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봉에 올라
국회의원선거로 주중에 하루 공휴일이 생겼다. 창원으로 건너가지 않고 거제에 머물면서 근교 산행을 나섰다. 대중교통은 이용하지 않고 하루 종일 걸어 볼 셈이었다. 연초삼거리로 나가 김밥 두 줄과 곡차를 준비해 죽토리 들판을 지났다. 연초면에서 대성을 이루고 사는 의령 옥 씨들이 근거지를 이룬 곳이다. 일모작 벼논엔 못자리를 준비하느라 물을 거두어 놓은 데가 더러 있었다.
들녘을 걸어 고현에서 옥포로 가는 거제대로 굴다리를 지나니 야부마을이 나왔다. 임진왜란 때 마을 뒷산 와야봉 기슭에서 철광석을 캐 무기를 만든 쇠를 제련한 마을이라 야부였다. 마을 어귀 표석에는 쇠 불릴 야(冶)에 가마 부(釜)의 지명 유래를 새겨 놓았다. 남해안 곳곳 왜구 노략질을 방어하는 석성이나 봉수대를 보았지만 병기를 생산하려는 광산이 있었다는 곳은 드문 경우였다.
마을 지난 외딴 산기슭에는 교회가 들어서 있었다. 연초 지역 경작지로는 밭보다 논이 많은데 그곳에서는 밭뙈기를 볼 수 있었다. 밭 임자가 밭둑에 비닐을 덮씌워 심어둔 호박 씨앗이 싹이 터 쌍떡잎을 밀고 나왔다. 골짜기로 드니 농업용 저수지가 나왔다. 가장자리는 갯버들 잎이 피어 연녹색으로 눈부시었다. 텃밭을 지나니 본격적인 숲으로 들어 호젓한 오솔길을 걸을 수 있었다.
비탈을 오르니 임도가 나왔다. 수월에서 올라온 임도는 국사봉과 옥포로 가는 길인 듯했다. 숲속 등산로는 와야봉과 약수봉으로 가는 길이었다. 임도를 따라 산모롱이를 돌아가니 갈림길을 만났다. 왼쪽은 송정고개로 가고 오른쪽은 국사봉 방향으로 다시 수월로 가는 길이었다. 국사봉을 향해 가다가 길섶에 누군가 선행 주자가 순을 딴 두릅 군락지에서 새로운 두릅 순이 자라 나왔다.
초벌두릅을 여태 따지 않았으면 쇠어 나물로 가치를 잃어버렸을 테다. 두릅 순은 복원력이 강해 순을 꺾이고도 다시 움이 돋아 자랐다. 그걸 두벌두릅이라 한다. 두벌두릅은 초벌보다 못하긴 하다만 삶으면 두릅 특유의 향과 식감을 느낄 수 있다. 길바닥 곡식 낱알이 흩어진 것을 그냥 보고 지나칠 수 없는 것처럼 두릅 순을 따 모았다. 두릅을 따면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궁리했다.
두릅을 딴 봉지를 들고 임도를 걸으니 맞은편에서 오는 한 사내에게 국사봉 등산로를 물었더니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임도 중간에서 수종갱신 지구 비탈길로 올라가 산등선을 따라 걸었다. 연두색 새순 새잎이 돋는 봄 숲길을 걸으니 마음이 평온했다. 산등선에서 첫 번째 고갯마루는 수월재였다. 옥포 시가지와 대우조선소가 시야에 들어왔다. 쉼터에서 배낭의 곡차를 꺼내 잔을 들었다.
수월재 쉼터에서 조금 더 오르니 산등선의 두 번째 고갯마루는 큰골재였다. 전망대에 서니 옥포 일대가 훤하게 드러났다. 국사봉을 앞둔 비탈을 오르니 진달래는 꽃이 모두 저물어 연초록 잎이 돋아났다. 대금산 진달래가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국사봉 북사면에도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었다. 풀꽃으로 보라색으로 핀 뫼제비를 볼 수 있었다. 각시붓꽃은 임무를 다하고 꽃잎이 시들어갔다.
너럭바위가 넓게 펼쳐진 산정에 닿으니 휴일이라선지 먼저 오른 산행객들이 여럿 보였다. 옥포와 사방의 산들이 모두 다 드러났다. 돌아서니 고현만과 삼성조선소도 보였다. 정상의 바위가 조정 신하가 예복을 갖추어 입고 임금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이라 국사봉이라 불렀다. 우리나라 산 이름으로 봉화산이 가장 흔하고 그 다음 국사봉이다. 매봉과 남산이 그 뒤를 잇는다고 들었다.
작은 국사봉으로 내려서니 산행을 나선 이들이 타잔처럼 다래덩굴에 매달려 순을 따고 있었다. 전망이 좋은 작은 국사봉을 넘어 산비탈에서 숲으로 드니 곰취가 잎을 펼쳐 자라 몇 줌 따 모았다. 숲속 그늘진 부엽토에서 자란 곰취였다. 쇠어가는 초벌두릅도 보여 보드라운 것만 골라 따 배낭에 담았다. 숲을 나서니 수월마을이 나왔다. 찻길에서 보도를 따라 연사까지 걸어 와실로 들었다. 20.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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