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부터 날이 추워질거라는 일기예보를 뒤집고, 막상 토요일 당일은 내내 평화롭다 못해 아늑했다.
내가 5시 40분쯤에 은평구립축구장 입구에 도착했을 즈음에 경빈이랑 맞닥뜨렸고, 둘이 운동장에 들어섰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 라이트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 찰라에 재연(종현) 형님의 전화를 받고 시익 형님네 아파트로 안내를 했다. 두 분은 오랜만의 만남이었지만, 시익 형님은 허리 통증으로 거실에서 엎드려 있었다. 오랜 담소 끝에 재연 형님과 은평구립축구장에 왔을 때는 8시가 넘었다. 나는 몸을 풀고 늦게 경기에 합류하여 2쿼터만 찰 수 있었다. 얘기를 듣자하니 참석 인원 1인당 4~5쿼터를 찬 듯했다.
경기 끝나고 교촌 치킨에서 저녁(?) 겸 회식을 했다. 윤성, 동규, 현철, 윤식, 성환, 형선, 재연 형님, 용식 형님, 감독님, 나까지 10명이 참석하여 닭 몸뚱아리를 뜯고 희망(hope)을 마셨다. 계산하려고 갹출하려는 찰라에 윤식이가 거금 14만원을 잽싸게 처리해버렸다. MVP 기념 턱이라고 무던하게 말했다. 고마움이 가슴 속에서 물결치는 걸 느꼈다.
그렇게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각자의 집으로 가는 길, 감독님이 아쉬워 하는 눈짓을 보내기에 나랑 2차를 가기로 했다. 그런데 회장님이 건너편에서 집에 가는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회장님을 하염없이 불렀다. 그 순간 회장님이 몸을 숙인 척 집에 가려는 걸 한 번 더 격하게 불렀다. 그러면 간단하게만 하고 가자는 회장님의 간곡함을 듣고 '짱구야 학교가자'라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회장님은 윤식이가 언뜻 생각나셨는지 집에 가는 윤식이를 핸드폰으로 불러들였다. 그렇게 4명이서 아우토반 발전을 위한 건전한 대화라는 명복으로 취중 대화를 했다. 내가 임원진에 대한 아쉬움과 내년에 그려야 할 모습에 대해서 많이 얘기했던 것 같고 회장님과 감독님의 입장도 서로 의견을 나누었다. 다음날 사정도 있고 해서 더 깊은 얘기를 나누지 못했다. 취중을 마치고 나니 야심한 2시였다. 그렇게들 집으로 회귀했다.
드디어 마의 그 날이 닥쳤다. 내가 8시 15분쯤에 운동장에 도착했을 적에는 10명 정도였다. 내심 오늘 좀 나오려나보다했는데 그 뒤에 한 두명 나오고 그게 전부였다. 총무는 집에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수 장비를 운동장까지 나르고 경기하는 동안 물을 끓인 후에 집으로 돌아갔다. 승우는 약간 늦었지만 초췌한 얼굴을 힘겹게 가누고 나왔다. 인원이 적었기에 그 모습에 얼마나 고마음과 짠함을 느꼈던지. 회장님이 다들 회원들한테 참석 전화해보라고 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통일과 그린, 아우토반이 번갈아 가면서 경기를 했다. 11명 정예로 경기를 하다가 승우가 오면서 12명 중 한 명이 쉬면서 4쿼터를 찼다. 다들 부상 병동이었다. 형선이는 확연히 몸이 안 좋아보였고, 나와 재철이 형은 전날 가벼운 허벅지 부상이 있었다. 결국 형선이는 3쿼터쯤에 부상으로 경기에서 제외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우리 팀이 선전했다. 정확한 점수는 기억나지 않지만, 한 쿼터 졌거나 아예 진 경기는 없었던 듯하다. 정기령이 확연한 실력으로 운동장을 누볐다. 단연코 MVP였다.
마지막 쿼터는 그만 차자는 의견과 상대팀을 생각해서 한 쿼터만 더 하자는 의견이 맞물렸다. 그 결론을 통일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타이밍이 맞지 않아 결국은 4쿼터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불행히도 막바지에 정기령이 발목 부상을 당했고, 그 순간으로 모든 경기를 마치게 되었다.
전 날의 체력 소진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안 쉬고 모든 쿼터를 소화했던 그날의 아우토반 전사를 낱낱이 기록해 둘 필요가 있다.
문용식, 장재철, 최경석, 김성환, 박영호(경기는 불참), 정기령, 한승우, 한경빈, 양동규, 안현철, 유형선, 정현탁.
그중 절반의 회원(6명)은 서오능 해장국집에서 수육을 곁들어 허기를 달랬다. 나랑 형선이는 소주병을 많이 들이켰다. 회장님이 점심값을 치렀다. 그렇게해서 치열하고 찬란하고 녹초와 같던 이틀을 마감했다.
누구는 참석을 못했던 회원들에 대한 원성을 살짝 비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그 날을 빛낸 아우토반 투사들을 향한 심심한 찬사를 보낸다. 어려움이 예상될 때 그 자리를 지켜주는 책임의식에 대해 생각해 본, 단 이틀이었다.
아우토반이 있기에 내가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있기에 아우토반이 있음을 또다시 느껴야 했던 이틀이었다.
ps1) 윤식이의 거금 MVP 턱에 감사하고, 회장님의 점심값에도 깊은 감사를 다시 표함
ps2) 짧은 기간 동안 한층 성숙해진 20대 유형선을 발견한 개인적인 느낌이 좋았음
첫댓글 형선이의 발전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또 다시 전하는 바입니다.ㅎㅎ 난 왜 회장님께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일까.. 왜 내가 없을 때만 쏘시는지 아쉬움이 남을 뿐입니다.. ㅋㅋㅋ 윤식형님의 mvp턱은 조만간에 졸라서 얻어먹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ㅋㅋㅋㅋㅋ 즐거운 화요일이거늘 너무 춥네요..ㅠㅠ
왕주야 자주 나오면 된다~ㅋㅋㅋ 공부하랴 회사다니랴... 고생이 많지~^^
이틀 연속 공짜술 놓쳤으....ㅠ.ㅠ
정말 녹초된 한사람 한사람이,,대단한 책임감으로 아우토반에게 감동의 도가니탕입니다..ㅋ
토요일 2차후에 택시타고 가라는 주위의 만료에도 불구하고, 굳이 감독님 내려드리고 집까지 몰고갔습니다.
주차하는데 벽이 들이받는 바람에(예전엔 아스팔트가 들이대더만, 차안에 있으니까 벽이 들이댑니다) 뒷쪽횐다와 범퍼를 판금해야 할것같네요. 속은 쓰리지만 비싼 저녁 먹은셈 쳐야겠습니다. 마누라 눈치도 있고해서 부득이하게 하루 쉬었습니다...
아참, 차부터 고쳐놓고 불참인원을 위한(광호형을 포함한 모든분들) 2차턱을 준비하겠습니다.ㅋㅋ(속없다고 욕하지 마시길... 인생 뭐있나요? 걍 사는거죠 ㅎㅎ)
허거덩..사람 안 친 게 다행이네..앞으로는 음주 운전 하지 말거라..에효
이런~윤식형님 애마가.. 아~정말 속 마니 쓰리셨겠어요,,담에는 차는 놓고와서 드셨으면 합니다..
용하다 용해~! ㅋㅋ~
그대들이 있기에 우리 아우토반이 발전할수 있습니다...글구 윤식아 먹은셈 칠께...
저는 안먹은셈...ㅋㅋ
죄송합니다... 흑흑..
넌 듁었어 자슥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