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7월 16일(토) 오랜 만에 낙동정맥 정기산행을 시작했습니다. 2년 6개월 동안 코로나 사태로 정식 종주를 이어가지 못하다가 이제 코로나가 많이 잦아들었기에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된 것입니다.
17인의 동문이 [경북 포항시 북구 기계면 봉계리 이리재-운주산-불랫재-동일리] 구간을 무사히 산행하였습니다.
참가자 : 16조준희, 23김기창, 양수석, 하재룡, 홍병철, 24이규성, 25안철준, 최원일, 29양장근, 30박형열, 이상화, 정경원, 31김주환, 신윤수, 35정광윤, 최수범, 39김대휴, 45박용철(총 17인)
아침 7시 조금 지나서 양재역을 떠난 버스는 곧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하여 동천역에서 동문 3분을 태우고 영동고속도로 -> 중부내륙고속도로 -> 상주영천고속도로로 운행하다가 동영천IC에서 921번 도로를 타고 산행 들머리인 이리재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0시 45분경이었습니다.
산행채비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은 다음 북쪽의 비탈을 오르면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10:54) 무더위 속에서 초장부터 해발 300m 근처에서 해발 600까지 약 300m 수직고도를 쳐올려야 하는 힘이 들고 진을 빼는 고행이었습니다. 무성한 나무들이 시야를 가려 약간은 답답한 느낌을 가지게 했습니다.
가파른 언덕 위로 올라간 다음부터 길은 완만해졌는데 앞으로 가야할 목표인 운주산이 누에처럼 길게 누워있는 광경이 나무사이로 힐끗힐끗 보이면서 길은 조금 아래로 쳐졌다가 운주산으로 완만하게 올라갔습니다. 운주산은 정맥길에서 200m 정도 벗어나 있으나 오늘 산행의 최고점으로 상징적이고 조망이 좋은 곳으로 모두들 들렀습니다.(13:20) 해발 806m의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주변이 온통 아름다운 금수강산이요 온갖 산이 웅크리고 있어 첩첩산중인데 저 멀리 북동쪽으로 보현산(1,124m) 위에 천문대가 어렴풋이 보였다. 806m 운주산은 오늘 산행을 중앙에서 잡아주는 돌쩌귀 같은 존재, 중심점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동영상 참조)
운주산 제천단 옆에 전을 펴고 꿀맛같은 점심을 먹으며 생명수를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지참한 백세주와 조선배님 가양주(매실주)가 산행에 해로울세라 조심스럽게 돌려지고 안주로는 수범군 부인이 챙겨준 동그랑땡이 맛이 났습니다.
식사후 다시 진행하는 길은 내려가는 길이라서 조금은 편안하게 경치를 보며 진행하는데, 뒤에서 들려온 소식에, 한 분이 길을 벗어나 헤매는 중이라고 합니다. 일행이 멈춰서서 30분 이상을 기다리다가 후미대장 김대휴군과 미아가 된 분 사이에 연락이 되었다는 소식에 일행은 불랫재를 향하여 천천히 이동하였습니다. 불랫재 가는 길도 만만치 않게 멀었고 오르락 내리락 기복이 있었습니다.
불랫재에 도착하여(16:13) 일행은 한참을 대기하다가 산행 경로를 수정하였습니다. 원래라면 내쳐 걸어서 한티재로 가야 했지만 늦게 길을 따라오는 두 사람이 한 시간 늦게 불랫재에 도착할 예정이라 일행은 한티재를 포기하고 좌로 틀어서 도일리마을회관 쪽으로 하산을 시작하였습니다.
후미가 불랫재에 도착한 시각이 17:21경, 일행을 따라 좌측으로 꺾어 도일리 쪽으로 내려갔습니다. 앞 사람들은 가다가 냇물에서 알탕을 하고 고들빼기도 채취하였습니다. 죽다 살아난 후미도 마을회관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여(17:30) 타고온 버스로 연회장으로 이동하였는데 포항시 죽장면의 고기집, "최고집"이었습니다.
무더위 속에서 체력소모도 있고 시장기도 있는지라 모두 들 돼지갈비를 실컷 흡입하였습니다. 식사후 버스는 청송을경유하여 서울 양재역에 도착하니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으로 전철로 집에 갈 수 있었습니다.
잠시였지만 동료실종에 따른 무거운 분위기가 산행을 조금은 더 피곤하게 하였으나, 다른 각도에서 보면 험준한 산하를 서로 격려하며 사고 없이 걷는데 성공하여, 경동산악인의 결기를 보여준 하루였습니다. 원래 목적지인 한티재를 못 갔으니 완벽에서 2% 부족하였으나, 다음 번에 완벽 산행을 기대합니다.
- 후기 -
산행전 버스 운행 중에 이번 산행의 경로(트랙)를 카톡방에 올리고 산길샘 앱으로 열어 보도록 부탁하였습니다. 이번 산행에 한 분이 길을 잃었을 때 이 준비가 약간은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인류는 원시 수렵시대부터 자기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 것이 생존의 필수조건임을 알았을 것입니다. 사냥이나 채집 후에 자기의 현재 위치를 알아야만 가족과 동료가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기서 생긴 말이 오리엔티어링(Orienteering, 장소 찾기), 오리엔테이션(Orientation, 방향잡기)인 것 같습니다. 오리엔트(Orient)란 동쪽을 뜻하는 말입니다. 동쪽을 확실히 정하면 서쪽, 남쪽, 그리고 북쪽이 자동으로 정해질 수 있습니다.
휴대폰 앱(산길샘)에 자기가 갈 경로를 넣어두고 산행시 이를 자주 확인하면 길을 잃을 염려가 없습니다. 자기의 위치를 확인하여, 자기의 위치를 나타내는 커서가 경로 위에 있으면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만약 커서가 경로를 벗어났을 때에는 몸을 움직여서 주어진 경로로 다시 복귀하면 될 것입니다.
요즈음 산행하는 사람은 험지를 갈 때를 대비하여 현대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는 방법을 숙지하여 조난을 당하지 않도록 자기 자신을 교육시킬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