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공장의 종말이 아닌 폭발, 증식, 변이를 일으키는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 속
은폐되고 서열화되고 인종화되는 노동!
2011년, 실리콘 밸리에 위치한 구글 본사를 촬영한 동영상이 공개됐다. 동영상 화면은 2개로 분할되어 있는데 오른편에는 우리에게 디지털 시대의 이상적 업무 공간으로 잘 알려진 구글플렉스의 모습이 담겼다. 왼편에는 어딘지 모를 일반 사무용 건물의 모습이 들어 있다. 카메라는 고정된 채, 두 건물을 드나드는 직원들의 모습을 촬영했다.
이 동영상은 당시 구글과 외주 계약을 맺고 일하던 비디오 아티스트 앤드류 노먼 윌슨이 촬영했다. 동영상은 구글 본사 노동자들이 빨강, 초록, 하양, 노랑 네 가지 색깔에 따라 4개의 계급으로 나뉘어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빨간색이나 하얀색 명찰을 단 노동자들은 노란색 명찰을 단 노동자들이 구글 내에 존재하는 사실을 몰랐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들은 일을 하거나 출퇴근을 하면서 서로 동선을 겹치는 일도 없었다.
노란색 명찰을 단 노동자들은 구글 북스 사업부에 소속되어 도서들을 스캔하는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이었다. 다른 색 명찰을 달고 구글플렉스의 멋진 단지를 거니는 노동자들이 주로 고학력 백인들인 데 반해 노란색 명찰을 단 노동자들은 대부분 유색 인종이었다.
『디지털 팩토리』는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배송 노동자, 중국에서 미국 게임사의 그래픽 작업을 하는 하청 노동자, 필리핀의 콘텐츠 모더레이터, 그리고 여러 소셜미디어 상의 홍보마케팅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IT기업에서 필수적인 노동을 하면서도 철저히 은폐되고 서열화, 인종화되는 디지털 노동의 현주소를 살피며 공정한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 어떤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한다.
👨🏫 저자 소개
모리치 알텐리트
독일 훔볼트대학에서 긱 이코노미 시대의 노동과 인종, 이민의 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가르치며, 스위스의 노동연구자문 단체 Fairwork에서 활동 중인 모리츠 알텐리트는 이 책을 통해 자동화 뒤에 가려진 인간의 노동이 어떻게 계급화되어 있는지 보여 준다.
📜 목차
1. 프롤로그: 공장을 떠나는 노동자들
1.1. 소개
1.2. 디지털 공장 속으로
1.3. 디지털 공장 연구
1.4. 이 책의 구성
2. 글로벌 공장
2.1. 물류 센터
2.2. 컨테이너, 또는 물류 혁명
2.3. 알고리즘, 또는 두 번째 혁명
2.4. 소매업의 부상
2.5. 크리스마스 열병 : 물류 센터 속으로
2.6. 바코드와 스캐너의 리듬에 맞춰 작업하기
2.7. 업무 표준화/노동력 증식
2.8. 아마존의 다음 개척지: 라스트 마일
2.9. 라스트 마일 부문의 노동
2.10. 급진적 유연성: 플랫폼 노동의 등장
2.11. 결코 원활하지만은 않은
3. 놀이의 공장: 게임
3.1. 로스앤젤레스, 베를린, 선전을 오가는 게임 노동력
3.2. 아제로스의 정치경제학
3.3. 디지털 그림자 경제
3.4. 이중 이주자
3.5. 디지털 노동 / 디지털 이민
3.6. 골드러시 이후
3.7. 게임 제작: 게임 스튜디오의 노동과 갈등
3.8. 테스트 노동
3.9. 일렉트로닉 아트의 사례
3.10. 갈등, 즐거움, 물질성
4. 분산된 공장: 크라우드 워크
4.1. 대여용 인간(PEOPLE AS A SERVICE)
4.2. 온-디멘드 노동의 글로벌 생태학
4.3. 인공지능 뒷면의 노동
4.4. “먹고살기 위해 100유로를 벌어야 해요”
4.5. 디지털 조립 라인
4.6. 온-디멘드 노동
4.7. 플랫폼 노동자
4.8. 크라우드 워크와 돌봄노동
4.9. “다음 50억”
4.10. 숨겨진 노동
5. 은닉된 공장: 소셜 미디어
5.1. 플랫폼 광고의 정치경제학
5.2. 알고리즘 구조: 논리, 통제, 노동
5.3. 크라우드의 물질성
5.4. 바다 아래로, 그리고 공장 속으로
5.5. 아이폰 도시
5.6. 콘텐츠 관리: “당신이 보는 것은 제 상상을 초월해요”
5.7. 좋거나 나쁜 콘텐츠
5.8. 문화로 인해 당황스러운 알고리즘
5.9. 베르린, 오스틴, 더블린: 외주화된 이주민 노동
5.10. 산업화된 의사결정
5.11. 소셜 미디어의 이면의 세계지리학
5.12. "미국인이나 호주인과 함께 일하는 것과 거의 같음“
5.13. 인프라 되기
6. 결론: 공장으로서의 플랫폼
6.1. 베들레헴에서 아마존으로: 그때와 지금의 테일러리즘
6.2. 공장으로서의 플랫폼
6.3. 이주노동, 유연화된 국경, 분산된 투쟁
6.4. 노동의 종말을 향하여
7. 에필로그: 전염성 공장
📖 책 속으로
이 책은 디지털 자본주의사회에서 노동의 전환 문제를 다룬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영향, 특히 전통적인 공장에서만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노사관계를 발생시키는 현장을 중점적으로 언급한다. 그러한 현장에 초점을 맞춰서 보면 디지털 시대 노동과 자본주의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특별한 시각을 열어줄 것이다.
이 책은 디지털 기술이 만들고 강제한 노동 시스템을 들여다볼 텐데, 기묘하게도 이 시스템은 겉으로는 전혀 달라 보이는 20세기 초 테일러주의적 공장과 꽤 닮았다. 이 책은 또한 디지털 기술 발전이 고도로 파편화되고 분해되어 통제받는 형태의 인간 노동을 필요로 하는 현장을 살펴볼 것이다.
주장하고 싶은 핵심은, 디지털 자본주의가 공장의 종말이 아니라 오히려 폭발, 증식, 공간 재구성과 기술적 변이과정을 통해 디지털 공장으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공장은 생산과정과 산 노동을 조직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에 그 본질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공장은 노동이 실제 벌어지는 현장일 뿐 아니라-좀 더 추상적으로 보면-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노동과 기계 및 인프라를 지휘하는 기관이자 원리로 이해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에 의해 이 과정이 재구성되는 것, 이 책의 초점은 여기에 맞춰져 있다.
만약 디지털 기술이 콘크리트 건물로서의 공장을 넘어 노동 체제로서의 공장을 옮기는 데 성공할 수 있다면, 디지털 공장은 다른 공간 형태를 취할 수도 있다. 플랫폼이 바로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이 책은 아마존 창고에서 온라인 비디오게임, 긱 경제 플랫폼에서 데이터센터, 콘텐츠 조정 사업에서 소셜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공장의 다양한 사례를 들여다볼 것이다. 이것은 모두 디지털 기술이 노사관계를 만들어 내는 현장이며, 앞서 언급한 개념들을 검증해 볼 수 있는 곳이다.
---본문 중에서
🖋 출판사 서평
디지털 기술이 만들고 강제한 노동 시스템
또한 『디지털 팩토리』는 디지털 기술이 만든 작업 환경이 20세기 초 테일러 주의적 공장과 아주 많이 닮았음을 짚는다. 그러면서 디지털 자본주의가 공장의 종말이 아닌, 오히려 폭발, 증식, 공간 재구성과 기술적 변이과정을 통해 더욱 노동을 강제하는 디지털 공장을 만들어 냈다고 이야기한다. 디지털 공장은 매우 전통적인 건물 형식을 취한 공장의 형태를 벗어나 매우 다양한 형태를 취한다. 플랫폼 역시 오늘날 디지털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공장이다. 『디지털 팩토리』는 디지털 기술, 디지털 자본주의가 만든 디지털 공장들과 전환된 노동의 실태를 살피며 또다시 변화해야 할 우리의 모습을 함께 고민한다.
구글에서 제공하는 스트리트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당근 마켓 앱에서 보내는 각종 알람은 누가 쓰는 것일까? 디지털 공간에서 점점 많은 시간을 보내며 정보를 얻다 보면 기술은 인간을 대신하며 거듭 진보하는 것만 같다. 그러나 우리가 누리는 대다수가 여전히 인간의 노동을 거친 결과라면 어떻겠는가? 《디지털 팩토리》는 작금의 디지털 사회를 비판적으로 읽어내기 위해 다시 ‘공장’ 속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캘리포니아에서 일하는 구글의 스캔 노동자들부터 중국과 필리핀에서 일하는 게임 노동자, 베를린과 나이로비에서 일하는 비디오게임 검사자까지, 전 세계 곳곳에 위치한 ‘디지털 공장’ 노동자들을 만나며, 기술 뒤에 가려진 노동의 민낯을 드러낸다. 최첨단 기술을 경험하는 우리가 20세기 초 공장을 마주하는 아이러니. 이 책이 우리에게 전하는 슬프고도 흥미로운 경험이다.
_윤현아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