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오브바운드나 3점 라인을 밟았는지 여부에 대한 판정은 현재 기술로도 가능하지만,
사람과의 접촉에서 생기는 파울은 아직 인간의 영역입니다.
"AI가 빨리 발전해서 아예 심판이 다 대체되면 좋겠다~!" 라고 하기엔 복잡미묘한 부분이 있더군요.
그래서 좀 찾아봤습니다.
1. AI로 실행하는 더 교묘한 조작
요즘 피지컬 AI가 상당히 발전해서 이제 동영상을 보고 사람의 동작을 따라하는 수준까지 가능하더군요.
그러니 접촉 파울에 대해 충분한 양을 학습시키면 AI 심판로 완전 교체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학습하는 영상 역시 그동안 심판들이 해왔던 걸 보는 거라서 기존의 인간적인(?) 판정 경향성마저 학습시킬 수가 있다는 게 첫 번째 문제예요.
두 번째 문제는 더 심각한 게, 다음의 사례가 있을 수도 있다는 거죠.
"이번 파이널 3차전에서, 올랜도는 현재 주전 2인이 부상 상태이며 이미 2패로 뒤지고 있어 유타와의 전력차가 확연합니다. 이대로라면 스윕이 예상되기에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판정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이탈하는 팬들로 인한 매출 감소와 막상막하의 경기를 연출하고 시리즈를 연장함으로써 증가하는 매출 사이에서 이익을 최대화하는 판정 모델은 플레이오프 판정 프리셋 S1과 T2입니다. S1은 진행에 막힘이 없어 박진감 넘치는 상황을 연출하지만, T2는 자유투가 많아 경기 시간이 길어지며 스포츠 베팅 커미션 등의 수입이 급증하는 장점이 있으므로 T2를 추천드립니다."
모니터 화면을 멍하니 보던 애덤 카퍼는 키보드를 두드렸다.
"T2로 진행해."
밴더빌트 법학 대학원 웹사이트에 이런 문제에 대해 우려하는 글이 있습니다 (https://law.vanderbilt.edu/artificial-intelligence-referees-offsides-and-out-of-bounds/).
법학 대학원이다보니 스포츠 베팅과 관련한 승패 조작 범죄를 주로 다루는 글이에요.
2018년 스포츠 베팅이 합법화된 이후 시장 규모가 어마무지하죠.
SK하이닉스가 2025년 매출이 끽해야 100조원인데, 미국 스포츠 베팅만 230조원 정도 된대요.
굳이 불법적인 베팅과 승부 조작이 아니더라도 자유투가 많고 경기 시간이 길어질 수록 스포츠 베팅 금액이 올라간다는 통계가 있다고 하니 (시리즈가 길어질 때 베팅 금액 증가는 당연하고) 사무국이 운영하는 AI라면 이런 큰 수익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AI의 정확함으로 편파 판정은 존재할 수 없다고 마케팅은 하되, 실제로는 더 교묘한 조작이 가능해지는 거죠.
2. 철저한 감시를 전제한 외주 AI 심판 운영
AI 플랫폼 업체에 심판 서비스를 의뢰하는 방법도 있겠죠.
그래도 기존 심판들의 행위를 보고 학습을 한다는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는 데다,
거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끝에 인간의 수준을 넘어서는 공명정대한 AI 심판이 탄생한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가 존재합니다.
다음의 사례 같은 거요.
"아~ 케일런 어빙 선수 안타깝네요. 오늘 다섯 번째 캐링더볼 바이얼레이션인가요?"
"AI 심판으로 바뀐 후로 볼 핸들링 좋은 선수들이 돌파 중에 흔히 불리죠. 아, 말씀드리는 순간 제스퍼 하든 선수 트래블링이 불립니다. 이번달 들어서 30번째 트래블링입니다!"
"지난주에는 트래블링을 포함해서 쿼드러플 더블을 했었죠?"
"네, 대단한 기록이었죠. 득점, 어시스트 아니면 턴오버로 자신의 포제션은 자신의 손으로 확실히 마무리 짓는 선수라는 걸 증명했으니까요."
"헥터 웸반야임마, 오늘 35번째 자유투를 던집니다. 방금 슈팅 모션에서 상대인 그래스 하퍼 선수의 접촉이 있었죠?"
"네, 저 정도 접촉이면 웸반야임마 선수 본인도 눈치 채지 못 했을 것 같은데요. 아~ 그래스 하퍼 선수는 6반칙으로 퇴장했군요. 이번 시즌 12번째 6반칙 퇴장이네요!"
"말씀드리는 순간 두 번째 자유투도 성공하면서 4쿼터의 실제 경기 시간은 1시간 20분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걸핏 하면 바이얼레이션과 파울이 불려서 지루하기 짝이 없는 자유투 대결이 될 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결국 그 극강의 공명정대함에 '경기 흐름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는 조건 정도는 추가하고 싶어질 테고,
음.. 거기에 '경기 시간이 3시간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 는 조건도 넣고..
게더스텝이랑 트래블링, 캐링더볼, 클러치 상황에서의 신체적 접촉에 대한 것도 좀 완화...하면,
홈 어드밴티지랑 보상 콜 조건도 못 넣으라는 법 있나?
하면서 점점 인간이 되어갑니다(!).
이쯤 되니 스캇 포스터의 마음 속 얘기가 들리는 듯 하네요.
"알겠냐? 이 우민들아, 내가 너네 재밌으라고 막상막하 손에 땀을 쥐는 경기를 연출해주는 거잖아. 내가 한 치의 예외도 허용치 않고 룰대로만 판정하면 너네가 먼저 재미 없다고 할 걸? 팬들의 만족과 사무국 수익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나라는 걸 이해하지 못 하는 크리스 폴 녀석은 그런 취급을 당해도 싸!"
음.. 확마.
3. 그럼에도 큰 장점이 있다.
사람은 그날의 컨디션과 환경에 따라 정서와 행동이 많이 변합니다.
연구 논문에 의하면 판사들, 의사들 모두 공복, 피로도에 따라 판결과 처방이 달라지는 것이 통계적으로 확인되었어요.
NBA 심판들에 대한 연구도 있어서,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연구는 4쿼터로 갈 수록 심판들의 오심이 늘어난다고 했어요 (https://our.unc.edu/abstract/mcdermott-every-second-counts-using-big-data-to-investigate-referee-accuracy-in-nba-games/).
코비드19 팬데믹으로 무관중 경기를 해본 덕분에 더욱 분명한 통계적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관중이 없어지니 홈코트 어드밴티지의 경향성이 거의 없어졌다는 겁니다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0031197/).
과연 스포츠에서 응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게 되네요.
AI 심판은 컨디션이나 그날 경기장의 분위기에 따른 판정 변화는 거의 없지 않을까요?
경기 진행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그동안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게더스텝 / 트래블링, 캐링더볼, 골 텐딩 등은 조금 더 정확하게 잡아내고,
접촉의 강도, 경기의 흐름상 어떤 필요에 의한 접촉이었는지, 의도성이 짙은지 등을 판별해서 파울을 적용해준다면,
기꺼이 속아줄 의향이 있습니다.
물론 소수가 AI 판정 설정을 조작하는 것이 아닌,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고루 섞인 감사팀이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건 필수고요.
4. 요약 및 결론
AI 심판이 인간 심판보다 더 교묘하게 수익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판정할 수도 있다.
또 너무 엄격하게 룰을 적용하면 농구가 자유투 대회로 변질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날의 컨디션이나 경기 환경에 따른 판정 경향성은 나아질 것.
교묘하게 나를 속여줘!
첫댓글 인간의 영역을 남겨서 흥행의 여지로 활용하는게 천조국 스포츠의 노하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