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수술로 현대 입단이 미뤄지던 국가대표 출신 잠수함투수 김기식은 22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진출의 큰 뜻을 품고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떠났다. 에이전트 계약을 맺은 스포츠마케팅회사 ‘글로벌 스포츠 에이전시’가 미국 현지에서 실시하는 워크아웃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메이저리그 입단을 노리고 있는 김기식은 수술 전의 구위만 회복하면 ‘제2의 김병현’으로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기식은 동산고 3학년이던 지난 2000년 신인 2차드래프트에서 현대에 7순위로 지명됐던 선수. 정상적이라면 올 시즌 현대에 입단해야 했을 루키지만 불의의 뇌수술로 프로 데뷔가 유보된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영남대 졸업반이던 지난 2003년 7월 뇌종양의 일종인 ‘배아종’ 진단을 받고 인하대 부속병원에서 비밀리에 수술을 받았지만 입단을 앞두고 수술 사실이 알려져 장밋빛 같던 그의 앞날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경기 도중 쓰러져 식물인간으로 지내는 임수혁 사태의 여파로 선수 건강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현대는 김기식의 입단을 치일피일했고, 김기식은 눈물만 삼켰다.
야구에 대한 열정과 재기에 대한 희망을 꺾지 않고 구슬땀을 흘리던 그에게 지난달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글로벌 스포츠 에이전시’라는 스포츠마케팅회사로부터 에이전트계약을 맺자는 제의가 왔다. 그는 주저없이 메이저리그 진출 쪽으로 야구인생의 방향타를 틀었다. 김기식은 지난 14일 최근 규정이 강화된 미국 비자를 받아냈다.
김기식은 출국에 앞서 “반드시 성공해서 돌아오겠다”면서 “수술 후 꾸준히 몸을 만들어왔고, 병원에서도 상태가 깨끗하다며 열심히 운동만 하라고 용기를 줬다”고 메이저리그 도전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또 “지명구단인 현대가 뇌 수술을 받은 병력 때문에 입단시키기를 꺼리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미국 진출은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는 나뿐만 아니라 짐을 덜어야 하는 현대 쪽에도 도움이 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뇌수술을 받은 김기식은 외부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수술비와 재활에 든 모든 비용을 자비로 충당하며 몸을 만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