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해가 토해 놓은
바다에 핀 저,
꽃
출렁이며 흔들리는 붉은 덩이가
선창을 물들이다
닻 내리던 어부의
굽은 등을 물들인다
섬 모퉁이 물결 따라 사라지는 노을 꽃
장엄하게 피고 지는 생에 대한 예의로
부둣가를 서성이던 늙은 개가 조문하는
-『부산일보/오늘을 여는 詩』2023.03.28. -
바다 위에 노을이 펼쳐지면 하늘의 붉은 꽃처럼 보인다. 거대한 붉은 꽃잎의 색이 번져서 ‘선창을 물들’이고 ‘어부의 굽은 등을 물들인다’. 노을의 탄생은 맑은 날이면 늘 있는 일이지만, 그것을 응시하는 시인의 눈길에 이르러 ‘장엄하게 피고 지는 생에 대한 예의’로 읽히기도 한다. 탄생과 죽음이 있기에 인간의 삶은 아름답다.
선창에서 일해 본 적이 있는데 새우는 죽어 등을 구부리고 선창 사람들은 죽어서야 등을 펴더라. 장엄한 것이 노을뿐이랴. 슬픔과 기쁨, 젊음과 노화를 다 겪으며, 유한한 인간의 생을 다 살아내는 이웃들의 모습도 때로 장엄해 보인다. ‘부둣가를 서성이던 늙은 개’만이 조문 온들 어떠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