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곽번간(東郭墦間)
동쪽 성곽의 무덤 사이를 돌아다니며 얻어 먹는다는 뜻으로,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관직을 구걸하는 행위를 말한다.
東 : 동녘 동(木/4)
郭 : 성곽 곽(阝/8)
墦 : 무덤 번(土/12)
間 : 사이 간(門/4)
출전 : 맹자(孟子) 이루장구하(離婁章句下) 33章
이 성어는 맹자(孟子) 이루장구하(離婁章句下) 33장에 나오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齊)나라에 아내와 첩을 한 집에 두고 있는 자가 있었는데, 그 남편은 나가면 반드시 술과 고기를 배부르게 먹은 뒤에 돌아왔다.
齊人有一妻一妾而處室者, 其良人出, 則必饜酒肉而後反。
그 아내가 누구와 마시고 먹는가를 물으면 모두 부귀(富貴)한 사람이라고 했다.
其妻問其所與飲食者, 則盡富貴也。
그의 아내가 그의 첩에게, "남편이 나가면 반드시 술과 고기를 먹고 돌아오는데, 더불어 먹고 마신 사람을 물으면 모두 부귀(富貴)한 사람들이라고 하나, 지금까지 이름난 사람이 와 본 일이 없으니, 내 장차 남편의 가는 곳을 엿보리라" 하고,
其妻告其妾曰; 良人出, 則必饜酒肉而後反, 問其與飲食者, 盡富貴也, 而未嘗有顯者來, 吾將瞷良人之所之也。
일찍 일어나 남편의 가는 곳을 몰래 따라 갔는데, 온 나라 안을 두루 다녀도, 같이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早起, 施從良人之所之, 遍國中, 無與立談者。
마침내 동쪽 성(城)밖의 무덤 사이(東郭墦間)에 제사지내는 사람에게 가서 남은 음식들을 구걸하고, 족하지 않으면 또 돌아보아 다른 데로 가니, 이것이 그 물리도록 배불리 먹는 방법이다.
卒之東郭墦間, 之祭者, 乞其餘, 不足, 又顧而之他, 此其為饜足之道也。
그 아내가 돌아와 첩에게 알리면서 말하기를, "남편이란 평생을 우러러 바라 보아야 하는 것인데 사실이 이러하다" 하고,
其妻歸, 告其妾曰; 良人者, 所仰望而終身也, 今若此。
첩과 같이 남편을 헐뜯으며 서로 뜰 가운데 서서 울고 있는데, 남편이 알지 못하고 신이 나서 밖에서 돌아와 그 처첩(妻妾)에게 잘난 체하며 뽐내며 건방(驕慢)을 떨었다.
與其妾訕其良人, 而相泣於中庭, 而良人未之知也, 施施從外來, 驕其妻妾。
군자(君子)의 안목(眼目)으로 보건대, 사람들이 부귀와 영달을 구하는 방법 치고 그 처첩(妻妾)이 부끄러워하지 않고 서로 울지 아니할 것(경우)이 드물다.
由君子觀之, 則人之所以求富貴利達者, 其妻妾不羞也而不相泣者, 幾希矣。
(孟子 離婁章句下 33章)
[맹자집주]
趙氏曰; 言今之求富貴者, 皆以枉曲之道, 昏夜乞哀以求之, 而以驕人於白日, 與斯人何以異哉。
조씨(趙氏) "지금의 富, 貴를 구하는 자가 도(道)를 굽혀 어두운 밤에 애걸(哀乞)하여 구해서 대낮에 사람에게 교만(驕慢)하는 것이 이 사람과 어찌 다르겠느냐?"
▶️ 東(동녘 동)은 ❶상형문자로 东(동)은 간자(簡字)이다. 東(동)의 옛 모양은 전대에 물건을 채워 아래 위를 묶은 모양인데, 나중에 방향의 東(동)으로 삼은 것은 해가 떠오르는 쪽의 방향이 동이므로 같은 음(音)의 말을 빈 것이다. 옛 사람은 東(동)은 動(동; 움직이다)과 같은 음(音)이며 動(동)은 봄에 만물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春(춘; 봄)은 동녘과 관계가 깊다고 결부시켰던 것이다. ❷상형문자로 東자는 ‘동쪽’이나 ‘동녘’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東자는 木(나무 목)자와 日(날 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래서 이전에는 해(日)가 떠오르며 나무(木)에 걸린 모습으로 해석하곤 했었다. 그러나 갑골문이 발견된 이후에는 東자가 보따리를 꽁꽁 묶어놓은 모습을 그린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東자의 본래 의미는 ‘묶다’나 ‘물건’이었다. 그러나 후에 방향을 나타내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지금은 ‘동쪽’이나 ‘동녘’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다만 東자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여전히 보따리와 관련된 뜻을 전달한다. 보따리에는 곡식의 씨앗이 가득 들어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니 東자가 쓰인 重(무거울 중)자나 種(씨 종)자, 動(움직일 동)자, 量(헤아릴 량)자, 衝(찌를 충)자는 모두 곡식이 든 보따리로 해석해야 한다. 그래서 東(동)은 (1)동쪽 (2)동가(東家)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동녘 ②동쪽 ③오른쪽 ④주인(主人) ⑤동쪽으로 가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서녘 서(西)이다. 용례로는 동쪽 방면을 동편(東便), 동쪽을 향함을 동향(東向), 동쪽의 땅을 동토(東土), 동쪽 지방을 동방(東方), 동쪽의 바다를 동해(東海), 어떤 지역의 동쪽 부분을 동부(東部), 동쪽으로 옮김을 동천(東遷), 동쪽으로 난 창을 동창(東窓), 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동풍(東風), 동쪽에 있는 이웃을 동가(東家), 동쪽을 향함을 동향(東向), 동쪽에서 옴을 동래(東來), 동쪽 마을을 동촌(東村), 동쪽의 땅을 동토(東土), 동쪽에 있는 나라를 동방(東邦), 봄철에 농사를 지음 또는 그 농사를 동작(東作), 동쪽 방면이나 동쪽 편을 동편(東便), 동쪽 집에서 먹고 서쪽 집에서 잔다는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 동쪽을 묻는 데 서쪽을 대답한다는 동문서답(東問西答), 동쪽으로 뛰고 서쪽으로 뛴다는 동분서주(東奔西走), 동쪽과 서쪽을 분별하지 못한다는 동서불변(東西不變), 동에서 번쩍 서에서 얼씬한다는 동섬서홀(東閃西忽) 등에 쓰인다.
▶️ 郭(둘레 곽/외성 곽)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우부방(阝=邑; 마을)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둘러싼 성벽의 망루(望樓)를 나타내는 享(향, 곽)으로 이루어졌다. 주민을 지키는 '바깥 울타리'의 뜻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郭자는 '둘레'나 '가장자리'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郭자는 享(누릴 향)자와 邑(고을 읍)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享자는 조상의 위패를 모셔놓는 사당을 그린 것이다. 그런데 갑골문에 나온 郭자를 보면 단순히 성벽과 출입구만이 그려져 있었다. 고대의 성곽은 동서남북이나 남북방향으로 출입구가 있었다. 그래서 갑골문에서는 성벽과 출입구를 그려 성의 외곽을 뜻했었다. 이후 소전에서는 邑자가 추가되었고 해서에서는 성곽을 享자로 표현하게 되면서 지금의 郭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郭(곽)은 (1)성(姓)의 하나 (2)도성의 외곽을 둘러싼 토벽(변해서 모든 것의 외곽을 말함) 등의 뜻으로 ①둘레 ②가장자리 ③성곽(城郭: 도읍을 둘러싼 성) ④외성(外城: 성 밖에 겹으로 둘러 쌓은 성) ⑤외위(外圍: 바깥 둘레) ⑥가죽, 피부(皮膚) ⑦칼집(칼의 몸을 꽂아 넣어 두도록 만든 물건) ⑧성(姓)의 하나 ⑨벌리다 ⑩뻗어 퍼지다 ⑪크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둘레 곽(廓). 용례로는 어떤 구역의 안을 곽내(郭內), 어떤 구역의 밖을 곽외(郭外), 내성과 외성을 아울러 일컫는 말을 성곽(城郭), 하나의 담으로 막은 지역을 일곽(一郭), 안쪽 테두리를 내곽(內郭), 높이 우뚝 솟아 벽같이 된 산을 산곽(山郭), 마을과 도시를 방곽(坊郭), 책장의 사주를 둘러싸고 있는 검은 선을 광곽(匡郭), 남곽이 함부로 분다는 뜻으로 학예에 전문 지식도 없이 함부로 날뜀을 두고 이르는 말을 남곽남취(南郭濫吹) 등에 쓰인다.
▶️ 墦(무덤 번)은 형성문자로 초목의 싹이 흙덩이를 뚫고 땅 위로 돋아나는 모양을 본뜬 글자로 흙의 뜻을 나타내는 흙 토(土)部에 음(音)을 나타내는 갈마들 번(番)자로 이루어졌다. 번(番)자는 논밭(田)에 씨앗을 뿌리고 지나간 농부의 발자국 모양(釆)이 차례로 나 있다 하여 농사짓는 순서를 잘 지켜야 함을 나타낸 글자이다. 그래서 墦(번)은 ①무덤 ②분묘(墳墓)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동쪽 성곽의 무덤 사이를 돌아다니며 얻어 먹는다는 뜻으로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관직을 구걸한다는 말을 동곽번간(東郭墦間)에 쓰인다.
▶️ 間(사이 간)은 ❶회의문자로 簡(간)과 통자(通字), 閒(간)은 본자(本字)이고, 间(간)은 간자(簡字)이다. 옛날엔 門(문)속에 月(월; 달)을 쓰거나 또는 門(문)속에 外(외)를 쓰기도 하였다. 중국에서는 집의 대문이나 방문을 모두 門(문)이라 한다. 閒(한)은 방문으로 달빛이 비치다에서 틈을 말하고, 후에 間(간)자가 생겨 間(간)은 사이, 閒(한; 閑(한)은 '여가' 또는 '조용함'으로 나누어 사용한다. ❷회의문자로 間자는 '사이'나 '틈새'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間자는 門(문 문)자와 日(해 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금문과 소전에서는 月(달 월)자가 들어간 閒(틈 한)자가 '틈새'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閒자는 어두운 밤 문틈으로 달빛이 비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어두운 밤에야 달빛을 통해 문틈이 벌어져 있음을 알 수 있었으니 閒자가 '틈새'라는 뜻을 더 잘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후에 閒자가 시간에 틈이 있다는 의미에서 '한가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자 해서에서는 間자가 만들어지면서 '틈새'라는 뜻을 대신하게 되었다. 그래서 間(간)은 (1)집 간살의 수효(數爻)를 세는 말 (2)집 간살의 면적을 나타내는 단위로서, 보통 일곱 자(210cm) 평방 또는 여덟 자(240cm)나 아홉 자(270cm) 평방을 이름 (3)여섯 자 곧 180cm를 단위로 하여 거리를 세는 이름 (4)성(姓)의 하나 (5)둘의 사이 (6)주로 간에로 쓰이어 어느 경우든지 가릴 것 없이의 뜻을 나타내는 말 (7)무엇이 존재하거나 또는 무엇으로 사용되는 곳이라는 등의 뜻으로 ①사이 ②때 ③동안 ④차별(差別) ⑤틈, 틈새 ⑥간첩(間諜) ⑦혐의 ⑧사사로이 ⑨몰래, 비밀히 ⑩간혹 ⑪사이에 두다, 끼이다 ⑫섞이다 ⑬이간하다(헐뜯어 서로 멀어지게 하다), 헐뜯다 ⑭간소하다 ⑮검열하다 ⑯엿보다 ⑰살피다 ⑱틈을 타다 ⑲섞이다 ⑳참여하다 ㉑범하다 ㉒차도(差度)가 있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사이 뜰 격(隔), 틈 극(隙), 한가할 한(閑)이다. 용례로는 한 작물 사이에 딴 작물을 심어 가꿈을 간작(間作), 어떤 한 곡 도중에 삽입하여 연주하는 것을 간주(間奏), 물건과 물건과의 거리를 간격(間隔), 군음식을 먹음을 간식(間食), 주기적으로 그쳤다 일어났다 함을 간헐(間歇), 어쩌다가나 가끔을 간혹(間或), 잠깐 끊임이나 쉴 사이를 간단(間斷), 군음식을 먹음 또는 그 음식을 간식(間食), 사물 사이의 틈을 간극(間隙), 하루 또는 며칠씩 거름을 간일(間日), 차이 따위와 함께 쓰이어 순간적이거나 아주 적음을 나타내는 말을 간발(間髮), 어떤 시각에서 어떤 시각까지의 사이를 시간(時間), 극히 짧은 시간을 순간(瞬間), 어느 일정한 시기에서 어떤 다른 일정한 시기까지의 사이를 기간(期間), 일반 백성의 사회를 민간(民間), 한 해 동안을 연간(年間), 그리 멀지 않은 과거로 부터 현재까지의 동안을 저간(這間), 일정한 지점 간의 사이를 구간(區間), 두 사물의 사이를 중간(中間), 제나라와 초나라 사이라는 뜻으로 약한 자가 강한 자들 사이에 끼여 괴로움을 받음을 이르는 말을 간어제초(間於齊楚), 여러 세대를 통하여 드물게 나는 뛰어난 인재를 일컫는 말을 간세지재(間世之材), 머리털 하나 들어갈 틈도 없다는 뜻으로 사태가 단단히 급박하여 조그마한 여유도 없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간불용발(間不容髮), 세상에 드문 뛰어난 인물을 일컫는 말을 간기인물(間氣人物), 개와 원숭이의 사이처럼 매우 사이가 나쁜 관계를 일컫는 말을 견원지간(犬猿之間), 눈 한 번 깜짝하거나 숨 한 번 쉴 사이와 같이 짧은 동안을 일컫는 말을 순식간(瞬息間), 얼음과 숯 사이란 뜻으로 둘이 서로 어긋나 맞지 않는 사이 또는 서로 화합할 수 없는 사이를 일컫는 말을 빙탄지간(氷炭之間), 세 칸짜리 초가라는 뜻으로 아주 보잘것 없는 초가를 이르는 말을 초가삼간(草家三間), 복수 강가의 뽕나무 숲 사이라는 뜻으로 음란한 음악 또는 망국의 음악을 일컫는 말을 상간복상(桑間濮上), 손짓하여 부르면 대답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를 일컫는 말을 지호지간(指呼之間), 서로의 차이가 썩 심함 또는 썩 심한 차이를 이르는 말을 천양지간(天壤之間), 잠을 자면서 꿈을 꾸는 동안이라는 뜻으로 사물을 좀처럼 잊지 못함이나 이룰 수 없는 일에 너무 지나치게 몰두함을 이르는 말을 몽매지간(夢寐之間), 한 말들이 말 만한 작은 집이란 뜻으로 한 칸밖에 안 되는 작은 집을 이르는 말을 일간두옥(一間斗屋), 풀 사이로 민간에서 삶을 구한다는 뜻으로 욕되게 한갓 삶을 탐냄을 이르는 말을 초간구활(草間求活)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