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꾸 마야계곡이 땡긴다
버스를 기다리고 섰는데 이 선수들이 과시 그 골짜기를 따라 오르기나 하겠나 싶다
코스를 급변경 하기로 한다
'어이~, 그냥 일출봉에나 댕기오자'
진짜로 멋도 모르면서 그리하잔다
'오늘 산행은 딱 8시간이니 그리 아시게~'
오르는 중에 한시간 연장 하였고, 하산하여 차 문을 열고 보니 두시간이 늦어졌더라
유암에 물줄기가 이리도 약해졌나
쓸데없는 동병상련은 애써 버리기로 한다
미국에서 교수하다가 학교로 초빙되어 왔다는 오박사, 그 오박사 데리고 온 양박사가 오늘 내가 가이드할 친구들이다
명색히 국제산악가이드 열공하고 있는 사람인데, 그 많은 향우회원 다 떨어지고 딱 남은 한명이 정체를 파악하기 힘든 자 곁다리 붙여 온 참이다
폰에 오룩스 까는데 성공했다
그래서 겁이 없어진 참이기도 하다
지난 봄에 산으로님과 내려온 그 길을 확인하며 올라보고 싶기도 한 참이었다
허나, 내가 걷는 길은 오늘 생판 처음보는 길이었다
오늘 오박사는 많은 어록을 남기더라
오르면서 표고가 보이길레 '어~표고버섯이네~' 하였더니,
자기는 속으로 소설을 썼더라
<나는 이 비탈을 오르느라 다른 정신이 없는데 저이에게는 표고도 보이는 모양이다. 그래, 우리네 인생도 이와 같지 않겠는가? 체력적인 여유, 마음의 한가함을 가질 수 있을 때에만 비로소 나에게 다가온 어떤 기회들도 보이는 법이겠구나. 앞으로 심신을 갈고 닦으며 열심히 살자>
그리고 작은 지능선에 올라서니 비장한 몸짓과 장중한 목소리로 이런 말도 하더라
<나는 그 동안 산길을 오르며 이런 다짐들을 하였습니다. 산길이 험하면 험한대로 묵묵히 참고 오르며, 살아가면서 힘든 순간을 만나면 그때 내가 걸었던 그 힘들었던 산길을 생각하며 참아내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참으로 헷갈립니다. 산길이 아예 없는 곳으로 가고 있기에 어떤 생각을 하여야 할지 갈피조차 못 잡겠습니다>
그리곤 묻는다
'뭘 보기나 보며 올라가고 있습니까?'
내 있는대로 대꾸했다
'아니~, 그냥 올라 가는데~?'
그래도 양박사는 남해 촌놈이라고 잘 따라 댕기더만
딱 1m 뒤에 붙어서 오차도 없이 따라 오기로, 내 아까 차에서 내릴 때부터 오줌을 눌까말까 고민하던 참이었는데,
이 문디가 너무 딱 붙어 오는 바람에 오줌쌀 찬스를 못 잡겄데
그래 내 터질뻔 했자너
아~!, 단풍이 물들고 있었구나
아까 표고랑 이 궁댕이랑 잘 따 담으라 했지
이따가 라면 끓일때 넣자면서
나중에 장터목에서 나 물뜨러 가는데 그 담은 봉다리를 여봐란 듯이 들고 따라오데
누가 보든 말든 무슨 다른 생각도 없는 모양이라
어찌나 뽀독뽀독 정성스레 씻고 있는지, 그래서 나는 그런 말 평소 하자너
(그 말은 알아서 상상하시고.....)
내 그동안 일출봉 능선 많이 오르락내리락 했는데 이 길이 그래 험한 곳이 많았나
이리저리 뺑뺑 돌고 기어 오르고 하다보니 겨우 사람 길낸 흔적이 나타나데
오박사는 아주 얼굴이 창백해 졌더란다
이 능선에서 최소한 천왕봉은 떠억 나타나 줘야 한가오 할 터인데 온통 안개속이데
지나면서 그동안 나 집 지었던곳 기웃거려 보았는데 한군데도 못 찾겠더만
어차피 나도 잘 모르고 그들은 하나도 모르니 보이나 안보이나 그게 그거지 뭐
바람 잠잠한 곳 찾아 또 한참이나 소위 뱃속을 충전하더라
엊그제 도장골도 오늘 일출봉도 사실 속셈 하나는 구절초가 있으려나 싶었던게다
구절초의 매력 그 중 하나는 이런 시들은 모습들로도 충분히 멋질 수 있다는 사실 아닐까
또 하나는 그냥 두리뭉실 들국화로도 불려진다는 점이다
가족들 두고 홀홀단신 코리아에서 욕 보네
보통 사람들 일백번 지리산행에서 얻을 이치를 이 산행 한방에서 얻어내는 그 지혜 감탄하오
오박사 어록에서 소개 못한 무언가가 있는 듯한 이 허전함은 뭐지?
장터목은 가스속이다
이를 두고 전문(?) 산악용어로는 <곰탕이다> 라고 한다더라
아따~
정말 맛이 기똥차더만
두사람이 아주 오래토록 국물에 손대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기로 버섯건데기 하나하나 찾아내 먹고서는,
짬통이 어데 있던가 물었더니,
'아니 버리기는 무얼 버린단 말입니까? 여태 눈치보고 있었습니다'
아이고 객꾼아~ 그런 사사로운 배려심도 읽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느뇨
이후 그들은 국물 한방울 남기지 않고 쪽 빨아먹어 버리더라
구절초 전경
우리 밥자리 잡을 때 부터 맞은편에 앉았던데 자꾸만 눈길이 가더라
딸들과의 산행 추억 새록거리는 것이야 차치하고,
보통 아이들의 모습에서는 어떤 초조함? 불안함? 이런게 있는 법인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거라
우리 일행에게도 밥먹는 내도록, 저 아이의 내공이 보통으로 보이지 않지 않느냐
마치 늘 산에 사는 사람의 모습처럼 자연스럽지 않냐
내 자꾸만 눈길따라 쫒다가 종내 혼자있는 기회를 찾아 물었다
'아이야, 너는 지리산에 많이 왔었구나'
'지리산은 오늘 처음인데요'
'그럼 다른 산에는 다니니?'
'지난번에는 한라산, 이 앞전에는...음,,소백산에 갔었어요'
'오~~산을 많이 다니는구나'
아마도 이 아이또한 우리 딸들과 같이 아주 어릴적부터 산에 자주 살았을 거라
사진을 한장 같이 찍고 싶은데 그러고 나서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
혼자 중얼거리고 있으니 오박사가 아이의 행방을 알려준다
엄마에게 양해를 얻어 비로소 한장 사진을 얻다
산길에서 불현듯 한번 더 만나고 싶은 아이다
행복하고 멋진 삶이 되라
전용탕을 거를순 없지
한번만 더 걸리면 영구제명 조치 된다더라
서울까지 찾아가서 싹싹 빌지말고 알아서 잘하고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이자
첫댓글 지리산 찾기가 가까워서 부럽네 그려
그건 그렇습니다만,
이제 설악산하고 몇년 바깠으모 좋기도 하겠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