을 대신해 교황청 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 장관 마이클 체르니 추기경이 주례한 이 미사는 추기경, 주교, 사제 등 100여 명이 공동 집전했다. 교황의 몸은 비록 이 자리에 없었지만, 그의 영적 현존은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발코니에 걸린 교황 문장 휘장을 통해 모든 이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했다.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새 인류의 싹이 돋아납니다
체르니 추기경이 대독한 교황의 강론은 사순 여정의 시작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순례차 로마에 온 전 세계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각별한 생각을 담고 있었다. 교황이 체르니 추기경을 통해 그들에게 애정 어린 인사를 전하자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교황은 수많은 사람들 곁에서 봉사와 헌신을 마다하지 않는 그들을 기억했다. “가난과 외로움의 광야에서, 대가 없이 베푸는 봉사의 작은 몸짓들이 새로운 인류의 싹을 틔웁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를 위해 꿈꾸셨고 지금도 계속 꿈꾸고 계시는 그 정원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이웃을 이용하지 않고 섬기는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거리에서나 집에서나 병든 이들과 고통받는 이들 곁에서, 갇힌 이들과 함께, 젊은이들과 노인들을 돌보는 여러분의 헌신은 사회 전체에 희망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교황의 미사 강론을 대독하는 체르니 추기경
예수님께서는 광야를 건너는 길을 열어 주십니다
교황은 이날 복음을 풀이하며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맞닥뜨린 유혹에 대해 설명했다. 광야는 예수님께서 “성령에 이끌려”(루카 4,1 참조) 가신 곳이다. “광야에서 인간은 물질적, 영적 궁핍을 체험하고, 빵과 말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교황은 광야가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거쳐가시고 변화시키시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예수님께서 광야에 들어서실 때 결정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침묵의 장소가 경청의 공간으로 바뀝니다. 이 경청은 시험을 받게 됩니다. 완전히 상반된 두 목소리 가운데 누구의 말을 따를지 선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황은 참된 인간이신 예수님께서 배고픔을 느끼셨고 악마에게서 나오는 말로 유혹을 받으셨지만 그 유혹을 물리치셨다고 말했다.
“우리도 유혹을 받지만,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예수님께서 광야를 건너는 길을 열어 주십니다.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아드님께서는 단순히 악에 맞서 싸우는 모범만 보여주시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보다 더 나아가 악의 공격에 맞서고 여정을 계속할 힘을 우리에게 주십니다.”
유혹의 시작
교황은 “예수님의 유혹과 우리의 유혹에 나타나는 세 가지 특징인 시작, 방식, 결과”를 살펴보자고 초대하며, “예수님의 유혹과 우리의 유혹의 체험”을 비교하면 우리의 “회심의 여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유혹의 시작과 관련해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얼마나 강한지 뽐내려고 광야로 가신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성령께 대한 자녀다운 순종으로 그곳에 가셨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가 겪는 유혹은 달갑지 않게 찾아옵니다. 악은 우리의 자유를 앞질러 내면의 그림자처럼 끊임없이 우리를 뒤덮으며 우리 영혼을 어둡게 합니다.”
“우리가 주님의 기도에서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마태 6,13)라고 기도할 때, 우리는 하느님께서 이미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와 함께 계시는 예수님’을 통해 그 기도에 응답하셨음을 깨닫게 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곁에 계시며, 특히 의심의 그림자가 드리울 때, 유혹자의 속삭임이 들릴 때 더욱 가까이 다가오시어 우리를 보살피십니다.”
교황은 유혹자인 악마가 “거짓의 아비”이자 “타락했고 또한 타락시키는 자”라고 말했다. “그는 하느님의 말씀을 알지만 이해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말씀을 왜곡합니다. 아담의 때부터 에덴 동산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새 아담이신 예수님을 광야에서 그렇게 대합니다.”
성 베드로 광장에서 미사 참례 중인 자원봉사단체들
악마의 거짓 속삭임 “하느님은 우리를 떠나셨다”
두 번째로 교황은 “예수님께서 유혹을 받으시는 방식”과 관련해 “예수님의 아버지이신 성부와의 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악마는 갈라놓는 자, 분열시키는 자인 반면,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과 인간을 하나로 묶는 중재자이십니다.” 교황은 타락을 일삼는 악마가 하느님과의 이 유대를 파괴하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 유대를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모두를 포함하는 관계”로 만드신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를 “우리 구원을 위해 세상에 나눠주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악마는 인간에게 거짓을 심으려 한다. “악마는 하느님이 우리의 아버지가 아니라고, 사실은 그분이 우리를 버리셨다고 우리 귀에 속삭입니다.”
“사탄은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입니다. 굶주린 이들에게는 빵이 없다고, 돌에서는 절대 빵이 나올 수 없다고, 천사들도 불행에서 우리를 도와주지 못한다고 말이죠. 더 나아가 세상은 악한 세력들의 손아귀에 있다면서, 이들이 오만한 셈법과 전쟁의 폭력으로 사람들을 짓누른다고 믿게 합니다. 악마가 우리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으며 주님이 우리 곁을 떠나셨다고 속삭이는 바로 그 순간, 하느님께서는 세상 구원을 위해 당신 목숨을 내어 주시며 우리에게 더 가까이 다가오십니다.”
악을 이기시고 우리를 구원하시는 예수님
교황은 “유혹의 결말”과 관련해 예수님께서 “악을 이기신 것”이라고 설명하며 강론을 마무리했다. “그분은 악마를 물리치셨습니다.” 그러나 복음에서 볼 수 있듯이 악마는 “다음 기회를 노리며”(루카 4,13) 유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기회는 바로 골고타에서다. 교황은 악마가 거기서 다시 한번 예수님께 “네가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아라”(마태 27,40) 하고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죽음과 부활의 파스카에서” 결정적으로 “유혹자”를 물리치셨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가 항상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유혹 앞에서 우리는 때때로 넘어집니다. 우리 모두가 죄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실패가 마지막은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용서를 통해, 무한히 크신 사랑으로 우리가 넘어질 때마다 일으켜 세우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겪는 유혹은 실패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악에서 구원을 받기 때문입니다.”
교황은 예수님께서 “해방과 구원의 새로운 길을 우리에게 열어 주셨다”며, 우리가 믿음으로 그분을 따를 때 “방랑자에서 순례자가 된다”고 강조했다.
성 베드로 광장에서 미사 참례 중인 자원봉사단체들
‘신자들의 기도’ 중 힌디어로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위해 “상처 입은 인류에 대한 너그러운 봉사를 실천함으로써 악마의 유혹에 항상 저항할 수 있도록” 하느님께 기도했다. 프랑스어로 바친 기도는 정치인들이 “항상 공동선을 추구하며 정의와 진리 안에서 자신들의 사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도했다. 독일어로 바친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기도는 “이웃에게 아낌없이 자신을 내어주며 성령의 권능과 사랑에서 오는 기쁨을 체험할 수 있도록” 기도했다.
끝으로 미사를 마무리하며 성모 찬송가인 ‘하늘의 영원한 모후’(Ave Regina Caelorum)와 희년 공식 주제곡인 ‘희망의 순례자들’(Pellegrini di speranza)을 노래했다.
번역 이창욱
교황 “가난의 광야에 꽃핀 희망… 자원봉사자들은 새 인류의 표징” - 바티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