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꽃 외 1편
민선애
추를 잃은 작은 종들이 꽃을 피워 올렸다
소리 잃은 깨꽃을 위해 바람은 당목이 되었다
울림은 울음이 되어 땅바닥을 구른다
땅에 떨어진 꽃을 물고 가는 개미의 꽁무니를 본다
개미가 꽃을 끌고 가는지
꽃이 개미를 끌고 가는지
무게를 이기지 못한 걸음이 흔들린다
소리 없는 종이 울린다
깻대를 타고 오른 무당벌레가 꽃이 된다
잘게 흔들리는 깨꽃과 한 몸이 된다
뙤약볕 아래 깨꽃이 아래서 위로 피어오른다
개미가 끌고 간 깨꽃이 잘 도착했는지
개미굴이 환하다
아마도 내년에는 개미굴에 고소한 깨꽃이 필 것이다
참깨를 대하는 방식
며칠 동안 깨알처럼 내리던 비가 그쳤다. 비닐을 씌워놓은 참깨 머리는 무사하다. 긴 시간 얻어맞아 생긴 멍이 바닥에 하얗게 널브러졌다. 쪼그려 앉아 줍는데 남편이 그냥 남는 것만 먹으면 되지 한다. 깨알이 납작 달라붙어 땅으로 들어갈 기세다. 억지로 떼어내니 흙과 함께 참깨 알이 손톱 밑으로 파고든다. 가슴이 손톱 끝만큼 아리다. 멍석을 깔고 켜켜이 깻단을 쌓는다. 옮겨질 때마다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에 아까워 아까워 곡소리 난다. 발목을 거꾸로 잡고 작대기로 두드린다. 한번 건드릴 때마다 쏟아지는 뽀얀 알맹이들. 신나서 노래를 부르며 연달아 털어댄다. 손목에 힘이 들어갈 때마다 파리지옥을 닮은 모가지가 떨어진다. 살살해 모가지 분질러지지 않게! 달래듯이 조심조심 두들긴다. 내어주는 것만 거둬들여도 충분하다. 그것이 참깨가 나에게 전해주는 설법이다.
― 민선애 시집, 『타인의 물음』 (문학의 전당 / 2025)
민선애
충북 음성 출생. 2010년 《문학세계》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충주지회 회원. 2025년 충북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