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음식, 유로메나를 잇다!
유럽·중동·북아프리카를 아우르는 풍미 넘치는 인문학 이야기
유럽은 이웃 지역과의 갈등과 교류의 역사 속에서 정체성을 형성했고, 특히 메나지역(Middle East & North Africa)과 전쟁과 화해를 반복하며 상호 문명의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므로 유로메나에 관한 균형 있고 통합적인 관점만이 유럽사의 보다 정확한 맥락을 제공할 것이다.
『식탁에서 만나는 유로메나』는 통합유럽연구회와 서강대학교 유로메나연구소가 함께 ‘음식’을 매개로 유로메나를 이해하기 위해 기획한 책이다. 맥주와 베이글 등 우리에게 친숙한 음식부터 파술리야, 자우어크라우트, 에스토니아 음식 등 다소 낯선 음식까지 열다섯 가지 다채로운 음식 문화 이야기를 소개한다. 음식의 기원과 정체성, 역사적 변천사와 현재의 모습, 재미있는 일화 등 지은이들이 탐색한 ‘먹고 마시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레 유로메나의 역사가 그려질 것이다. 유럽사와 음식의 역사에 관심 많은 독자라면 더없이 흥미롭게 읽을 만한 책이다.
📝 저자 소개
통합유럽연구회
유럽통합의 역사적 과정이 오늘날 유럽사회에 미치는 정치사회학적 함의를 역사학의 시각과 사회과학의 시각을 융·복합적으로 활용하여 연구하려는 목적으로 2007년에 결성되었다. 역사학자, 정치학자, 그 밖의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정기 학술세미나를 통해 논문 발표 및 열린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등재학술지 《통합유럽연구》를 발간하고 있으며, 《박물관 미술관에서 보는 유럽사》, 《조약으로 보는 유럽통합사》, 《도시로 보는 유럽통합사》, 《인물로 보는 유럽통합사》 등의 단행본을 출간했다.
서강대학교 유로메나 연구소
유럽지역과 메나지역(Middle East & North Africa)의 역사와 문화를 통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2019년 창립한 연구기관이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유럽역사·유럽정치·중동지역 연구자들이 함께 모여 기독교와 이슬람 두 문명권의 교류와 갈등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세계대전과 유럽통합구상》, 《역사 속의 유로메나》 등의 단행본을 출간했다. euro-mena.net
📜 목차
들어가며
1 음식, 유로메나의 과거를 기억하다
중세 맥주, 수도사들의 새로운 즐거움 _이정민
베이글, 폴란드 유대인의 기억 _성일광
피시앤칩스, 다문화 영국의 상징이 되다 _박은재
커리, 영국의 식탁에 오른 인도 _신민하
커피, 이교도의 음료에서 계몽과 자유의 음료로 _임동현
벨기에 초콜릿, 달콤함에 녹아 있는 씁쓸한 근대 _오정은
에스토니아 음식,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란 무엇일까? _서진석
2 음식, 유로메나의 오늘을 탐색하다
쿠스쿠스, 프랑스인이 사랑하는 아랍 음식 _박단
훔무스, 식탁 위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전쟁 _김재희
자우어크라우트, 세계로 뻗어 나간 독일 김치 _김연신
요구르트, 불가리아인의 건강 비법 _이하얀
코냑, 프랑스를 대표하는 ‘생명의 물’ _김유정
영국 커피, 홍차의 나라로 돌아오다 _김봉철
포르투갈 디저트, 성聖과 속俗의 만남 _임소라
파술리야, 시리아 여성과 함께 세상 밖으로 행진하다 _이수정
도판 출처
📖 책 속으로
중세 교회, 특히 수도원도 맥주 주생산자임과 동시에 주요 소비자였다. 금욕과 절제를 추구하던 중세 교회에서는 수도사들의 포도주 소비를 제한했고, 따라서 포도주를 대신할 음료가 필요했다. 물, 우유와 맥주가 수도사의 주된 일상 음료가 될 수 있었는데, 중세인들에게 우유는 그다지 선호되지 않는 음료였다. 그래서 물과 맥주가 수도사들의 일상 음료가 되었고 맥주 소비는 문제될 바 없었다. 수도원에 묵는 병자들과 여행객 또는 성지 순례자들에게도 환영과 접대의 의미로 맥주를 제공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중세 수도원 맥주의 성장과 수도원 맥주 양조 기술의 발달은 자연스러운 결과라 할 수 있다.
---「중세 맥주, 수도사들의 새로운 즐거움, 32쪽」중에서
폴란드 유대인 사회의 전승에 따르면, 베이글의 기원은 1683년 오스만튀르크의 빈 포위를 깨뜨려 오스트리아를 구해준 폴란드 왕 얀 3세 소비에스키에게 지방 제빵사가 감사의 뜻으로 구워 바친 빵이다. 소비에스키 왕이 기병을 이끌고 오스만의 공격을 물리쳤기 때문에 등자 모양으로 만들었다는 전승이다. 소비에스키는 자신이 1683년 오스만튀르크에 치명적인 패배를 안긴 영웅으로 기억되길 바랐을 것이다. 다만 자신의 이름과 승리가 베이글의 유래에 관한 민간전승의 일부로 남았다는 사실을 안다면 매우 놀랄 것이다. 소비에스키 전승과 달리 빈 전투가 벌어지기 73년 전, 소비에스키가 출생하기 19년 전에 이미 베이글의 존재를 기록한 사료가 있다.
---「베이글, 폴란드 유대인의 기억, 43쪽」중에서
오늘날 사람들이 ‘민족의 유구한 역사’를 담고 있다고 믿는 전통이 실은 기껏해야 근대에 들어 ‘발명된’ 것인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어떤 음식에 민족성을 부여하고 그 민족성에도 이러저러한 내용을 덧붙이는 사고방식과 행위 역시 근대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피시앤칩스 역시 19세기 후반기에야 출현했다. 정확히는 18세기 후반에 시작되어 19세기 내내 가열차게 진행된 산업화가 없었다면 피시앤칩스도 없었을 것이라고 보는 편이 옳다. 무엇보다도 피시앤칩스가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확산되려면 주재료인 신선한 생선살이 영국 곳곳에 보급되어야 했으므로, 기차와 같은 빠르고 효율적인 수송 기술이 먼저 출현해야만 했다.
---「피시앤칩스, 다문화 영국의 상징이 되다, 61쪽」중에서
이슬람 세계에서 유래한 커피에 유럽의 그리스도교인들이 의혹의 시선을 보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많은 이들이 커피를 두고 무슬림이 와인을 대신해 마시는 음료라고 생각했고, 나아가 성직 계층의 일부는 커피를 ‘사탄의 발명품’으로 인식했다. 이들은 1600년에 교황 클레멘스 8세에게 커피 음용을 금지해 달라는 청원을 공식적으로 올리기도 했다. “이교도가 마시는 음료가 그리스도교 세계에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음료는 마시는 이들이 영혼을 사탄에 빼앗기게 만듭니다. 그 전에 금지해주실 것을 청원합니다.” 전해지는 설에 따르면 성직 계층의 기대와 달리 교황 클레멘스 8세는 이 맛 좋은 음료를 이교도만 마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죄악일 것이라며 커피에 세례를 베풀었다. 바야흐로 이교도의 음료가 그리스도교의 음료로 변모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커피, 이교도의 음료에서 계몽과 자유의 음료로, 112~113쪽」중에서
행사의 목적은 약 2년 전에 이스라엘이 가장 큰 훔무스(무게 400킬로그램, 지름 4미터)를 만들어 기네스북에 등재한 기록을 경신하는 것이었다. 이 행사에서 레바논 요리사 250명이 참여해 무게 2000킬로그램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훔무스를 만들어 기네스북에 등재했다. (…) 2010년 1월 8일, 예루살렘 아부 구슈 마을에 있는 아랍계 이스라엘 식당 ‘아부 구슈’가 레바논의 도전을 받아들여, 병아리콩 2.5톤과 타히니소스 1.5톤을 사용해 지름이 6미터에 달하는 인공위성 수신기에 훔무스 4090킬로그램을 만들어서 기네스 기록을 경신했다.
---「훔무스, 식탁 위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전쟁, 208쪽」중에서
🖋 출판사 서평
음식, 유로메나를 잇다!
유럽·중동·북아프리카를 아우르는 풍미 넘치는 인문학 이야기
유로메나는 유럽과 중동·북아프리카(Middle East & North Africa)를 의미하는 메나(MENA)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유럽과 메나 지역은 역사적으로 전쟁과 화해를 반복하며 문명의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양자를 상징하는 종교인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의 역사는 상대를 배제하면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우며, 이베리아반도의 재정복 운동, 십자군 전쟁, 오늘날 난민 문제에 이르기까지 유럽과 메나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하여 유럽과 메나 지역을 아우르는 통합적이고 균형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제시된 용어가 ‘유로메나’다.
『식탁에서 만나는 유로메나』는 유럽 대륙의 범주를 넘어선 통합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관점을 공유해온 통합유럽연구회와 서강대학교 유로메나연구소가 함께 ‘음식’을 매개로 유로메나를 이해하기 위해 기획한 책이다. 유럽과 메나 지역이 역사적으로 교류와 갈등을 반복하며 영향을 주고받았다면 거기에는 음식의 이동과 교류도 있었다. 이 책은 유로메나 식생활을 둘러싼 정치·사회·문화·경제의 변화를 모두 아우르며 풍미 넘치는 인문학 이야기를 전한다.
인도에는 커리가 없고, 중세 수도원에서는 맥주를 물처럼 마셨다고?
우리에게 친숙한 음식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들
인도에 커리라는 음식이 없다는 걸 아는가? 영국에서는 자신들이 커리의 세계화를 주도했으며, 치킨 티카 마살라 역시 인도 음식 ‘치킨 티카’를 영국이 변형시켜 완성한 것이라 말한다. ‘커리’라는 명칭도 17세기 영국이 동인도회사를 통해 인도를 점령했을 때 인도 현지 음식을 뭉뚱그려 부른 것에서 기원했다. 이처럼 우리가 오늘날 친숙하게 만나는 음식에도 거미줄처럼 연결되는 역사적 기원이 깃들어 있다.
『식탁에서 만나는 유로메나』는 열다섯 가지 유로메나의 흥미로운 음식 문화 이야기를 소개한다. 중세 수도원에서 포도주 대신 맥주를 만들어 물처럼 마셨다거나, 훔무스의 원조국이 어디인지를 두고 벌이는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총성 없는 전쟁, 이교도의 음료였던 커피가 교황의 세례를 받으며 유럽 전역에 확산되고 계몽과 사상적 자유의 상징이 된 과정, 프랑스의 대표 증류주이지만 오히려 프랑스 밖의 사람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는 코냑, 우리에게 친숙한 포르투갈의 에그타르트(파스텔 드 나타)에 얽힌 대항해시대의 영광과 추락의 역사 등 놀랍고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화가 가득하다. 더불어 음식과 관련된 다채로운 도판과 각 글의 끝에 수록된 레시피는 친근함과 읽는 재미를 더한다. 평소 유럽의 역사나 음식 이야기에 관심 많았던 독자라면 더없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음식은 경계를 넘어 이동하고 변형되며 완성된다
유로메나 역사의 흔적이 담긴 음식들
음식에는 지역의 재료로 만들어진 향토 음식도 있지만, 국경을 넘어 이동하며 완성된 음식도 있다. 특히 이 책에는 유로메나 통합의 역사를 보여주는 음식들이 나오는데, 프랑스인들의 사랑을 받는 아랍음식 쿠스쿠스, 폴란드에 정착한 유대인들이 세계로 전파시킨 베이글 등이 그러하다. 영국의 대표 음식 피시앤칩스도 유대인 기원을 갖고 있다. 19세기 런던 유대인들이 주로 먹던 생선튀김은 20세기 들어 감자튀김인 칩스와 함께 먹기 시작하면서 노동자의 주식이 되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다문화사회로 접어들던 영국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고급 수제 초콜릿으로 유명한 벨기에 초콜릿의 달콤한 맛에는 콩고 점령과 콩고인 학살이라는 잔인하고 슬픈 역사가 담겨 있다. 벨기에의 콩고 점령 역사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고디바 초콜릿도 없었을 것이다. 파술리야를 비롯해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메나 지역의 음식은 오늘날 난민 여성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시리아 여성 자즈마티는 평생 집밥 요리만 해왔지만, 내전이 시작된 이후 독일 베를린으로 이주해 그녀가 차린 식당은 미쉐린 가이드에 오르며 대표적인 난민 식당이 되었다. 난민 여성에게 음식이란 낯선 타국에서 정착과 생존을 돕는 수단이었다.
이 밖에도 원래는 채소 수확이 어려운 겨울의 대체 음식으로 탄생했지만 최근 슈퍼푸드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독일 김치 자우어크라우트, 잦은 이민족의 침입과 점령의 영향을 받으며 완성된 에스토니아 음식, 세계에 가장 널리 퍼진 음식 가운데 하나이지만 그 기원 지역인 불가리아에서는 전통 음식의 원형을 고수하고 있는 요구르트 등 친근하면서도 낯선 음식의 면모를 만날 수 있다.
지은이들은 문명 간 상호작용의 관점을 바탕으로 유럽과 메나라는 공간에서 전개된 음식 문화를 살펴보았다. 이들이 탐색한 ‘먹고 마시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레 유로메나의 교류와 갈등의 역사가 그려진다. 지은이들의 바람처럼 다채롭고 맛깔 나는 음식 인문학을 통해 유로메나의 통합적 역사도 독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