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도 한두번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여전히 현재 분당 끝자락에 있는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 중입니다.
이 단지 주변 환경에 매우 마음에 들어서 만족스럽게 거주 중이지만
사야 하나 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 상황입니다.
인프라는 적당하고 괜찮은데, 20년 됐거든요.
10년 정도 지나면 재건축 리모델링 이야기가 슬슬 나올 것 같은데...
강남 아파트들 재건축 리모델링 사례를 보면 분담금 폭탄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구입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뭐 그렇다고 딱히 다른 대책이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20~30년 전처럼 자고 나면 집값이 훅 오르던 그때와 달리 앞날이 너무나 불확실하기 때문에
일단 흘러가는 모양새를 예의주시하며 상황에 맞게 대처해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 동네 아파트 값을 보고 있으니 드디어(?) 약간의 변화가 생겼더군요.
일단 이 동네는 8년 전과 비교할 때 집값이 많이 빠진 상태입니다.
한창 비싸던 2000년대 중반 즈음 제 친구가 이 단지 38평 저층에 이사왔는데 당시 가격이 6억 8천이었습니다.
그 후 주욱 서서히 내리다가 지금은 저층 5억, 중고층 5억 4천~8천에 형성되어 있는 듯 합니다.
당시 9억까지 갔던 49평형은 지금은 저층 5억 8천, 중고층 6억 2천 ~ 7천 정도입니다.
그간 이 단지에서 38평과 49평의 차이는 1억 이상이 기본이었습니다.
사실 지금 가격은 3~4년 전보다는 38평 기준 3~4천 정도 오른 상태죠.
그때도 49평과의 차이가 1억 2천 정도 났었습니다.
당시 제 친구가 49평으로 이사가고 싶어 죽겠는데 가격이 1억 넘게 차이난다고 했었거든요.
이 단지 49평에 돈 있는 사람들이 좀 거주하다 보니 서로 담합 비슷하게 되어서 가격을 잘 안내린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1억 선이 무너지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결국 49평은 "지난 3~4년간" 가격이 그대로 유지되고 38평은 약간 오른 셈입니다.
저는 아파트에서 평생 살고 싶은 생각은 없고, 능력만 된다면 단독주택 구입해서 마음 편히 살고 싶은 사람인데
비싼 단독을 살 돈은 없고, 아직 아이들이 학령기라 통학을 고려하면 아파트밖에 답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아파트에 거주 중입니다. (물론 단독과 달리 아파트가 주는 편리함도 많습니다)
아파트 가격이 상승이냐 하락이냐.
저는 대세는 하락이되, 하락 폭이 큰 물건과 작은 물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구는 점차 줄고 있는데 아파트는 계속 지어대고 있으니 더더욱 그러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지방 소도시 아파트 가격의 낙폭과 수도권 중심지 아파트 가격의 낙폭은 분명히 차이가 클 거라고 봅니다.
최소한 앞으로 10년 정도는 그럴 것이라는 생각인데요.
70, 80년대에 지었던 강남 여의도 지역 아파트 리모델링 재건축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은 아파트의 수명주기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나라이고
그 끝이 어떻게 될 지를 외국의 사례를 보고 추측할 뿐이니까요.
이러할 것이다 라고 예상은 하지만, 사람들이 아직 경험한 바가 없어서
아직은 부동산 불패의 신화가 다수를 지배하는 시장인지라
집의 소유에 대한, 아파트 가격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과 경험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큰 흐름은 하락이라 생각하는 저도 한 가지는 잘 모르겠다 라고 생각하는 변수가 있는데.
이 나라는 매우 신기하게도 일반적인 사례와는 조금씩 이상한 방식으로 바뀐다는 점입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러한 방향이 맞는데, 그 방향과는 항상 뭔가 다르게 진행되더군요.
부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고 이상한 교육열 인플레가 아파트 값을 지배하는 큰 변수가 되는 나라라서요.
이제 한 10년 정도 지나 1기 신도시들의 재건축이 본격화되는 시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과연 이 나라의 아파트 시장이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지 매우 궁금하거든요.
진짜 다마 신도시처럼 1기 신도시의 몰락을 볼 수 있을 지,
아니면 뭔가 한국적인 형태의 변종을 보게 될 지.
하지만 역시 저는.
층간소음 많고 땅 지분 없는 아파트는 사기 싫어요. ^^;;
최고층 골라 이사왔는데 한동안 조용히 잘 살다가
최근 옆집 아랫집 주인 바뀌고 나니 시끄러워 죽겠습니다.
도대체 아랫집은 뭘 하는 집이길래 소음이 그렇게 올라오는지 모르겠어요. (아마 그 아랫집은 죽었을 지도... ㅡㅡ;;;)
기본적으로 내 집에서 조용히 살지도 못하는 아파트는 사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사실 딱히 뾰족한 방법이 없죠. 있었다면 강남 재건축이 저렇게 난항을 겪지도 않을 거고요. 구조 자체가 튼튼한 것도 아닌데 증축이라는 머저리같은 방법을 택하는 순간 분당에 헬게이트가 열리는 게 아닌가 합니다. 현재 20~25년 정도 된 상태라 앞으로 10년 정도는 더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글쎄요. 20년 지나 이동네가 어떻게 될지. 유럽에 가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이,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를 나눈 기준이 건설 100년 미만이냐 그 이상이냐였습니다. 아니 뭔놈의 건물이 100년을 넘어가...;;; 어찌나 튼튼하게 지었는지 정말 부럽더군요. 이러면 계속 수리하면서 살아도 될 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