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개막전 3천 달러 육박, 밴쿠버 경기도 최고 980달러
7년 전 21달러 약속 휴지조각, 다이내믹 프라이싱 첫 도입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축제가 되어야 할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시작 전부터 돈 잔치 논란에 휩싸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공개한 티켓 가격이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책정되자 팬들은 이를 기념비적인 배신이라 규정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경기 입장권 가격이 수천 달러를 호가하는 것으로 드러나 직접 관람을 꿈꾸던 축구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피피파는 11일부터 3차 티켓 판매인 무작위 추첨 접수를 시작했으며, 구체적인 가격표가 공개되자마자 파문이 일었다. 2026년 6월 12일 토론토 BMO 필드에서 열리는 캐나다 대표팀의 개막전 티켓은 가장 저렴한 카테고리 3 등급조차 1,300달러부터 시작한다. 카테고리 2는 2,205달러, 가장 좋은 좌석인 카테고리 1은 무려 3,035달러에 달한다.
밴쿠버 BC 플레이스에서 열리는 6월 18일 카타르전과 24일 스위스전도 만만치 않다. 카테고리 3 좌석이 370달러, 카테고리 2가 700달러, 최고 등급은 980달러로 책정됐다. 토론토보다는 낮지만 4인 가족이 관람한다고 가정하면 수천 달러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금액이다.
이번 가격 책정은 피파와 주최국들이 과거 내걸었던 약속을 정면으로 뒤집은 처사다. 7년 전 미국 축구 관계자들이 월드컵 유치를 신청할 당시 개막 단계 경기에서 21달러짜리 좌석 수십만 개를 제공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고 피파 역시 60달러 선에서 티켓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하지만 독일 축구 연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조별 예선 경기 가격은 미화 180달러에서 700달러 사이로 형성됐다.
결승전 티켓 가격은 더욱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최저가가 미화 4,185달러, 최고가는 미화 8,680달러에 이른다. 잉글랜드 축구협회 자료에 따르면 결승전까지 모든 경기를 관람할 경우 티켓값만 미화 7,000달러가 넘게 소요된다. 유럽 축구 서포터즈 연합 등 관련 단체들은 이번 가격 정책을 갈취라고 규정하며 축구 축제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가격 폭등의 주원인으로는 이번 월드컵부터 도입된 다이내믹 프라이싱 시스템이 지목된다. 수요에 따라 가격이 변동되는 이 시스템 탓에 공식 웹사이트의 안내 가격보다 실제 구매 가격이 치솟을 가능성이 상존한다.
현재 진행 중인 무작위 추첨 접수는 2026년 1월 13일 미 동부 시간 오전 11시에 마감된다. 신청 시점은 당첨 확률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가구당 경기별 최대 4매, 대회 전체 최대 40매까지 신청 가능하다. 당첨자는 2월 중 이메일로 통보받으며 티켓 비용은 등록된 결제 수단으로 자동 청구된다.
2차 시장에서의 가격은 이미 상상을 초월한다. 7월 19일 멧라이프 스타디움 결승전 티켓은 재판매 사이트에서 미화 1만1,000달러를 넘어섰다. 피파는 자체 재판매 플랫폼을 운영하며 총 재판매 가격의 15%를 수수료로 챙길 예정이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티켓 가격이 25달러에서 475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넘어선 배신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