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청이나 등기소 세무소 같은 델 드나들어야 세상살이가 되는 모양이다.
난 평생 학교 울타리 안에서 그런 건 모르고 살아왔었는데.
등록세를 내라는데 어찌하는지 몰라 군청 민원실에서 헤맨다.
나같은 이가 많은지 그래도 젊은 직원들은 친절하다.
돈만 내면 되는 줄 알았더니 관련 서류를 꼼꼼히 보고 4만8천여원의 고지서를 발급해 준다.
농협에 내러가니 또 젊은 직원이 기계앞에 가서 번호를 누르고 카드를 넣으라 한다.
난 천상 시골 노인처럼 그래도 무사히 등록세를 내고 등기소로 간다.
이제는 스스로 등록세 6천원을 기계에 내고 접수한다.
일단 접수했으니 월요일 쯤 수정사항이나 발급 결과에 대해 알려준다고 한다.
순천 공증사무소에 두번 군청 등기소 등지로 다닌 일이 이젠 끝났을까?
모른다.
12시가 다 되어간다.
조금 이르지만 우주돌짜장에 들러 해물짬뽕을 먹는다.
중국집은 혼자 먹어도 그리 미안치 않은데 이 집은 떼로 몰려오는 이들이 많다.
작은영화관 '하이재킹'은 한 시간 가량 남았다.
송곡치를 넘어 분청문화박물관으로 간다.
젊은이가 주민등록증을 보더니 아직 아니지만 경로로 해준다며 무료표를 준다.
가족문학관과 갑재민속박물관도 가보라고 하기에 예 한다.
많이 쪼그라진 탓에 천원을 벌었다.
1층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동강 관련 유물들은 보이는데 마륜 건 안 보인다.
2층까지 들렀다가 나오니 영화 볼 시간이 바쁘다.
영화는 속초에서 서울로 가는 비행기를 북으로 끌고 가려는 한맺힌 납치범과
조종사들 승무원 그리고 승객들이 생존을 건 싸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금은 분단의 시대를 벗어났을까?
팔영산으로 바로 가기겐 뜨겁다.
문화원으로 가 복도의 서가를 둘러보다 고흥문화 두어권을 빼 낸다.
향토사연구위원 방의 문을 두드리니 답은 없고 문은 열린다.
살그머니 들어가니 불이 켜진 채 사람은 없다.
책들이 여기저기 어지러운 사이 수북한 고서와 우송되어오 온 책들이
대서 사람 송철환씨의 명패 사이로 가득하다.
몇 권 눈으로 확인하고 이 분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한다.
아마 이 분도 날 기억할 것이다. 호철이한테 전화번호를 알려고 연락하니 받지 않는다.
능가사 옆에 주차힌 4시 10분을 지난다.
1봉으로 부지런히 오르다가 유영봉 앞에서 안부를 따라 두류봉 쪽으로 걷는다.
동네에서 금식이가 낸 피자를 먹는다고 6시 반까지 오라는 연락이 뜬다.
마음이 바쁘다.
두류봉으로 오르는데 바위 풀 사이에 노란 원추리가 보인다.
철난간 계단을 벗어나 바위를 잡고 오른다.
바위는 충분히 디딜 곳이 있다.
글 몇 줄이라도 읽고 싶지만 긴 캔맥주 하나 먹고 내려오기도 시간이 바쁘다.
그래도 오로 사자 생황을 지나 성주봉 아래에서 유영봉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부지런히 다시 능가사 옆으로 내려온다.
정우 아제 집에서 피자 등에 술을 마시고 내려가는 순주를 불러 성훈이랑 맥주로 마당에서 2차를 한다.
며칠 술을 참은 바보가 나더러도 조금 참아보라고 한다.
술에 취해 소동파의 시 한 수를 끄적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