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식어와 화장
사람들의 얼굴 쳐다보면 머쓱해질 일이 생기기도 해서 곧잘 아래를 내려다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남들의 발을 유심히 보는 버릇이 생겼다. 특히 여름에 여자들의 드러난 발을 보는 일은 그것으로 그 사람의 성격을 읽을 수 있다. 발이 신발 안에 갇혀 지내는 신체의 일부에서 해방된 것이 꽤나 오래지만 이즈음의 자유는 발 모양 전부를 보여주기도 한다.
신발도 발 모양도 매끈하고 예쁜 것은 역시 젊은 여성들이다. 거기다 발찌에 발톱 네일아트까지 얹으면 다들 공주거나 황후의 모습이다. 크레오파트라의 손발톱 치장도 저러하였을 것이다. 발을 보다 발에서 나이가 읽어지면 얼굴도 본다. 어느 화장업계의 선전 문구에서처럼 얼굴에서 나이는 지워져 있다. 옷도 첨단을 앞서가는 패션 감각이 단연 시선 집중감이다. 멋지구나! 새롭구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구나!!!
우리는 세계가 인정하는 귀엽고 예쁜 여자 많은 나라인데, 처음부터 그런 쪽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할 처지에 있는 사람도 있다. 나무양푼 쯤에서 자기를 포기한 것이다. 그런데다 게으르기까지 해서 도통 멋을 부릴 만큼의 성의가 없는 부류가 있다. 그래서 예쁠 것도 없으면서 화장도 안하고 나온다는 무례를 비난받기도 한다.
화장을 잘 하는 사람을 보면 확실히 솜씨나 눈썰미가 있다. 예쁘게 멋있게 하는 것에다 품위까지 높여주는 격 있는 치장은 보는 이를 기분 좋게 부럽게 한다.
언제 부턴가 우리네 세상에서 분을 바르면 너무 희고 연지를 찍으면 너무 붉은 격조 높은 화장은 찾기 어려워졌다. 상당히 어지럽고 요란한 치장으로 변한 것이다. 90년대만 해도 섹슈얼하다는 ‘섹시’는 쓰기 어려운 말이었다. 요즈음은 ‘섹시하다’는 말은 사방에서 쓰고 그걸 칭찬이나 자랑으로 여기는 말이 되었다. 귀여움과 매력의 다른 표현으로 환영받는다. 화장이나 전체적 꾸밈이나 노출이 파격적이어서 튀는 모습이어야 눈길을 모으고 섹시하다는 찬사(?)와 부러움을 산다.
직업적으로 꾸며야할 사람들은 분명 있어야 하지만 주부인가 어머닌가 선생님인가 아주머니인가 할머니인가를 알 수 없게 만드는 치장이 많다. 어떤 외국인이 한국여성에 대해 쓴 글에서도 실감한다. 어디를 가도 탈렌트 같은 차림에 귀엽고 예쁜 여성들이 많은 나라라고 놀란다. 아는 이가 화장품 도매상을 하는데 IMF때는 좀 어려운 고비였는데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 위기는 아무 상관없이 성업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외모 가꾸기는 경제적 불황속에서도 확실하게 절대 우위를 차지하는 투자 항목이다. 취업준비생인 젊은 숙녀에서부터 뷰티 산업의 영향은 확실하게 지배적이다. 거기다 남성들까지 편입되었다. 남성화장품이 날로 판매량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꽃미남이 많은 배경을 충분히 알만하다.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성형이 일반적인 상식으로 바뀐 것을 보아도 아름다운 외모는 삶을 좌우하고도 남는 가치 항목이 된 것이다
어떤 엄마가 아이들에게는 누누이 일러두는 것이 있는데 주에 2-3일은 화장을 하지 말라고 한다. 피부의 숨구멍이 열려 있어야하고 휴식이 필요하니까. 가능한 가볍게 하고 특히 눈화장은 금지다. 눈 주변에 화장을 진하게 하면 간열이 빠지지 않아 눈은 말할 것도 없고 전신에 기의 소통을 막는 결과가 된다는 이유를 들어 주지만 그 집 딸아이 중 한 아이는 엄마의 권고 따윈 마이동풍인 모양이다. 로마의 쇠퇴는 납 성분이 든 분화장과도 상관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머니는 2세를 낳고 기르는 막중대사를 책임진 사람들이다. 건강한 모성은 나라를 창성하게 할 인재를 키워낸다. 그러니까 어머니는 예쁜 치장이 아니라도 거룩하고 품격이 있다.
지난해 여름 거리에서 대통령님 서거를 애도 한다는 플래카드에 “삼가”라는 말은 그 자리가 적당치 않아 참 어색한 말이 되어버린 것을 본 적이 있다. 문장에서 수식어는 화장이다. 잘 쓴 수식어는 문장을 돋보이게 하지만, 잘못 쓰면 빼고 지워야 그 글이 산다. 간결한 문장으로 뛰어난 이가 황순원이다. 선어(禪語)적 함축성을 가진 내포어로 사람들의 가슴에 감명을 남기는 이가 판화가 이철수다. 엽서와 그림들에 함께 새겨진 문장들은 빛난다. 거기다 그의 글꼴은 편안해서 꼭 있어야 할 또 하나의 그림이다. 그의 글씨체는 그 자체가 예술이면서 법어다. 그리고 소설가 김훈의 문장이 탁월함은 이 간결성에서 온다. 그는 주어와 서술어만으로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남한산성> <화장> 등에서 소설 세계의 지평을 여는 문장으로 독자를 잡아 놓는다. 수식어가 절제된 문장으로도 할 말을 다한 것이다. 이외수의 <감성 사전>을 읽으면서 깔깔 호호 허허하다가 숙연해지는 이 모든 것은 그의 문장이 갖는 간결함과 재치와 위트 때문이다.
사무실이나 거리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여성, 그녀의 화장 꾸밈 차림에다 말씨 동작 표정에 깃들인 격조 있는 품성을 읽는 것은 즐겁고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 여성들이 많아져서 우리사회와 나라의 품격이 높아지면 더 좋을 일이다. 2010. 9. 20.
첫댓글 지나친 수식어가 오히려 뜻을 덮어버려 알 수 없게 만드는 것처럼
지나친 화장, 쉼없는 화장은 오히려 건강한 자신을 건강치 못한 습성에 빠지게 할 수 있다는 역설.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호호님~~~~~ 풀이야기만 하시는줄 알았는딩~~모르시는것이 뭐야여~~화장법까지 줄줄이 글마다 문맥이 다양하고 화려합니다.
위에 쓰신 기쁨님 말씀과 이하 동문입니다^^ 호호님~~~ 글 참 잘쓰십니다.원더풀 하셔요^^
매일 무대에서 공연하는 사람들과 여성들 얼굴에 화장하는것을
쉴수있는 시간이 필요 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