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전기차는 상품으로서 경쟁력을 갖추기까지 10년 가량 시간이 필요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연간 전기차 신규등록 대수는 2010년 61대에 그쳤는데, 2014년 1308대, 2015년 2917대, 2016년 5099대, 2017년 1만3724대로 해마다 2배 이상 뛰어올랐다.
올해의 성장세는 특히 눈에 띈다. 국내 완성차 5개사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내수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총 1만1886대에 달한다. 6개월 동안 1만대가 넘는 판매 실적을 올린 건 한국에서 전례 없는 일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기록한 4412대와 비교하면 약 3배나 증가한 데다가, 2017년 총 판매량 1만3536대와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판매량 집산이 어려운 테슬라와 여타 중소기업 브랜드가 제외된 수치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 놀라운 변화다.
한국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쥐고 있다. 상반기 최고 인기 모델은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이다. 1~6월 4488대가 팔리면서 전체 전기차 판매수의 38%가량을 차지했다. 2위는 점유율 26%(3122대)를 차지한 한국지엠 ‘쉐보레 볼트 EV’에게 돌아갔다. 이어 기아차 ‘쏘울 EV(1139대)’과 르노삼성 ‘트위지(984대)’, SM3 ‘Z.E.(630대)’까지가 상위 5걸이다. BMW ‘i3’는 전년 동기 대비 3배의 성장세를 보였지만, 115대를 파는 데 그쳐 지배력은 미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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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니로 EV’ |
◆주행거리 늘려…기존 한계 극복
초기 전기차 모델의 경우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가 100㎞ 중반에 머물렀다. 운전 시 어쩔 수 없이 에어컨이나 히터, 상향등을 사용하게 되는 것까지 고려하면 실주행거리는 두 자릿수대에 그쳤다. 사실상 시내 근거리 이동용으로밖에 활용될 수 없었다.
올해는 장거리 운전이 가능한 전기차가 대거 등장하면서 시장 판도를 바꿨다. 5~6월 등록대수만 놓고 보면 볼트 EV가 2388대로 1위 자리를 꿰차면서 아이오닉 일렉트릭(1064대)을 밀어냈다. 2배에 가까운 주행거리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6월 출시된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의 주행거리는 무려 406㎞로 동급 대비 최고 수준이다. 볼트 EV(386㎞)마저도 뛰어넘는 수치로, 한 번 충전한 뒤 서울에서 부산까지 편도 이동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1회 완전충전 주행가능거리 385㎞를 인증받은 기아자동차 ‘니로 EV’도 7월 중순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국내에서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오히려 근래 이 금액이 소진돼 기업에서 전기차 생산량을 조절할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충전 걱정 없이 얼마나 이동할 수 있느냐가 핵심인데, 주행거리에서는 도약을 이뤘다고 판단한다”며 “충전소를 늘리는 등 인프라도 함께 확장된다면 전기차 대중화의 원년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