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제목이 이미 꿈인데 내용이 어떻게 변신한들 어떠하겠는가? 그러나 여행-무딘발톱-저온의 생-저녁노을-눈동자로 건너가면서 결론으로 내뱉는 “나는 새였어”는 진술이 보통 유연한 게 아니다. 돈키호테를 만나고 빨강머리 엘리스도 만나는가 하면 시인은 지상과 공중을 넘나드는 꿈을 꾸는, 능력자임에 틀림이 없다. 망연하게 던져지는 명사 앞에 붙여진 수식어들이 “풀어헤친 머리에 바람을 두르고”, “존재하듯 존재하지 않는 껍질을 깨고”, “눈동자에 꽂힌 수평선을 박차고” “저녁이 노을의 멱살을 끌고” 는 이 시인의 독특한 설명적 언술이거니와 “눈 뜨면 꽃이 지고 눈 감으면 비가 내려/달 먹은 호수를 건너면 울음이 떨어지지”의 직관은 나름 일가를 이루기에 충분한 언술의 극치로 보인다. - 박윤배 (시인)-