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퇴역 군인들은 꼴 보기 싫은 인간들이 많다.
노벨상 수상 작가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중편소설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에 나오는 퇴역 대령의 말년은 고독하고 빈곤하다.
그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쓸모없는 대령 계급장과 죽은 아들이 남긴 수탉 한 마리뿐이다.
그는 매주 금요일 하나뿐인 정장을 차려입고 선착장에 나가 연금 지급에 대한 정부의 소식을 기다리지만 연금에 대한 편지는 결코 오지 않는다. 소설 마지막 부분쯤
“그 편지는 반드시 오게 돼 있어”
라고 말하는 그에게 우편배달부는 이렇게 말한다.
“반드시 오는 것은 죽음뿐입니다. 대령님.”
소설이나 영화 등 문화예술 작품에 등장하는 퇴역 대령들의 모습은 다소 쓸쓸하고 고독하다.
꼿꼿함, 자부심, 원칙주의, 융통성 없음, 의연함, 지적인 면모 등도 그들의 속성으로 그려진다.
그들에게는 예비역 장군이 풍기는 화려함과는 또다른 아우라가 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폰 트라프 대령이 가족과 함께 조국 오스트리아의 국가나 다름없는 ‘에델바이스’를 부르는 장면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인상깊게 남아 있다.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가 창조한 레이스 대령 역시 한때 영국 MI5의 리더 출신답게 탁월한 상황파악능력을 발휘하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알 파치노가 열연한 실명한 퇴역 중령 프랭크 슬레이드는 대령보다는 한 계급 낮지만 퇴역한 영관급 장교로는 영화사상 가장 매혹적인 인물의 하나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퇴역 대령들 중 상당수는 이런 면모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길거리에 떼를 지어 나가 안보니 종북세력 타파니 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 별로 아름답게 다가오지 않는다.
세미나에는 12·12 쿠데타 주역인 정호용씨까지 끌어들였다.
참 군인의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기는커녕 퇴역한 뒤에도 정치군인의 습벽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런 면에서 채상병 사건의 박정훈 대령은 의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